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문 변호사, “관계인집회때 부결되면 어려울 것”

-금융권 관계자, “주가 유지 위한 루머일 수 있어”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하림그룹에 인수될 예정인 팬오션이 감자설에 휘말리면서 연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감자가 진행돼 개인주주들의 피해가 큰 가운데, 하림이 인수 전 감자를 강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해운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팬오션의 추가 감자에 반대하고 있는 소액 주주들의 주식 결집수가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넘어선 1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팬오션 주식은 13% 가량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제출되는 회생계획안에 감자 내용이 포함됐을 경우 반대하기 위해 결집하고 있다.

특히, 팬오션의 우리사주조합으로 투자한 직원들은 두 차례 연이은 감자로 손실률이 99%인데다, 감자 이후 회사가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 추가 감자설이 제기되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팬오션 주식에 투자한 한 관계자는 “회사가 이미 두차례의 감자로 최대주주인 산은이 13% 가량이고 2대 주주도 누군지도 모르는 1%대인만큼 추가 감자를 할 이유가 없다”며, “회사가 이익을 내고 있는데, 오직 하림그룹만 웃을 수 있는 감자설이 왜 뜬금없이 흘러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반면, 법정관리 중이라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났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이익상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추가 감자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났다고는 하지만 법정관리 중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이익상태로 보긴 어렵다”며, “지금 팬오션 상태로는 부채비율을 줄여 회사를 클리어 하게 만들기 위해 추가 감자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현시점에서는 감자가 쉽진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소액주주들의 바람과 달리 회생계획안에 감자안이 포함이 되더라도, 한 달 이후 열릴 관계인집회때 주주의 반대로 부결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감자를 강행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A법무법인의 기업금융 전문 변호사는 “새로운 인수자가 기업 경영을 위해서 감자는 필수적이지만,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고, 현재 산업은행 지분이 13% 가량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감자가 불필요해 보이긴 한다”며, “법원에서는 만약 팬오션의 감자안이 이번 회생계획안에 포함이 된 후 관계인집회때 주주들이 결집해 반대를 하면 다시 수정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안은 무조건 관계인집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직권폐지를 시켜버린다”고 설명하고는, “직권폐지는 회생절차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상황인데 요즘 법원에서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하림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아 한 차례 저가 인수로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주가 유지를 위해 시장에 퍼트린 루머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팬오션이 감자를 강행할 경우 제일 손해를 보는 입장인 산업은행이 아직까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M&A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 초반에 매각주관사에서 금융권 회사에 넘겨서 팬오션을 망치느니 차라리 회사를 운영하려는 의지가 있는 하림에게 넘기는게 낫다고 판단했었다”며, “하림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경쟁사에 비해 인수가를 20~30% 낮게 제시했고, 매각주관사에서 한참 고심하다 받아들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팬오션 인수전 당시, 하림이 주당 2,500원을 제시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저가인수로 논란을 빚었는데, 현 상황에서 주가가 5,000원까지 가버리면 인수 후에도 또 논란을 빚을 우려가 있지 않겠냐”며, “금융권에서는 감자를 할 경우 제일 손해보는 산업은행측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하림이 완벽하게 팬오션을 인수하기 전까지 주가를 유지하기 위한 루머라고 보고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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