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팍로이드 CEO 최근 방한해 HMM 고위관계자 만난 듯 /

'OCEAN', 에버그린 이탈 대비 추가 5년 연장…세계 해운시장 '출렁'

내년 2월 출범을 앞둔 '제미나이 협력(Gemini Cooperation)'이 초대형선 부족으로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하팍로이드 CEO가 한국을 찾아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HMM측을 비밀리에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또다른 해운연합인 '오션얼라이언스'가 멤버간 계약기간을 2032년까지로 연장하는 등 세계 해운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해운항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롤프 얀센 하팍로이드 CEO가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으며, 박진기 HMM 부사장을 비밀리에 만난 후 곧바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CEO는 공식적으로는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제미나이 협력에 따른 설명회를 위해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튿날인 20일 박 부사장과 비공식 미팅을 갖고 출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업계에선 양측의 비밀 면담 배경으로 전세계 얼라이언스 간 복잡한 움직임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단, 지난달 진행된 제미나이 설명회는 해당 얼라이언스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머스크측은 빠진채 하팍로이드 단독으로 진행됐다. 머스크 관계자가 빠진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팍로이드 CEO가 직접 한국을 찾았다는 것은 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당일 설명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제미나이와 관련해 얀센 대표가 직접 부산까지 와서 설명회를 가졌는데, 1시간여밖에 진행하지 않은데다 원론적인 이야기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도 “하팍로이드 CEO가 한국에는 하루 이상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1시간짜리 설명회를 위해 이틀을 있었다는 것은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얀센 CEO가 얼라이언스 관련 HMM의 책임자와 면담을 위해 입국했을 것이란 가능성에 상당 부분 힘이 실리는 이유는 신규 구성되는 제미나이 선대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미나이에서 확보한 1만8,000~2만4,000TEU 초대형선 운용 선대는 머스크 31척(전체 선대 681척), 하팍로이드 9척(전체 선대 273척) 등 총 39척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1위인 MSC가 전체 799척 중 52척 가량을 운용하는데 비해 이들 제미나이 얼라이언스의 초대형선 선대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유럽항로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규제 등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메탄올추진선과 2만4,000TEU급 초대형선이 필요한데, 하팍로이드는 메탄올선이 거의 없는데다 2만4,000TEU급 선박도 부족해 초대형선과 메탄올선 등 친환경연료유 선박 확보가 다급한 것으로 보인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제미나이가 부산항을 기항지에서 대거 제외했던 이유가 2만4,000TEU급 초대형선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이를 의식해서인지 하팍로이드측이 국내에서 입국설명회를 가졌을 것”이라며, “선대규모도 중요하지만 초대형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단독운항이 가능한 경쟁사인 MSC에 비해 초대형선이 부족하다보니 추가 멤버 영입 가능성도 계속 흘러나왔었다. HMM의 경우 제미나이에 부족한 초대형선이 많으니 과거(2M 시절) 전략적 제휴 형태로 멤버 영입을 제안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하팍로이드가 유럽항로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메탄올선도 확보해야 하는데, HMM의 경우 정부 주도의 신조발주가 대거 있었기 때문에 2만4,000TEU급만 12척에 메탄올선도 꽤 많이 발주를 해놓은 상태라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하팍로이드 CEO가 직접 입국해 HMM을 찾는 등 성의를 보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와 함께 또다른 얼라이언스인 '오션얼라이언스'에서 기존 계약기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 5년을 추가로 연장한 이유 역시 하팍로이드의 이 같은 움직임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그린이 오션 계약 종료 후 디얼라이언스나 제미나이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 오션의 다른 멤버사인 코스코(COSCO)와 CMA-CGM에서 에버그린과의 결속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2032년까지로 추가 연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에버그린이 지금 현재로서는 오션얼라이언스 내에서 입지가 약하지만, 향후 인도받을 선박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CMA-CGM과 코스코측에서도 에버그린의 이탈을 우려했을 것”이라며, “하팍로이드도 선박이 아쉬워 개별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과 함께 디 얼라이언스측에서도 에버그린을 비밀리에 만났을 가능성이 큰데 이러한 상황을 감지한 코스코와 CMA-CGM측에서 에버그린에 아쉽지 않은 제안을 해 발을 묶어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HMM측은 얀센 CEO와 박 부사장과의 면담 사실에 대해 일단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HMM 관계자는 “하팍로이드 CEO는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초대형선 명명식 때문에 입국한 것으로 들었다”며, “박 부사장과의 면담은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이같은 설명과는 달리 지난달 29일 열린 하팍로이드의 선박 명명식에 얀센 CEO는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업계는 이러한 세계해운 흐름에 비춰볼 때, 초대형선과 친환경선박이 부족한 제미나이의 한 축인 하팍로이드를 이끌고 있는 얀센 CEO가 HMM측 인사를 만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과거 머스크측은 HMM의 2만4,000TEU 12척 등 초대형선 발주를 두고 미국 유수의 경제지에 ‘미친 짓’이라고 평가한데다, HMM측도 머스크를 비롯한 2M과의 전략적 협력에서 받은 차별로 인해 쌓인 앙금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9년 4월 월스트리트저널은 2M측 입장을 대변해 “HMM(당시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선 20척으로 2M 경영진은 분노했다”며, “2M 고위간부는 이러한 선박발주를 ‘미친 짓(Nothing less than crazy)’이라고 비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