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지난 2년간 선장없이 표류해 온 한국해운조합의 3차 이사장 공모가 마무리됐다.

이번 공모에는 정치권, 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8명이 도전했다고 한다. 공모를 진행하면서부터 해양수산부에서 모 인사를 염두해두고 있다느니, 누가 누굴 밀어주느니 하는 등 여러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갖가지 루머가 제기되고 있지만, 늘 그렇듯 이사장 선출은 조합의 대의원들 몫이다.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자는 적격심사위원회에서 필터링 작업을 하고, 이를 통과한 후보들에게 정당한 한 표를 행사하면 된다.

다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새 이사장이 선출되면 정체돼 있는 해운조합에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태로 불거졌지만, 사실 해운조합은 정체된 조직으로서 문제점이 켜켜이 쌓여있다.

해운조합의 한 회원사 관계자 “하루이틀 일도 아니지만, 조직이 공무원보다도 더 한 철밥통이다 보니 때가 되면 승진이 되고, 일도 하는 직원들만 한다”며, “내부 사정이 이러니 입김 좀 쎈 이사들이나 대의원들에게 잘보여 승진하고 자리보전만 하려고 하지, 뭔가 해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장이 없었던 지난 2년여 동안 이같은 문제점들은 더욱 도드라졌다. 이사장 선임이 두차례 무산되도, 국감에서 조합의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도, 바꾸려고 하는 사람도 바뀌는 것도 없다보니 어느 누구도 책임질만한 업무를 맡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무원보다 더한 ‘철밥통’으로 가만히 있으면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이사장 선임 후 있을 경영본부장 공모를 위해 오는 7월 정년이 되는 조합 내부 A실장이 해당 자리로 승진하기 위해 벌써부터 대의원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해 12월 진행했던 경영본부장 공모 당시에는 현직 내부 실장급이 아무도 출마하지 않았는데, A씨가 정년이 코앞에 다가오자 열일 제쳐두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는 정년이 7개월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자리에 서둘러 나올 이유가 없었지만, 정년이 당장 다음달이니 위험요소가 더는 없겠다는 생각에 출마 준비를 하는 모양”이라며, “본인이 정작 조합의 미래를 생각했다면 정년이 얼마나 남든 12월에 출마를 했을텐데 그것보다는 보장된 자리는 지키고 싶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러한 해운조합의 조직 문제를 바로잡고 개혁하기 위해서는 공기업과 같이 경력직 직원 채용을 활성화하고 강력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을 하는 직원과 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경력직 채용을 시도했으나 한두명 뽑는데 그치다 보니 기존 조직원들이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텃새를 부리는 통에 결국 적응 못하고 퇴사해버렸다”며, “종전처럼 경력직을 한두명씩 뽑을게 아니라 여러 명을 채용해 직원들에게 경쟁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도 공기업보다 더 필요한 곳이 해운조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입사부터 정년까지 별다른 실적이 없어도 정년이 보장되면서 전 조직원들 사이에서 일 많은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간 업무 격차가 큰데다, 외부에서도 ‘해운조합은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조합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조합에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며, “평가 주체에 대한 논란은 외부 기관이나 조만간 도입될 사외이사들에게 맡겨도 되는 만큼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통과된 해운조합법에 이사회 의장을 이사장으로 하고 외부의 감시 권한을 갖는 사외이사를 도입하는 등 해운조합이 투명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조직 내부 개혁을 위해서는 이러한 내용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새로 선임될 이사장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경력직 채용’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내부 개혁이 없는 해운조합은 연안해운의 발전도, 모범기관으로의 성장도 없다.

덧붙여 해수부가 지난 1월 2차 이사장 공모 당시와 같이 이미 서류 적격 심사를 통과한 당선자를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 해프닝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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