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안전운임제 관련 협상 지지부진 하자 파업 결의

지난 5월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진행한 안전운임제관련 화물연대 집회 모습.
지난 5월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진행한 안전운임제관련 화물연대 집회 모습.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 화물연대가 내년도 안전운임제 협상 지연을 이유로 오는 11일 전국 항만에서 하룻동안 경고파업에 돌입한다. 그동안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와 관련된 각종 집회를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진행해 왔음에 따라, 이번 경고파업도 부산신항에서 강행할지 여부에 대해 관련업계가 예의주시 하고 있다.

화물연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오는 11일 전국 주요 항만 및 시멘트회사 본사 앞에서 안전운임제 삭감과 관련해 경고파업에 돌입키로 하고, 지난주 본부 차원에서 이와 관련 내용을 전 조합원에게 문자메세지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화물연대 중앙집행위원회는 '40차 투쟁본부회의'를 통해 이번 경고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화물연대는 각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를 통해 “40차례가 넘는 안전운임 교섭에 성실히 참여했지만 화주의 결론은 ‘운임삭감’이었다”고 설명하고는, “자본(화주)의 운임 삭감 시도에 맞서 제대로 된 안전운임을 지키기 위한 전조직적 투쟁을 결의했으며, 각 지부의 투쟁지침에 따라 투쟁을 준비해 주길 바란다”며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화물연대측은 안전운임제 취지가 화물노동자(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면서, 도로 위 과적·과속을 방지하는 등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임에도 화주들이 모든 협의를 거부하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있는데, 올해와 같은 운임이 반영되도 문제인데, 오히려 삭감을 하려 한다”며, “특히 컨테이너는 원가에서부터 협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교섭상황에서 화주측 위원들이 실질적인 협의를 거부하기 위해 지금까지 협의를 지연시키는 등 사실상 삭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안전운임 협상과 관련해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서는 원가산정부터 협의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2021년도 운임 원가 회의'에서 산정된 운임은 환적 ‘컨’의 고정원가와 변동원가가 각각 190만 원, 359만 원, 일반 ‘컨’의 고정원가와 변동원가가 각각 324만 원, 517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올해 운임 원가가 일괄적으로 650만 원으로 책정된 것에 비하면 '컨'별로 세분화되면서 원가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따라 결국 안전운임도 동반 하락될 것이 우려돼 여러차례 관련회의가 개최됐으나, 내년도 운임 시행이 임박해 온 현 시점까지 안전운임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10월말까지 협상이 마무리 돼 연내에는 고시가 됐어야 했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 의견이 대거 반영되면서 원가가 두루뭉술하게 650만 원으로 책정됐으나, 올해 화주들의 이런 저런 의견이 종합되면서 환적이나 내륙운송별로 원가 산정을 제각각하면서 원가가 떨어지게 된 것”이라며, “원가하락이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전운임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운송업체들이 자사 소속 차주들의 화물연대 파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진행한 화물연대의 안전운임 관련 결의대회 당시 사진.
지난 5월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진행한 화물연대의 안전운임 관련 결의대회 당시 사진.

화물연대의 경고파업이 예고되면서 항만업계는 부산신항 삼거리에 파업인력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전운임제와 관련, 화물연대는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투쟁장소를 부산신항 4부두(HMM PSA신항만)와 5부두(BNCT) 길목인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진행해 왔었다.  따라서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되면 선박부족으로 수출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선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 우려된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전국 항만이라고 지칭했지만, 화물연대 본부에서는 지난 파업 당시와 같이 부산신항 삼거리에 몰려와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화물연대측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 장소에서의 집결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경고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경고파업을 어떻게 진행할 지는 현재 논의 중이지만, 일단 파업을 결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은 진행될 것”이라며, “부산신항에 집중 집결하겠다는 것도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한 장소에서의 집결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의 경고파업에 대해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도 안전운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파업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화물연대측이 주장하는 안전운임 삭감과 관련해서는 “내년도 운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