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이 극적으로 2M에 가입했지만, 가입기간 3년 동안 신조 발주를 못하게 되면서 정부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하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국내 조선사에 신조 발주를 지원함으로써 조선 및 해운산업을 동시에 일으켜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바 있다. 하지만, 이번 2M측의 신조 발주 금지 조건으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상선은 2M에 자사 선박 투입없이 선복교환만으로 2M+H라는 형태로 승선했다. 2M의 두 회사인 머스크와 MSC는 세계 1, 2위 선사로, 선대규모 면에서 현대상선과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현대상선측 입장에서는 이번 2M+H 형태로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선복량이 높은 선사에 맞대응해 굳이 필요하지 않은 항로에 선박을 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M측이 현대상선에 신조발주 금지 조건을 내건 이유로는 이미 초대형 ‘컨’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와 MSC가 선복과잉으로 인한 글로벌 ‘컨’선 시장에 추가 초대형선이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2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대형 ‘컨’선을 발주하겠다는 정부가 머쓱하게 됐다. 지난 수년간 전세계 해운시장이 암흑기를 걷고 있었던 주요한 이유가 선복량이 넘쳐났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이 같은 발상은 해운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에 2M측은 우리 정부가 현대상선에 지원키로 했던 신조발주 프로그램을 2M 가입기간인 3년간 막아 놓았다. 이러한 참여방식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얼라이언스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협상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라이언스내에서 주도권은 곧 선복량이 높은 선사들이 잡을 수밖에 없다”며, “2M양사 모두 현대가 가지고 있는 1만 3,000TEU보다 훨씬 큰 선박을 10척 이상씩 운항하고 있는데, 이미 G6내에서 주도권 없는 선사의 어려움을 경험한 현대로서는 선복교환으로 영업력을 유지하면서 내실을 키우는게 나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세계 ‘컨’선 시장의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글로벌 5위선사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발상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을 법정관리 보낸 이후 ‘해운산업 경쟁력 방안’을 통해 신조 발주를 통해 현대상선을 한진해운보다 더 큰 회사로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복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화물을 끌어들이는 영업력이 있다는 것인데, 무작정 초대형선을 쥐어주면 그 배에 채울 화물은 어디에서 끌어오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현대상선의 현실에 맞는 플랜이 하나도 없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원양 ‘컨’선사 육성의 가장 첫 번째 사항이었던 초대형 ‘컨’선 발주가 현대상선이 2M에 승선해 있는 동안은 물 건너 갔으니 정부가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판이다.

공교롭게도 대만과 일본은 초대형선 발주에 초점을 맞췄던 우리나라 정부 정책 발표 하루 이틀 뒤 연이어 자국 선사들을 통합한다고 공표했고, 2M 멤버인 머스크는 독일의 함브르크 수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정부나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덩치를 키우고 국내 유일 원양 ‘컨’선사를 만들어야 했다면, 글로벌 트렌드에 맡게 역량이 떨어지는 항로에 강점이 있는 선사를 현대상선에 붙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의 해운정책 트렌드가 초대형선박 발주가 아닌, 해당 선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M&A이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나 산은 스스로 ‘컨’선 시장이 내년까지 어려울 것이라고 만천하에 공표해 놓고, 취약항로를 커버할 수 있는 M&A가 아닌 초대형선박 신조 발주로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2M 선복교환이 ‘반쪽짜리 라느니, 정식가입 이라느니’ 하며 말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없이 현대상선 혼자 힘으로 이정도 이끌어 냈다는 점은 높게 평가 받을만 하다.

현대상선은 정부 자금지원 없이 현대증권 매각대금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만, 한 달에 1,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고 있다. 산은이 현대상선에 3,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는 하나, 이는 롱비치터미널 인수자금에 쓰여질 예정이다. 2M에 가입은 했지만, 현대상선의 앞날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진단과 대처방안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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