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전세계적으로 노동력이 가장 싼 편인 중국의 항만보다 국내 항만에서의 하역료가 더 쌉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한 항만 전문가가 국내 컨테이너 항만하역 현실을 두고 한 말이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컨테이너 하역업계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더 이상 하역료가 내려갈 경우, 자칫 ‘컨’ 하역시장 붕괴로까지 치닫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업체 및 단체에 따르면, 현재 ‘컨’ 하역료는 평균 4~5만 원 선으로, 이는 중국 하역료(8~10만 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시장을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정책적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업체 간 과열경쟁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행 항만법에 따르면, 정부가 인가하는 항만하역요금표가 있으나, 지난 2005년 정부의 규제완화조치 이후 ‘컨’ 전용 부두를 이용하는 경우 신고제로 바뀌었다.

신고제의 경우, 적정 가격이 없다보니 하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신고된 요금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 부두 운용사들은 자연히 가격이 싼 하역업체를 선정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하역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역료가 떨어지면 인건비도 비례해서 떨어져야 하는데, 인건비는 그대로라는 점도 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하역 인력 대부분이 항운노조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역업체 관계자는 “하역료가 떨어져도 노조의 항의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만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업계는 그동안 하역업계 스스로 적정 요금을 받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이미 형성된 시장 분위기에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한다.

정부에서도 신고제를 강화하려던 시도는 있었지만, 현재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4~7월까지 선사와 컨테이너 부두 운용사가 회의를 했으나,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규제완화가 한번 됐던 부분이라 재조정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당장의 대책마련은 없다는 것이다.

항만분야 전문가도 “정부에서 먼저 가서 그렇게 해달라고 한 게 아니라 자기들이 먼저 경쟁하면서 가격을 인하시킨 건데,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지 않냐”며 “정부 측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컨’하역시장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업계 스스로에 있다. 하지만, 신고제로 전환된 후 ‘컨’하역시장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에 비춰볼때 정부에게도 분명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적당한 강제집행은 국민이 국가의 틀 안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더 이상 ‘컨’하역시장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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