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물류 메카’ 이제부터 시작이다”

- 안정권 접어든 영남권물류기지…IFT 임대율 92%
- 리파이낸싱 성공으로 사업 재구조화 박차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칠곡)] 봄볕이 따사롭던 지난 4월 초, 1년 5개월 만에 영남권 내륙물류기지를 다시 찾았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자리잡고 있는 영남권 내륙물류기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CY에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들이 눈에 띄었다. 철도인입선 옆 CY에는 출고를 앞둔 승용차 수 천여 대와 비료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집배송센터와 화물취급장도 입주업체의 물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014년 10월 당시에는 물류기지 정상화를 위해 한창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 물류산업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물류기지를 운영하는 영남복합물류공사의 사업정상화를 위한 리파이낸싱도 지난해 말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자금흐름도 안정적으로 전환됐다. 최철기 영남복합물류공사 사장은 “지난 2014년에는 배송센터의 평균임대율이 53%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82%에 이어 현재는 90%를 넘어설 정도로 안정권에 진입했다”며, “기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리파이낸싱 작업도 원활히 완료됨에 따라 사업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오후 5시 물류기지에 도착했다. 총선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인지 자동차 라디오에서는 연신 선거관련 방송이 나왔지만, 영남권 내륙물류기지 인근에서는 선거열기를 찾기 힘들 정도로 조용했다. 읍내는 후보들의 선거유세로 시끌벅적 하겠지만,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 물류기지의 오후는 한적하기까지 했다.

물류기지 출입구를 기준으로 철도인입선 우측에 위치한 CY에는 컨테이너가 아닌 출고를 앞둔 H사와 G사의 자동차 수천 대가 늘어서 있었고, N사의 비료 수만 포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일반적으로 CY에는 컨테이너가 적재돼 있어야 하지만, 지난해 말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자동차와 비료가 컨테이너를 대신하고 있었다.

유가가 바닥을 쳤지만, 철송을 위한 지원금은 오히려 줄어들자 비용에 부담을 느낀 철도운송업체들이 화물을 트레일러로 운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년 5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유정호 영남복합물류공사 상무는 “지난해까지는 블록트레인(BT, 정기화물열차)이 운행돼 1만 3,000TEU가 넘는 컨테이너 물량을 처리했지만, 지난해 말을 마지막으로 열차가 운행되지 않는다”며, “이전에는 컨테이너와 완성차를 CY에 보관했지만, 올해부터는 열차를 이용하겠다는 업체가 없어 컨테이너를 유치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철도를 이용하는 업체가 없어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공사측은 대안으로 완성차 유치를 위한 영업을 강화했다. 3만 2,000평에 달하는 CY를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존에도 출고를 앞둔 자동차를 위한 출고장으로 CY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화물열차 중단으로 이를 확대한 것이다. 최근에는 한 비료업체가 비료를 보관할 수 있는 야적장으로 CY의 일부를 활용하고 있었다.

유 상무는 “한정된 공간에서 매출을 높이려면 부지활용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CY의 일부는 현재와 같이 자동차나 비료 등의 제품을 야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철송이 다시 활성화 되면 컨테이너를 유치할 계획이며, 일부 부지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3자물류(3PL)나 중고상용차 매매단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상용차매매사업자는 CY 한쪽 가장자리 1,000평 규모를 임대해 매매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올 상반기까지는 시범운영을 한 후, 반응이 좋으면 하반기부터 매매사업자를 본격 유치할 예정이다.

- 국가물류기지로서 위용 드러내

CY의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IFT(배송센터, 화물취급장)는 오후에는 작업량이 거의 없어서인지 유통업체인 C사를 제외하고서는 작업장 대다수가 한산했다. 저녁부터 11t 윙바디 대형화물차를 필두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화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새벽 5시까지 작업에만 집중해야 한다. 때문에 오후 7시 이전에는 물류기기나 장비를 손질하거나 간단한 창고업무만 하고 있었다.

현재 IFT에는 C사와 F사가 입주해 보세창고 등 복합센터로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에서부터 외국계 기업까지 다양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공사측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IFT의 임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1년 IFT의 임대율은 16%에 그쳤다. 임대가능면적 4만 4,017평 중 6,967평만 임대를 준 것이다. 2010년 개장 이후 사실상 물류기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했었다. 매년 임대율이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2013년 말 기준 40% 밖에 되지 않는 등 물류기지의 절반도 활용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영업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IFT의 연간 임대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2014년 62%에 이어 지난해에는 86%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올 들어서도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 말 기준 임대율은 92%에 달한다. IFT가 건립 당시의 취지에 맞게 국가물류기지로서 위용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유 상무는 “화물취급장은 복합화물터미널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단순 보관창고에서 택배업체의 물류터미널 기능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집배송센터는 안정적 고정 고객사를 확보해 임대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는, “사실상 IFT 운영은 정상화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회사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전 직원이 합심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올해부터는 영업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매출 100억 돌파…리파이낸싱으로 안정적 사업기반 확보

IFT의 높은 임대율과 ICD의 차고지 전환은 매출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이 창사 이래 최초로 100억 원을 넘어섰다. 2014년 73억 원에서 41% 증가한 103억 원을 달성했다. 2013년까지 금융권 대출 이자를 부담하기에도 버거워 했던 영남복합물류공사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전 직원이 합심해 위기를 돌파해 내자 금융권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업초기 극심한 사업부진으로 채무 불이행 소문까지 돌았던 영남권 내륙물류기지는 이내 금융권과 리파이낸싱을 추진하며 새로운 기회를 얻어냈다.

영남복합물류공사는 정부 및 신용보증기금, 시중은행들과 함께 지난해 말 리파이낸싱을 완료했다. 자금제공의무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건설출자자들의 지분을 정리하고, 추가대출을 통한 금융 및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자금 재조달 추진을 완료한 것이다. 이로써 영남복합물류공사는 안정적인 원리금 상환구조를 마련, 향후 매출증대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최철기 영남복합물류공사 사장은 “리파이낸싱이 마무리 되면서 안정적인 회사운영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장 크게 바뀐 점”이라며, “지금까지 기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전직원이 합심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매출증대와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최철기 (주)영남복합물류공사 사장

“영남권 내륙물류기지 활성화 위해 신사업 본격 추진”
리파이낸싱 통해 재정 불안정 해소
ICD 축소 등 기능 재조정 불가피

 
“지난 1년간 진행돼 온 리파이낸싱이 최근 마무리 되면서 회사가 정상화됨에 따라 이제부터는 새로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철기 영남복합물류공사 사장의 얼굴표정은 1년 5개월 전보다 조금 더 편안해 보였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한데다, 회사의 가장 큰 숙제였던 리파이낸싱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 100% 만족할 순 없겠지만, 나름 잘 마무리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철기 사장은 “자금제공의무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건설출자자들의 지분이 정리돼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회사도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지난해 말 리파이낸싱이 마무리 됐는데.

▲ 이번 리파이낸싱으로 자금제공의무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건설출자자들의 지분이 정리됐다. 또 추가 대출을 통해 금융 및 사업을 재구조조화 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사실상 법정관리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리파이낸싱이 완료되면서 숨통이 좀 트이게 됐다. 때문에 올해부터는 좀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자금을 재조달하는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정부 주무부서에서 많이 도와줬으며, 특히 신용보증기금이 큰 역할을 해줬다. 리파이낸싱에 참여해 준 시중은행에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지속적인 매출 신장이 리파이낸싱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어떻게 조건을 만들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속적인 매출 신장은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업의 성공가능성이 보여야 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려줄 것이 아닌가. 아시다시피 기지가 완공된 후 초창기에는 매출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저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열심히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이제는 물류기지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3~4년 간 노력한 것들이 헛되지 않아 나름 괜찮은 조건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 1년 5개월 만에 다시 물류기지를 찾았는데,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

▲ 그런가(웃음). 2014년보다 좀 더 많이 나아졌을 것이다. IFT는 기존 입주업체 외에도 지난 1년여 동안 L택배와 F사 등 신규로 업체를 유치해 화물취급장 본래의 용도에 좀 더 맞게 운용하고 있다. 또 대형고객사를 유치함으로써 배송센터 임대율도 2014년 53%에서 지난해에는 82%로 크게 올랐다. 다만, ICD는 본래의 기능이 약화된 것이 좀 아쉽다 할 수 있다.

- 철송 중단으로 CY에 컨테이너가 들어오지 않고 있던데.

▲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철송이 중단됐다. 유가가 오르면 철송이 경쟁력이 있지만, 현재 유가가 바닥을 치고 있어 트레일러 운송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철송을 장려하려면 현 상황에 맞춰 지원금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철도 이용을 꺼리고 있는 것 같다. 물류기지에서 지난해 총 1만 3,700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는데, 이중 철송비율이 88%에 달했다. 업체가 철송을 꺼리면 기지 내 ICD 기능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철도가 중량물 수송에는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철송 고객사를 재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좋지 않다.

- ICD 기능이 축소된다면 이에 맞춰 사업 재조정이 불가피 할텐데.

▲ 맞다. 3만평이 넘는 부지를 놀릴 수 없어 부득이하게 자동차 출고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CY는 컨테이너를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에 맞게 CY의 운용에 대해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ICD의 기능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CY가 좀 축소돼야 한다.

- 물류기지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계획은.

▲ 우선 IFT는 임대율을 100% 가까이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단기계약이 아닌 장기계약을 이끌어 냄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다국적 유통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PL사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신규사업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ICD에는 칠곡군과 연계해 산업단지 수출입 화주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와 같이 자동차 출고장으로도 일부 활용하겠지만, 중고상용차 매매단지 및 제조판매시설을 유치하는 등 보다 다양하게 부지를 활용하고 싶다. 유통시설 건립을 위해 유통업체와 부지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영남복합물류공사의 향후 비젼을 제시해 달라.

▲ 이제 사업이 정상화 된 만큼 일단 올해는 내실을 보다 탄탄하게 다지는 한편, 신규사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는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사업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사실 3년여 전, 회사에 오면서부터 이미 물류기지를 어떻게 운영할지 연도별로 스케줄을 구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살아남기 위해 단순히 임대업에만 치중했는데, 이제부터는 다이내믹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규사업을 스케줄대로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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