‘2차 택배대전’ 서막 오를 듯…기존 업체 긴장감 ↑

- 농협·롯데, 시장 진출시 가격경쟁 불가피
- 7% 안팎 성장 예상…17억 상자 넘길 듯

2015년 택배시장은 그야말로 ‘2차 택배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CJ대한통운과 한진이 건재한 가운데,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라는 막강한 지원군을 등에 업었으며, 농축산물 유통의 절대강자이자 자금력이 월등한 농협의 시장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계 5위인 로젠 역시 중견업체인 KGB택배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등 메이저 업체에 밀리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들은 국내에 택배시장이 형성된 지 25년 만에 가장 큰 폭풍우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첫 택배대전은 2억 상자를 넘어서기 시작했던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간 진행됐다. 기존 2개에 불과했던 TV홈쇼핑업체가 2001년 6개로 늘어난 데다, 인터넷쇼핑이 활성화 되면서 물량이 폭증했다. ‘물량 폭증’이라는 외부충격은 택배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했지만, 이면으로는 ‘업체 간 과당경쟁’이라는 꼬리표를 수반했다. 이렇게 시작된 ‘1차 택배대전’은 10년 간 이어졌다. 2011년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로 지난 4년간 택배시장에서의 단가경쟁은 조금 잠잠해 지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택배업체간 경쟁은 또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와 ‘농협’이라는 두 거물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가격경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농협과 롯데의 시장 진출가능성을 중심으로 올해 택배시장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2015년 국내 택배시장은 롯데와 농협의 시장진출에 따라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의 택배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의 관심은 오로지 이 두 업체에 맞춰져 있다. 두 회사가 시장에 미칠 파괴력은 시장 판도까지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롯데의 시장 진출

롯데는 ‘국내 유통 1위 업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기존 택배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롯데측은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인수를 단순히 투자목적이라고 전했지만, 이를 곧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롯데측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35%를 확보한 후, 곧바로 기업의 핵심부서인 재무 및 감사파트에 그룹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 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운영팀장 등 3명을 비상임 임원으로 임명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시장점유율 2위 업체이다. 어떤 업체가 인수한다 하더라도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택배물량이 많기로 소문난(?) 유통업계의 절대강자인 롯데가 대주주가 됐기 때문에 향후 성장률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지난해 9월 현대로지스틱스를 사들인 SPC 주식 35%를 인수하면서 오릭스측에 투자금 회수시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받아냈다.

 
롯데는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에서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때문에 언제 롯데가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지 그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는 보유지분은 같지만 오릭스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롯데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설사 올해 롯데가 경영을 본격화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기존 업체들은 현대로지스틱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만난 업계의 한 인사는 “롯데가 본격 택배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단가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는 나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 모두의 생각일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이 독보적인 CJ대한통운도 안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롯데의 시장진출 시점은 2016년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롯데측에서 농협의 시장진출이 가시화 되는 상황에서 진출시기가 늦어지면 기존업체 및 농협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내용도 나오고 있다”며, “때문에 빠르면, 7월부터 그룹 물량을 현대로지스틱스에 줄 계획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롯데와 오릭스 간 지분문제가 해결된 다음에야 가능하다. 이는 시기의 문제라 할 수 있다.

- 농협의 시장진출

농협의 시장진출도 올 해 택배시장의 가장 큰 이슈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농협이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자 민간택배업계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업계가 반대하고 있지만, 농협은 빠르면 4월 늦어도 7월 이전에는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월등하다. 농협은 현재 KG이니시스가 갖고 있는 옐로우캡과 동부택배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 외에는 사실상 인수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KG측이 두 회사를 잘 조합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두 회사의 누적적자가 심한데다, 네트워크도 탄탄하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1,0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KGB택배의 경우, 로젠의 인수가 가시화 되고 있어 사실상 농협의 인수선상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이유로 농협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KG측으로부터 이들 두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시장진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농협은 사실상 내부적으로 결정이 나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농협을 관장하는 정부부처인 농림부가 밀어주고,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택배사업을 하겠다고 공표한 마당에 무슨 얘기가 더 필요하냐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어찌됐든 농협이 중소업체 인수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택배시장에서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자금력과 물동량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농협이 중소업체를 인수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인수한 업체의 물량에 농축산물이 더해져 몇 년 내에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군다나 농협이 제7홈쇼핑에 대한 지분도 대거 확보했기 때문에 택배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협이 4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공영 홈쇼핑컨소시엄’은 지난 22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7홈쇼핑 사업자로 승인받았다. 공영홈쇼핑 컨소시엄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 농협경제지주와 수협중앙회가 각각 45%,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협이 시장진출 초기에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2~3년 내에는 기존업체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기존 업체의 대응

때문에 올해 시장의 관심은 기존 택배업계 강자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이들 신흥강자들을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쏠려있다.

 
2014년 12월말 현재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새로운 도전자들이 만만치 않다. CJ대한통운측은 롯데와 농협의 시장진출 여부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롯데와 농협이 모두 들어온다고 가정한다면, 우리에게도 분명 타격은 있을 것이지만, 가격경쟁을 한다면 두 업체도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물량과 자본력을 겸비한 경쟁자가 생긴다는 것이 반갑지는 않지만, 20년을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온 저력이 있는 만큼 시장에서의 위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의 경우,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의 시장점유율은 11%를 조금 넘어서고 있다. 사실상 롯데의 수중에 있는 현대로지스틱스의 점유율(12.7%) 보다 낮다. 또 농협이 인수 가능한 두 개의 유력업체를 합치면 점유율이 8% 가량 된다. 당장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롯데와 농협 두 업체 모두 한진에게는 거북한 존재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진 관계자는 “가격경쟁이 본격화 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와 거래하고 있는 업체 중 롯데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가 있는데, 이들 업체의 물량이 이탈하는 등 반대급부적인 물량 이동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농협과 롯데가 (경쟁자로)부담은 되지만, 겁먹을 정도는 아니다”며, “어차피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고, 이들은 반드시 단가를 무기로 치고 들어올 것인데, 이에 대한 대비는 이미 마련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은 수년 전부터 실속경영을 추진해 왔다. 가격경쟁을 가장 먼저 자제한 것도 한진이다. 이는 무리하게 물량을 확보하기 보다는 적정한 단가에 물량을 가져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가격경쟁이 또 다시 본격화 한다고 해도 경쟁사 보다는 조금은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또 한 가지 관심사는 로젠택배의 행보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이미 대기업의 각축장이 돼 버린 시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해 왔다. 시장점유율 5위로 매년 100억 원대가 넘는 영업이익을 낸 ‘알짜회사’이다. 최근 수년간 대부분의 중소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 계열사인 ‘빅3’를 제외한다면 일반택배를 운영하고 있는 중견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로젠이 최근 KGB택배 인수를 가시화 하고 있다. KGB택배를 인수해 그들만의 노하우로 키운다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농협이 시장에 진출하면 개인택배 물량 의존율이 높은 로젠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 농협은 현실적으로 사업초기 기업물량 보다는 개인물량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7월 이후 '토요일 택배 휴무제'를 도입한 이후, 처리 물량이 줄어든 우체국택배가 어떻게 반전을 꾀할지, 그 여부도 올 한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2015년 시장 성장률 7% 안팎 예상

올 한해 택배시장 성장률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준인 7%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전체 물량이 16억 상자 가량 됐으니, 이 보다 1억 상자 가량 많은 17억 상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농협이 시장에 진출하고, 현대로지스틱스를 통한 롯데의 택배사업 참여가 본격화 된다면, 올해 17억 상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지만, 물량증가폭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간 진행됐던 ‘1차 택배대전’ 기간에는 매년 폭발적이라 할만큼 물량이 팽창했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8.6%에 달할 정도였다. 이러한 성장률을 이끈 것은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TV홈쇼핑 시장은 정체기인데다, 인터넷쇼핑몰 시장도 예년만큼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진 못하고 있다. 이는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새롭고 막강한 기업의 진출로 경쟁은 더 거세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1차 택배대전 당시 각 택배사의 전략은 ‘단가 인하’로 통일됐었다. 말로는 ‘서비스 경쟁’을 부르짖었지만, 언제나 무기는 ‘가격’이었다. 2차 택배대전은 이 보다 더 거센 ‘돈의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농협이든 롯데든 기존 업체를 인수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 노하우 측면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단가인하 경쟁에서 버틸 수 있는 자금력과 위기상황에서의 운영능력이 얼마만큼 뛰어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 진출이 가시화 됐고, 롯데는 사실상 택배시장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또 로젠은 몸집을 키웠다. 이는 곧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한진과 현대가 오는 5월부터 동남권 물류기지(서울 장지동 소재)를 가동하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덩치가 비슷하고 자본력이 받쳐주면 결국 위기상황에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업체가 경쟁에서 이길 것이다.” 택배업체 한 임원의 말이다.

‘수성(守成)이냐, 공성(攻城)이냐’, 2015년 ‘택배대전’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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