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양 ‘컨’선사, 종합물류 확대 가속화

근해선사, 항만 거점 연계 DP월드식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해야

육·해·공 아우르는 물류부처 신설 필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는 HMM '컨'선박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는 HMM '컨'선박

글로벌 1위선사 머스크는 2018년 ‘앞서간다(Stay Ahead)’ 전략 발표 이후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나아가 화주와 직접 소통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물류패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과거 벌크와 컨테이너를 아우르는 종합 해운선사에서 컨테이너 전용 선사로 전환하고, 이후에는 항공과 포워딩, 철도, 육상운송을 장악함으로써 화주에게 완성된 물류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거 머스크 한국법인측은 국내에서 육상운송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우리의 경쟁사는 아마존이 될 수도, 대한민국의 택배회사들이 될 수도 있다”면서, “우리의 목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에게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의 이러한 정체성 변화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바뀐 무역 트랜드와 맞물리면서 경쟁선사와 항만기업들까지 앞다퉈 종합물류기업으로 확장하는 등 트랜드화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반해, 우리나라 해운정책은 여전히 선복량 증대를 통한 선대 확장이 주를 이루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해운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 2022년, 원양 ‘컨’선사 ‘지난해보다 더번다’ 전망 우세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던 원양 컨테이너 선사들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 원양선사인 HMM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2조5,892억 원이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전년대비 154% 증가한 수치이다.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운임지수(SCFI)도 지난 1월 5,109.60p를 달성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지난 15일 4,228.65p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올해도 컨테이너 해운시황은 여전히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달부터 내달까지는 대형화주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시기로, 스팟운임이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대형화주들의 장기계약 체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 원양선사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이 올해에도 정상화되기 어려운데다, 스팟운임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산업현장의 인력난 등으로 올해에도 여전히 물류대란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팟시장의 운임 상승으로 대형화주들은 내달까지 진행되는 장기계약 에서 3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선사들이 유리한 입장을 고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7월 미국 서안 항만노조(ILWU)의 계약 만료에 따른 고용 협상이 파행으로 이어질 경우 해운시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해 원만한 합의 도출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해운시황이 꺾일 것이란 지난해 전망과 다르게 미 서부 항만노조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항만폐쇄로 이어진다면 운임이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Zero-Covid)’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는 해운시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도시 봉쇄로 공급망 정체가 증가하고 컨테이너선 시장 수급 변동과 해상운임 약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해진공은 “남중국이나 상하이 등 제조업 중심지의 산업 생산 중단이 중국발 수출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등 중국 인근 국가로의 선복 할당 증가는 화물적체 현상을 완화하며 운임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화주와 직접 소통하는 머스크, 해운·항공·물류 수직계열화+디지털 플랫폼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머스크는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M&A와 신규 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과거처럼 굵직한 M&A는 없지만, 중소형 물류회사들을 꾸준히 인수하고 IT 플랫폼을 개발해 실화주와 직접 소통하는 영업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 계열사 머스크 에어 카고를 설립하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10위권 이내 물류기업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해운·항공·믈류를 연결하는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체적으로는 디지털 플랫폼 개발로 화주와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등 글로벌 해운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A 원양선사 관계자도 “2018년 이후부터 머스크는 공급망 통합자로서 전략을 가속화하고 실질적인 공급망 운영 및 통제력 확보를 추진해 왔다”면서, “디지털 플랫폼 개발과 연관산업 M&A 등 ‘처음부터 끝까지(End-to-End)’ 전략으로 공급망 통합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개발한 주요 IT 플랫폼은 ▲머스크 스팟(Maersk Spot) ▲머스크 플로우(Maersk Hlow) ▲트윌(Twill) ▲캡틴 피터(Captain Peter) 등 크게 4가지이다<표참조>.

출처-머스크 홈페이지 및 HMM.
출처-머스크 홈페이지 및 HMM.

세부적으로, 머스크 스팟은 스팟 화물 부팅과 운임격적 플랫폼으로 부킹, 선복, 운임 견적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진행하며 이용화주에는 제한이 없다. 클라우드 기반 공급망 관리 플랫폼인 머스크 플로우는 연간 물량 1,000~2,000개 규모 화주 대상으로 구매주문관리, 부킹관리, 화물추적, 분석기능 등을 제공하며 해당 플랫폼을 통해 타 선사에도 부킹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트윌은 디지털 포워딩 플랫폼으로 해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화주들이 이용할 수 있으며, 연간 물량 1~20개의 영세 화주가 이용 대상이며 해상운송외에 종합물류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리퍼 컨테이너 원격관리 시스템인 캡틴 피터는 컨테이너 이동경로와 내부 온도, 습도, 공기성분 등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며 화주와 선사에 통보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과 포워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량화주와 소규모 화주가 이용하는 플랫폼을 구분해 운영하고 화물 관리가 까다로운 리퍼컨테이너와 운임 견적과 예약을 직접 할 수 있는 등 개발한 플랫폼을 통해 화주와의 접근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머스크가 물류산업 진출 이후 관계가 악화됐던 글로벌 4위 포워더 DB쉥커에 대한 매각설이 제기되면서 관련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일 연정은 국영 철도사인 도이치반(Deutsche Bahn, 독일철도청)의 부채 해결을 위해 DB쉥커를 분사해 매각하는 방안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글로벌 흐름 편승 못하는 '뜬구름 잡기'식 해운정책

글로벌 해운 리더인 머스크가 이렇듯 물류와 해운, 항공을 잇는 수직통합을 주도하고 나아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화주와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국내 해운 정책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6월 해운재건 정책의 성공을 자평하면서, 해운재건을 넘어 해운산업 리더국가로 도약하겠다는 해운재건 후속으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해수부는 해당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해운 매출액 70조 원 이상 ▲원양 ‘컨’ 선복량 150만TEU 이상 ▲지배선대 1억4,000만DWT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글로벌 선사들이 해운을 넘어 물류와 항공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과 선복량 증대만 내세우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머스크가 주도한 해운산업 방향은 한진해운 파산 이전에는 항로별 선대 지배력을 통한 주도권 확보였고, 이후 2018년 ‘앞서간다(Stay Ahead)’ 발표 이후에는 해운을 넘어 물류와 항공을 아우르는 물류패권 확대이다”면서, “2018년 이전이라면 해수부의 해운리더 전략이 맞겠지만, 머스크가 해운 판도를 뒤집어놓고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가고 있는데 2030년에 선복량만 확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물류패권 확대에 이어 디지털 플랫폼 출시로 화주와 직접 소통을 하는 등 영업 접점을 다변화해 물류공룡을 꿈꾸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 해운정책은 글로벌 트랜드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뜬구름 정책’이란 비판이 거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모든 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데, 해운기업인 머스크가 여러 가지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화주들과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이유가 뭐겠느냐”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케이엘넷을 통해 이트랜스드라이빙으로 머스크가 화주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책은 대세와 동떨어진 밑그림을 그려놨다”고 지적했다.

해운리더 전략 발표 이후 업계의 이같은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해수부는 정책방향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글을 올려 비난 여론이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일 해수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운 강국 위한 K-해운 정책은?’이라는 글을 게시하고 “해운 재건의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친환경 전환 가속화, 스마트 해운물류시스템 도입, 지원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게재하면서 플랫폼 개발이나 물류사업 확장에 대한 방향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 종합물류기업 육성으로 글로벌 흐름 따라가는 정책 밑그림 그려야

머스크가 뒤바꿔놓은 해운 판도로 CMA-CGM와 자금이 쌓인 MSC까지 종합물류기업 진출에 가세했는데, 사업방향을 바꾼 것은 이들 해운기업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도 변화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DP월드가 운영하는 부산신항 2부두(PNC) [사진 : PNC 홈페이지]
                                                          DP월드가 운영하는 부산신항 2부두(PNC) [사진 : PNC 홈페이지]

글로벌 탑3 GTO 중 하나인 DP월드는 항만기업에서 유니피더를 포함한 피더선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17위 선사로 도약하고 지난해 10월에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 카고스 로지스틱스를 도입해 해운, 항만, 물류를 연결하는 수직적 통합에 나섰다.

해외 유력 해운물류 전문지는 DP월드가 대형선사를 인수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기존 구축한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 속에서 필요한 지역 선사를 인수하는 것이 비용 경쟁력과 효과성이 낫고 무역패턴 변화로 인해 역내 무역이 과거보다 활발해졌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로컬 선사를 인수했다”고 지목했다.

결국 국내 해운 정책도 원양선사는 육상과 해상, 항공을 연결하는, 근해선사는 항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물류를 연결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해운 전문가는 “원양선사들은 육상물류와 해상, 항공을 연결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가고 있는데, HMM에 배만 무작정 지어줄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정책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면서, “2030년이면 글로벌 선사들은 종합물류기업에서 그 이상을 하고 있을텐데, 선복량만 늘려놓고는 그때되서 현실에 도태됐다고 한진해운처럼 파산시킬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팬데믹 이전 허브 앤 스포크 형식의 공급망이 붕괴되고 소비자가 가까운 곳에 생산지가 옮겨가는 무역 트렌드 변화가 예상되면서 DP월드가 대형선사보다 피더선사를 인수한 것”이라면서, “국내 근해선사도 국내 업체끼리 M&A보다는 국내외 항만 터미널 인수를 통해 항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운전문가도 “머스크가 수십년간 머스크 에어를 통해 여객 운송을 해오다 2005년 매각했는데, 최근에 접었던 항공사업을 화물 운송만 하겠다고 나선 배경에 대해 새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국내에서 전통적인 물류회사들이 택배사업에 전념하고 양대 대형 항공사들의 합병 등 사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는데, 통상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물류패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물류전담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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