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우리 국민들의 택배 사랑은 해를 더할수록 깊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상자가 20억 상자를 넘었습니다. 지난 2013년 15억 상자를 돌파한 이후, 불과 3년 만에 5억 상자가 더 늘어난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2,000만 가구라고 할 때, 한 가구당 연 평균 100회 가량 택배를 이용한 것입니다.

택배를 받아볼 때면 늘 기쁩니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그럴 것입니다. 쇼핑몰이나 홈쇼핑에서 내 돈 주고 산 물건이 택배로 오면 마치 선물을 받는 듯 착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어느덧 택배는 우리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택배를 받아볼 때면 택배기사와 얼굴을 마주칠 경우가 많습니다. 택배기사의 얼굴표정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늘 바쁩니다. 물품을 전달해주기가 무섭게 돌아서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택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택배기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불만을 제기하는 것보다는 격려를 해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든 택배기사만큼만 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택배업무는 고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 택배기사들이 지난달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CJ대한통운 기사들을 주축으로 ‘전국택배연대노조’를 조직한 것입니다. 택배업계로부터 받고 있는 각종 불편부당사항들을 고발하겠다고 직접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택배업계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이들을 노사협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택배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격화될수록 택배기사들의 배송수수료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평균수수료가 박스당 1,000원에서 현재 700원 대로 추락했습니다. 이는 배송기사들이 더 많은 물품을 배송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격화될수록 배송기사에 대한 대접(?)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배송기사들의 처우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 같습니다. 수수료가 더 이상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해가 지나면 50원씩 100원씩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택배기사들에게 50원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하루 200박스를 배송한다고 가정하면 일당이 1만 원 줄어드는 것입니다. 한 달(25일 근무)로 계산하면 25만원입니다.

지난달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택배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4조 3,438억 원) 대비 9.22% 증가한 4조 7,444억 원이었으며, 물동량 또한 12.7% 늘어난 20억 4,666만 박스 였습니다. 매년 그렇듯이 매출액과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평균단가는 여전히 바닥을 향해 직진했습니다. 박스당 단가는 전년(2,392원)에 비해 3.09% 떨어진 2,318원이었습니다.

박스당 단가는 택배기사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택배회사는 이 단가를 중심으로 비용 및 이익을 산출하기 때문에 단가가 떨어지면 기사들이 받는 배송수수료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03년 3,280원으로 정점을 찍은 평균단가는 이후 13년째 매년 하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택배기사들이 받는 배송수수료 역시 1,000원에서 700원 대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배송기사 입장에서는 한 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택배시장이 커지면 해당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떤 택배업체도 배송기사들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배송기사 역시 업체가 없으면 일자리도 없습니다. 때문에 서로 상호 접점을 찾아가야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그 접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택배업체가 드론을 이용해 배송한다면 배송기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지 않겠느냐고도 합니다. 그런데, 드론을 활용할 수 있기는 할까요? 취재를 다니다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헛웃음만 나옵니다. 국토가 산과 건물로 뒤 덮인 대한민국에서 ‘드론택배’라니. 어떻게 정부에서 ‘드론택배 상용화’라는 발상이 나올 수 있는지, 정말 가능한지 앞으로도 지켜볼 것입니다.

현 시점이든 가까운 미래 어느 시점이든, 적어도 반세기 이내에 택배업체와 택배기사의 공생관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타까운 점은 작금의 택배시장 구조에서는 택배업체도 택배기사도 더 이상 양보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택배업계의 이익률은 각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C2C(개인택배) 전문업체를 제외한다면 대체적으로 3% 수준입니다. 평균단가가 2,318원이니, 박스당 69원 가량이 택배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시 지난해 택배물동량 20억개에 대입해 보면 택배업계는 지난해 1,380억 원 가량의 이익을 가져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업체별 시장점유율에 따라 수익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이를 근거로 할 때 시장점유율이 48%에 달하는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해 약 65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6년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16개월 동안 전국 200여 개 크고작은 터미널에 자동분류기를 도입하는데 1,227억 원을 투자합니다. 자동분류기 도입에 1년 수익의 2배를 재투자 하는 것입니다. 다른 업체도 올해부터 자동분류기 도입을 위해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택배업체는 수익을 내면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물량이 늘어나면 원활한 배송을 위해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때문에 현재의 수익률 3%는 최저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수익이 떨어지면 재투자가 불가능해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쟁이 더욱 격화된다면 수익률은 더 떨어지겠지만, 택배업계의 속내는 3% 만큼은 유지하고픈 심정일 것입니다.

택배기사 입장에서도 현재의 배송수수료 700원 이하로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1일 평균 150박스 배송을 기준으로 한다면 하루 10만 5,000원을 벌 수 있습니다.(물론 집하료는 별도입니다) 이를 한 달 평균근무일수인 25일로 환산하면 262만 5,000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집하료 등을 포함하면 대략 300만 원 가량이 한 달 수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중 유류비와 점심값 등 비용을 제외하면 150~230만 원 가량이 순수입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참고로 올해부터 4인가구 기준 월 소득 134만 원 이하면 생계보조비가 지급됩니다. 하루 평균 150박스 이하의 물량을 배송하면 자칫 생계보조비를 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 6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15시간을 근무해서 번 수입이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업체에서는 300~400박스를 배송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택배기사 역시 현재에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단가 인상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택배기사도 택배회사도 행복해 집니다. 택배업계 종사자 모두 단가 인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업체간 물량확보 경쟁은 여전합니다. 택배의 단점은 끝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량이 넘치면 각종 시설과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고, 물량이 모자라면 경쟁사의 물량을 뺏어와야 합니다. 이 때문에 단가는 지난 십수년 간 끝도 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입니다.

업계가 “단가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로 경쟁한다”고 부르짖으면 이는 단순 립서비스로 이해하면 정확할 것입니다. 그 순간에도 영업현장에서는 얼마나 더 깎아줘야 경쟁사의 물량을 뺏어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택배기사들은 피해자입니다. 업체간 과당경쟁이 없었다면 택배기사들은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은 택배기사보다 택배업체가 힘이 더 셉니다. 하지만 10여년 전에는 영업소, 즉 더 많은 기사를 보유한 영업소의 힘이 택배업체(본사)보다 강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물량을 나르려는 사람은 적으니 당연히 영업소가 ‘갑’의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철저하게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박스당 배송수수료 700원은 업체가 기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마지노선인 것 같습니다. 이 보다 더 떨어지면 택배기사들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택배시장의 흐름은 누가 어떻게 하자고 앞장선다고 일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배송단가가 더 떨어져 택배기사 개개인이 이렇게 해서는 더 이상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 때, 택배업체와 택배기사 간 힘의 구도는 역전이 될 것입니다. 기사를 구하기 힘들어 배송수수료를 올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택배업체들은 기꺼이 화주사에 단가 인상을 요구할 것입니다. 모든 기업은 손해를 보고 장사를 계속 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오기 전에 한 발 앞서 양측이 행복을 이뤄낼 순 없는 걸까요. 분명 길은 있을 것입니다. 시장의 구조와 인식이 변하면 업체와 기사 양측 모두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 15시간 중노동으로 일궈낸 20억개의 택배상자는 결코 자랑스러운 결과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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