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북항·인천내항, 지자체·노조 등 반발로 '갈팡질팡'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내 대표적 항만인 부산과 인천이 항만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양 항만의 재개발 대상 부두들은 100여 년 혹은 100년 이상의 역할을 해 오면서 이제 그 기능을 다 했다고 판단해서이다. 게다가 도심 중간에 위치한 탓에 주변에 건물과 주거공간이 들어서면서 해당 공간에 다른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원하는 시민들의 민원 등에 따라 재개발이 결정됐다. 하지만, 재개발 과정이 순탄치많은 않은데, 부산북항은 항만재개발로는 국내에서 첫 사례임에 따라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임에도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치여 계획안이 계속 수정되고 있다. 설상가상 인천내항은 항운노조와 부두운영사의 의견차이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테이블에서 논의만 진행하는 답답한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대표적 항만에서 추진하고 있는 항만재개발 사업에 대한 상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해법을 찾아봤다.<편집자 주>


 

- 총 사업비 2조 400억 원 부산북항 재개발

부산북항 재개발은 정부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총사업비 2조 478억 원을 들여 복합도심지구, 상업지구, 해양문화지구 등 친수공간을 조성키로 한 사업이다.

정부는 재개발을 위해 총 4개 지구로 ▲복합도심지구(7만4,911㎡) ▲IT·영상·전시지구(5만6,776㎡) ▲상업업무지구(4만5,855㎡) ▲해양문자화지구(17만9,386㎡)로 나눠 진행키로 하고 사업시행자로 부산항만공사(BPA)를 선정했다. 현재 BPA는 기반시설 공사를 실시하는 중이며 올해 대부분 완공될 예정이지만, 사업계획 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가 소요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도 부지조성공사(매립 70만㎡)에 대해 올해 말까지 진행키로 하고 국제여객부두 및 터미널은 지난 1월 준공해 시범 운영 중이다. 다만, 지난 2013년 9월 사업계획 변경으로 인한 추가사업은 올해 착수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올해 예산이 반영되지 못함에 따라 BPA에서 추진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재정 추가지원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고, BPA 총사업비 인정범위 및 규모도 결정해야 한다”며, “외곽호안, 국제여객부두에 2,200억 원을 지원 중이며, 충장로 지하차도(1,529억) 및 보행데크(1,500억)에 대해서는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매립부지 69만 8,000㎡ 소유권 취득범위 관련, BPA와 총사업비에 대해 협의 중인데 매각대상부지 31만 9,000㎡에 대한 감정가는 지난 2013년 5월 기준으로 8,832억 원으로 평가됐다.

올해에는 실시계획(도시관리계획) 변경승인과 매립부지 취득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며, BPA에서는 부지매각 등 본격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또 복합도심지구에 대해서는 GS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해 말까지 토지 매각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상업업무지구 3개 구역 중 잔여 2개 구역은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IT·영상·전시지구는 올 하반기 사업계획을 공모할 예정이며, 해양문화지구의 문화시설용지는 부산시에서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시민 청원으로 시작된 인천내항 재개발

 

해수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인천내항 재개발을 위해 총 사업비 400억 원을 들여 인천항만공사(IPA) 소유 부지 28만 6,395㎡에 대해 시민 친수공간을 조성키로 했다.

우선 1·8부두에서 대해 우선 진행할 예정으로 해양문화관광지구(9만8,159㎡)와 공공시설지구(18만8,236㎡)를 만들기로 했다.

인천내항 재개발은 인천지역의 지속적인 개방 요구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당초 계약기간이 우선 만료되는 1·8부두를 같이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부두운영사와 항운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8부두는 오는 6월, 1부두는 2017년으로 방침을 마련했다.

특히, 8부두 재개발을 위해서는 부두운영사의 대체부두 확보, 항만근로자 재배치 등의 문제 때문에 일부 구간만 우선 개방해 재개발하는 방안을 정부에서 검토 중이다.

또 내년에 8부두 잡화기능은 폐쇄하거나 이전(내항 및 북항)하고 2017년 1부두(국제여객) 기능은 신설되는 남항 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조만간 진행할 8부두 개방을 위해 매년 2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동부 사업장의 야적장과 창고에 대해 우선 개방을 추진하고 향후 재개발사업과 별도로 개방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 우선 개방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신항 개장 및 4부두 기능이전 등을 감안할 시 올해 하반기까지 대체부두 확보가 쉽지 않고 내항 운영사 통합도 이견이 큰 상황”이라며, “8부두 기능이전과 병행해 내항 잡화화물 처리 운영사간 통합을 추진 중이나 지역 항만업체와 전국기반 항만업체의 이견이 큰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전했다.

-부산북항 재개발 초기 모델은 日요코하마

당초 부산북항 재개발이 논의됐던 것은 부산북항의 1~4부두가 일제 강점기때 지어진 오래된 부두인데다, 부산신항이 2004년 건립돼 이후 해당 부두에 대한 유지보수 공사 진행 협의 과정에서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논의 당시가 신항 개장 직후 2005년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존 오래된 부두는 어차피 낡아서 유지보수를 할 바에는 이미 신항이 있으니 기능을 순차적으로 옮기고 해당 부두를 재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며, “당시 해수부가 부산항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잘 짰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큰 틀에서 보면 북항같은 도심 한 중간의 부두에서 지저분한 화물을 계속 처리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고 항만은 원래 고속도로와 인접한 곳에 위치해 도심을 관통하지 않아야하는데 기존 부산항은 도심을 관통하고 부산시 한 중앙에 위치해 있다”며, “신항이 생기기 이전에는 대형 화물차들이 도로에 많이 다녀서 시민들이 위험하니까 근처를 가려고 하지도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신항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추진됐던 북항재개발을 위해 당시 BPA도 여러 항만을 시찰하면서 계획을 잡았었다.

당시 BPA 재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항만재개발을 위해 유럽과 일본 등 여러 곳을 시찰하고 벤치마킹했었다”며, “우선 부산을 대표하는 항만이라는 기능은 없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존할 수 있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을 기준으로 계획을 잡았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일본의 도심과 항만이 공존하는 항만재개발 성공사례로 꼽히는 요코하마항은 1983년 요코하마시가 노후 항만과 낙후된 조선소를 재개발해 미나토미라이21 지구를 만들었다. 요코하마시는 재개발을 하기 위해 먼저 재정을 투입해 기반시설과 공공시설을 짓고 이후 민간업체에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을 개발해 현재 ‘요코하마의 심장’이라 불리는 미나토미라이21지구를 조성했다.

초창기 BPA와 정부가 부산북항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해 벤치마킹하기로 했던 곳도 이 요코하마항이다. 부산지역 특성상 낙후된 조선소도 있었고 도심 중앙에 오래된 부두가 난립해 있었던 지리적 이점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일본과 우리나라 국민 정서가 민족성을 강조하는 국민특성도 닮았다는 점에서 시민들 반발이나 의견 수렴 과정도 나름 보고 배울 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미나토미라이는 복합상업지구와 녹지공간 등을 모두 확보하면서 기존 시의 상징이었던 항만을 겉모습만이라도 보존해 시민들에게 역사적 관점에서 교육이나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바꿔놓은 점에서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며, “부산항의 역사를 시민들이나 타지인들 또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부산북항 전경. 

-지자체·시민단체에 발묶인 재개발 사업 산으로

초창기 요코하마항을 롤모델로 재개발 방향을 잡았던 부산북항 재개발은 1차 공모 유찰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또 민간의 창의적인 사업계획을 반영하고 시민 의견 수렴을 반영키로 하면서 초창기 계획과 달라졌다.

BPA는 2008년 11월에 마련된 초창기 사업계획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시설용지에 대한 시장성 부족, 접근성 부족에 따른 공간 매력도 저하 등으로 계획안을 변경키로 했다.

이후 2011년 8월 GS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후 대안을 통해 사업지구 중심부에 주거기능 배치, 공원 분산배치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치고 총 23회의 라운드테이블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했음에도 현재까지도 협상 중이다.

협상이 수차례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지자체와 정부의 계획이 서로 다른 부분때문인데, 정부와 BPA가 항만 역사를 간직한 재개발에 초점을 맞춘 초장기 모델과 다르게 부산시의 입장은 산업기반 마련에 강점을 두고 있는 탓에 큰 이견을 보였다.

특히, 부산시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양경제특구법에 향후 북항 재개발 사업예정지인 자성대 부두를 시범구역으로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는 부산북항 재개발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싶어한다”며, “수차례 협의가 진행됐던 것도 이 산업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주장한 것인데 부산시가 초창기 신발산업 등으로 시 기반을 다졌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업체가 서울로 본사를 이전한 상태라서 지지하는 산업기반을 다시 마련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산업기반을 마련하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항만하역이라는 산업시설 때문에 도심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 재개발하려는 마당에 거기에 공장이 들어서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하고는, “부두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해당 공간을 부산시민이 사용하는 곳이니까 의견수렴이야 반드시 있어야하는 부분이지만, 부산시의 주장은 항만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개발과 다른 항만 특성 살린 재개발해야

부산북항 재개발사업은 국내 항만 재개발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와 항만공사가 시민단체 및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부산시측에서 시민단체와 도시개발 전문가들을 앞세워 그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음에도 해수부와 항만공사에서 항만재개발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항만재개발은 도시재개발과 많은 부분에서 다른데 회의 때마다 도시개발 전문가를 데리고 와서 그들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물론 항만개발 때와도 다른 부분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재개발 전문가라고 할 만한 학자들도 없고 해수부나 항만공사도 이러한 대형 재개발 사업이 처음이니까 우왕좌왕 지자체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수부와 BPA가 초창기 롤모델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재개발 과정에서 시민의견 수렴은 반드시 해야하는 부분임은 맞지만, 항만 특성에 맞는 재개발이라는 기본 틀을 바꿔서는 안된다”며, “100여년동안 부산시를 먹여살리고 항만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부산시에 이에 걸맞는 재개발이 이뤄져야지 무작정 다 갈아엎고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면 안되는데 지자체가 너무 항만재개발을 도시재개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만 전문가들은 부산북항 재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항만재개발 전문가를 확보하고 부산시민이 활용하는 공간인만큼 지자체에서도 예산을 확보해 사업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항만전문가는 “솔직히 현 부산시의 행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데, 예산은 정부에서 다 제공하되 본인들이 사용할 공간이니까 목소리만 내세우는데 부산시에서 주장하는 것도 항만재개발보다는 무작정 산업기반 조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해수부도 부산시나 시민단체에 끌려다니는 주요 원인이 항만재개발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수부도 외국에서든 국내에서든 전문가를 하루빨리 확보해 여러가지 의견을 듣고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항만은 시의 자산이 아니라 정부의 자산인데 지자체도 정부예산만 기댈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고 싶으면 직접 예산을 확보해 정부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운노조 반발로 첫 삽도 못 뜬 인천내항 재개발 대책은

▲ 인천내항 8부두 전경.

시민청원으로 지난 2013년 재개발이 확정된 인천내항도 부산북항 재개발 못지않게 답답한 부분이 많다. 정부는 당초 부두 계약이 순차적으로 끝나는 1·8부두를 우선 재개발키로 결정하고 나머지 부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존 부두운영사의 대체부두 미확보와 항운노조 고용문제 등으로 발목이 잡혔다.

특히, 부산북항과 항운노조 보상 문제에 대해 상황이 많이 다른 탓에 정부에서 무작정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인천내항의 부두운영사들이 비용을 들여 지난 2008년 정부의 항만산업 선진화에 따른 항운노조 상용화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5년 뒤 부두재개발이라는 뜻밖의 난관을 만나자 운영사들도 함께 반발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과거 해수부가 부산북항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시행자인 BPA측에 정부예산 약 1,000억 원을 들여 항운노조원 보상문제를 해결했었지만,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현 시점에서 막대한 거액을 또다시 정부에서 집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을 위해 가장 선결해야 하는 문제가 항운노조 보상문제이다”며, “재개발법에 사업시행자가 보상을 해야된다고 명시돼 있음에 따라, 당시 정부가 BPA에 1,0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주고 항운노조의 보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상용화 이전이라 관계없었지만, 현재 인천내항의 항운노조들은 상용화 당시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한 인원들이 대부분이다”며, “부두운영사들이 항운노조원에게 생활보조금과 퇴직금을 정산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상용화를 해놨는데 5년 뒤 해당 부두를 순차적으로 재개발하겠다고 하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때문에 8부두에 고용된 30여명의 항운노조를 인천신항 부두로 고용승계를 해주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천내항의 항운노조 총 800여 명에 대해서도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인데다, 거액의 보상금을 떠안을 우려가 있는 현 사업에 대한 사업시행자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할 수 있는데 과연 인천내항 재개발에 대한 사업시행자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다”며, “사업시행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결국 부산처럼 사업시행은 IPA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인천내항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항운노조 고용승계 부분이다”며, “정부와 IPA가 항운노조에게 신규 직원 채용을 자제하고 인천내항의 항운노조를 순차적으로 인천신항에 고용승계 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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