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화물만 1천만TEU 처리…전체 ‘컨’처리량의 절반 이상

- 터미널 공급보다 안정적 성장에 정책 포인트 맞춰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지난해 말 컨테이너 처리량이 2,000만TEU를 넘어설 것 같았던 부산항이 1,943만TEU를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던 물동량이 연말 즈음에 주춤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주목할 점은 환적화물의 증가세이다. 부산항은 지난해 환적화물 처리량만 1,000만TEU에 달한다. 이에 해수부도 지난해 7월 부산항을 세계 2대 환적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특화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해수부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단계적으로 신항에 일원화하고 환적 경쟁력을 극대화해 신항을 환적거점항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부산항이 세계 6위, 환적으로는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3위인 글로벌 항만임에도 한국형 글로벌 터미널사를 만들지도,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들이 안정적인 것도 아닌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항만은 글로벌 탑10에 드는 선진항만인데 운영사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환적화물은 언제든지 선사들의 의사에 의해 다른데로 갈 수 있는 화물인데 세계 2대 환적거점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업계의 소통부재로 인해 잘나간다던 부산항도 지금이 위기라는 것이다.<편집자 주>

- 부산항, 휘발성 강한 환적화물 의존도 너무 높아

지난해 부산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화물 1,943만TEU 중 환적화물은 1,000만TEU를 처리했다. 물동량의 절반이상이 환적화물이다. 정부나 부산항만공사(BPA) 입장에서는 외화벌이 등을 이유로 환적화물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수출입화물이 고정된 화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다, 최근 제조업 침체로 수출실적 저조로 환적화물 확보에 더 열을 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환적화물이 얼마동안 부산항에 머물 수 있냐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항의 환적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단연 2M때문이라고 한다. 2M 소속의 MSC는 중국 닝보항에 자사가 투자한 터미널이 있다. 이 때문에 2M 결성 후 환적허브를 닝보항으로 옮길 것이 우려됐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됐다. 이유는 MSC가 중국에서 내항수송(카보티지)을 몰래해왔던 것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적발돼 제재 받을 것을 우려해서였다고 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의 내항수송을 외국선사에게 개방하지 않는데 MSC가 이를 남모르게 해왔었다고 한다”며, “MSC가 이같은 사실이 중국 당국에 알려지면 제재 받을 것이 우려돼 닝보에서 환적항을 부산항으로 옮겨 지난해 부산항 환적화물이 늘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항만 당국이 환적화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MSC의 카보티지 문제가 해소되면 2M은 언제든지 다시 닝보로 갈수도 있을 것”이라며, “환적화물은 그 특성상 휘발성이 강한 화물인데 부산항의 환적물량 의존도가 너무 높은데다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적화물의 이탈에 대해서는 싱가포르항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세계 2위인 싱가포르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대비 8.7% 하락한 3,902만TEU를 기록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6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같은 마이너스 성장세의 주요 원인은 2M의 머스크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003년 싱가포르 인접국가인 말레이시아가 서부항만을 개발하면서 싱가포르항 인근인 탄종 펠레파스항을 환적전용항만으로 개장함에 따른 것이다. 탄종 펠레파스항은 현재 머스크와 에버그린이 환적항만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싱가포르항의 물동량 하락세가 이같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업체 관계자는 “원양선사들은 항만 기항을 선택할 때 지리적 여건 등 이런 요인보다는 자사가 투자한 터미널에 기항한다”며, “싱가포르항의 물동량 하락세는 해당 항만을 운영하는 PSA가 몇년전 머스크의 이탈을 막았어야 했는데 이를 막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머스크가 PSA의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는데, 말레이시아 정부 측에서 인근의 탄종 펠리파스항을 개발하면서 이곳에 머스크의 투자유치를 받아내 결국 머스크가 환적항만을 바꾸게 된 것”며, “환적화물은 선사의 기항지 변경에 따라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는 화물인만큼 PSA측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후회해 이후 터미널 지분에 APL이나 MSC 등 외국계 지분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부산신항 외국적선사 지분 참여, CMA CGM이 유일

환적화물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선사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과 시장의 수요에 따른 화물이다. 시장에 수요는 선사에서 따라 오는 것이지만, 선사 본인이 환적항만을 바꾸겠다고 하면 답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선사들이 직기항 서비스를 많이 하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대형선사들도 소규모 항만까지 직기항 서비스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 환적물량에 대해 예전만큼 의미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항만 개발 계획에는 환적물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산항에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며 터미널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부산신항은 5개 터미널이 있으며 2019년 2-5단계, 2020년 2-4단계를 차례로 개장할 예정이다. 최근 부산항의 물동량 증가세가 추춤한데다 휘발성강한 환적화물 처리량을 맹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2019년과 2020년 연달아 2개 터미널을 개발해버리면 부산신항도 북항처럼 공급과잉이 올 수 있다”며, “BPA가 해수부에 2곳 중 한곳의 개장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피력하고 있으나,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싱가포르항 사례처럼 부산신항에 외국적선사의 지분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환적화물 수요 예측에 부정적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부산신항 터미널에 외국적선사 지분 투자는 BNCT의 CMA CGM이 유일하다.

항만업체 관계자는 “신항에 외국계 지분 투자가 너무 많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외국계 지분도 나름인데 우리도 물동량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적선사의 투자 유치를 받아냈어야 하는데 M사같이 돈만 밝히는 업체가 들어와 있으니 문제”라며, “선사의 기항지 선택에 자사의 지분투자 여부가 주요 요인인데 신항에 글로벌 선사의 지분이 별로 없어 중국 당국이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환적물량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환적화물 증가에 따라 항만 미래를 설계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에서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환적화물을 붙잡기 위한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그럼에도 환적화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2019년과 2020년 연달아 2개의 터미널을 개장하는 것은 결국 항만산업이 현재보다 더 망가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정부·BPA, 화물유치보다 항만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부산항의 가장 큰 문제점은 터미널 운영사 난립이다. 부산항은 현재 북항에 4개사, 신항에 5개사로 총 9개사다. 이중 북항은 오는 6월까지 1개사로 통합을 추진 중에 있어 차치하고라도 신항 운영사도 적지 않다.

터미널 운영사 과다로 인한 대표적인 문제는 터미널간 환적화물 이동 처리가 원활하지 않는 ITT이다. ITT는 타부두간 환적화물 처리에 대해 공용도로를 이용해 화물을 이동시키는 등 비용과 시간이 들어 선사들의 불만요소다. 최근 BPA에서 신항의 다목적부두와 자동차부두에서 ITT 지원을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지만, 성공여부에 대한 업계 반응은 반신반의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ITT문제는 신항 터미널이 여러 곳이라서 발생하는데 터미널끼리 서로 연계할 이유도 없고 연계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상황이라 이 피해를 선사들이 보는 것”이라며,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BPA와 업계간 논의가 됐지만 잘 안됐었는데 이번에 다목적부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도 솔직히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신항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PSA 부두간 ITT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BPA의 이번 정책이 성공하면 단계적으로 부산신항 전체에 도입할 수 있어 바람직한 방향이다”며, “어찌됐든 터미널 사 입장에서도 신항의 ITT 문제는 해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운영사 과다는 물량유치 과당경쟁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신항에서도 과거 북항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요율경쟁을 했었던데다, 타항만 전역에서도 이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항도 북항처럼 장기적으로 운영사를 통합하는 플랜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예종 BPA 사장도 “신항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신항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신항도 과거 북항 물량 유치를 위해 터미널사에서 과도한 요율경쟁을 했었던적이 있었고 지금도 상당히 회복된 상황이지만, 높은 수준도 아니다”며, “북항의 위기가 터미널간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인데 신항도 언젠가는 이러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터미널 운영사의 개수를 줄이는 형식으로 과도한 경쟁을 막아야 한다”며, “BPA와 정부에서는 북항 통합이 마무리되면 신항 통합에 대해서도 장기플랜을 마련해놓아야 북항과 같은 상황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업계의 적정 하역처리 능력에 대한 간격 차이를 줄이고 정부도 터미널 개발에 주력하기보다 현재 터미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보는 신항의 1개 선석당 적정 처리능력은 46만TEU이지만, 업계는 80만TEU 이상으로 보고 있어 괴리가 크다. 정부의 낮은 처리능력 반영이 터미널 개발을 부추기면서 공급과잉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항만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보는 처리능력이 차이가 너무 커 2~3년전 이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하라고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해수부가 무슨 문제에선지 용역결과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정부가 처리능력 수치를 일부러 낮게 잡아 여기저기 부두를 개발하면서 공급과잉을 조장해 항만시장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니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부산신항에 터미널이 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크레인을 더 설치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선석당 하역생산성을 늘려 선사에게 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도 “물량이 넘치는 문제는 터미널 바깥쪽에 공간을 만드는 형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등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일시적 수요가 생겼다고 터미널을 개발하기 보다는 해수부에서 조차 따로 노는 해운과 항만정책을 공동으로 접근해 유연성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 항만물동량 좌우하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재편 가능성은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M&A로 4대 얼라이언스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3위 선사인 CMA CGM이 APL을 인수 중인데다 중국의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이 합병하면서 각기 다른 얼라이언스 소속으로 영업을 해왔던 얼라이언스 구도가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1일 차이나코스코쉬핑과 에버그린, OOCL, CMA CGM이 새로운 얼라이언스인 오션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기존 O3에 속해있던 UASC와 CMA CGM이 인수하는 G6의 APL의 향후 참여 여부는 알 수 없지만, APL의 경우는 합류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APL이 원래 미국회사였는데 싱가포르 NOL에 매각돼 다시 CMA CGM에 인수되는데 미국서비스가 많아 이에 대해 미국 당국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아직 승인이 난 상황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승인받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CMA CGM이 APL에 대해서는 3년동안 회사를 그대로 두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기 때문에 두 회사는 개별적으로 운영되면서 APL은 오션에 속하지 않을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항만업체 관계자는 “오션얼라이언스가 미국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CMA CGM에서 적극적으로 APL을 합류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아직 인수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데다 올 연말까지라서 딜이 중간에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얼라이언스의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남은 선사들이 하나로 합쳐진 신규 얼라이언스가 탄생할 전망이다. 단, 선사들이 기존 G6나 CKYHE처럼 5~6개 선사로 구성된 얼라이언스 체제가 이전 3~4개 업체들끼리 얼라이언스를 구성했을 때보다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남은 선사들끼리 새로 얼라이언스를 구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한 항만업체 관계자는 “내년부터 2M과 O3 양강구도로 얼라이언스가 재편되면서 G6와 CKYHE의 남은 선사들이 하나로 합쳐 얼라이언스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얼라이언스 자체가 덩치게임을 하고 있는 추세에 달리 방법이 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업계 관계자는 “G6에서 변수인 APL을 제외하고라도 4개사(하팍로이드, MOL, NYK, 현대상선)에 GKYHE의 3개사(K라인, 양밍, 한진해운)까지 합쳐지면 7개사인데 기존 5~6개 선사도 커버하기 어려워했는데 이를 겪어봤던 선사들이 이렇게 많은 선사들을 모아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몇달전 현대상선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G6에서 현대상선을 제외시키고 G5로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는 본인들도 선복이 넘치니까 현대상선이 빠지는 편이 오히려 나으니 그런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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