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미숙해 화주로부터 소송 당해

▲ 출처-CJ대한통운 블로그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건설의 남극기지 건설물량 수송에 문제가 된 주요 원인으로 CJ대한통운이 포워더로서 업무처리가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CJ그룹으로 인수되기 전, 대한통운이 대규모 프로젝트 화물 수송의 1인자였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라 할 수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남극 장보고기지 건설 물량 수송을 위해 1~3차년도 계약을 체결했었고, 이 중 CJ대한통운과 계약한 2차년도 수송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 1차년도 수송은 OST라는 선사와, 3차년도 수송은 국내 전문 포워딩업체인 협진해운(용선 빅리프트사)에서 진행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1차년도 수송 계약을 했던 OST사와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3차년도 운송도 이상이 없었는데 CJ대한통운과 계약한 2차년도 수송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확인해줬다.

3차례의 물량 수송 중 유독 CJ대한통운이 전담했던 수송만 문제가 발생했던 원인으로 다수의 관계자들은 CJ대한통운이 포워더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CJ대한통운은 현대건설과 국제물류주선업자(포워더)로서 해당 계약을 따냈다. 포워더는 항로를 운항하지 않는 운송인(NVOCC, Non Vessel Operating Common Carrier)으로 규정하고 선사에게는 화주를, 화주에게는 선사를 대변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다.

특수선업계 관계자는 “포워더 업무를 전담했던 CJ대한통운의 미숙함이 이번 일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여진다”며, “선사의 입장을 화주에게, 화주의 입장을 선사에게 전달해 조율해야 하는데 현대건설의 요구사항은 BBC에 전달하고 BBC의 입장은 화주 측에 전달하지 않아 업무가 꼬이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양사가 체결한 계약은 남극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것이다. 때문에 남극은 부두가 없어 자체적으로 선박에 크레인이 설비가 있으면서, 건설 중장비와 숙소로 사용할 컨테이너 등 다양한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다목적선이 필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빙하를 깨고 들어갈 수 있는 내빙선을 투입하는 조건이었다. 포워더로서 CJ대한통운은 해당 요건에 충족한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BBC사와 선박 투입 계약(용선)을 체결한 것이다.

그렇지만 해당 운송 계약은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다. 남극에 운반할 화물을 싣기 위해 용선계약을 체결한 BBC사의 ‘BBC 다누베’호가 평택항에 입항한 후 화물리스트가 실제 도착 화물과 다른데다, 현대건설이 제출한 화물리스트는 국문이었다고 한다. 포워더인 CJ대한통운은 해당 문서를 일일이 현장에서 번역해줬다는데, 통상적인 포워더 업무범위에서도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당시 운송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선박 입항 후 화물 무게가 각기 다른데다, 투입된 다누베호는 선박 한쪽에는 남극에서 사용할 크레인이 설치돼 있고 선박 앞쪽에는 컨테이너를, 브릿지쪽에는 중장비를 싣는 선박이다”며, “컨테이너별로도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안전운항을 위해 선적 화물 배치를 잘 계산해야 하는데 평택항에 입항 후 사전에 제출한 화물리스트와 실제 도착한 화물 무게가 모두 뒤죽박죽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컨테이너만 싣는 선박도 박스 무게를 다 계산해 화물 배치를 하는데 다누베같은 다목적선은 화물 무게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더 위험할 수 있어 현장에서 화물 배치도를 다시 만들었다”며, “제공한 화물 선적리스트도 외국선박과 계약하면서 한글로 된 자료를 가지고 와 CJ대한통운이 현장에서 일일이 번역해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특수선업계 관계자도 “화물리스트는 화주가 작성해 주는 것이지 포워더가 해주는 경우도 없고 포워더도 그런일까지 해주지는 않는다”며, “현장에서 CJ대한통운이 현대건설에 화물리스트를 다시 달라는 말을 못해선지, 아니면 귀찮아선지 CJ대한통운 직원들이 대신 번역하고 있어 선사측에서 상당히 의아해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운항 중에도, 또 남극에 도착해 화물을 하역하고 출항하기까지도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운항 중 현대건설 측이 다누베호의 운항 상황에 과도하게 개입하는데도, 같은 배에 승선해 있던 CJ대한통운측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협약인 솔라스(SOLAS) 제5장 34-1규칙에는 ‘선주 용선사 선박을 운항하는 선사 또는 기타의 자는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하에 해사에서의 인명안전과 해양보호를 위해 필요한 결정을 선장이 취하거나 시행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CJ대한통운측에서 현대건설에 이같은 선장의 권한을 설명해 운항 중의 마찰을 피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해당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남극에서 다누베호 선장이 쇄빙선인 아라온이 한 번 지나간 것으로는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못들어간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아라온호에 승선해 있던 현대건설측에서 올 수 있는데 못 따라온다고 하는 등 남극 항로 운항 중에 별일이 다 있었다더라”며, “선장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는게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인데 다른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왜 안오냐고 따지고 그랬다는데 선장이 뱃머리를 안돌린 것만도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건설이야 이러한 국제협약을 모를 수 있겠지만, CJ대한통운은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어떤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고 한다”며, “결국 아라온호가 계속 돌아와서 다시 빙하를 깨주고 얇은 빙하로 재진입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목적지인 남극기지에는 늦게 도착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도착 후에도 CJ대한통운이 재배치된 화물 선적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아 하역에 난항을 겪은데다, 출항할 때는 남극 항로가 닫히기 전까지 화물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누베호는 남극에 도착해 기지와 가까운 곳에서 이듬해 3월까지 정박해 있다 화물을 싣고 나와야 했다. 선원들은 3~4달동안 선박에서 생활하면서 3월에 화물을 싣고 항로가 닫히기 전 남극을 빠져나와야 했다.

특수선업계 관계자는 “급한 화물들은 빨리 하역을 해야하는데 선적시 화물무게가 다 달라 선사에서 화물 배치를 다시했고, 재배치된 리스트는 CJ대한통운에서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도착해서 그 리스트가 없으니 현장에서 당황했을 것”이라며, “이듬해 3월 출항시에는 화물이 선박에 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일부 화물은 준비도 안됐고 선박은 연료나 선원 식량 등의 문제가 있어 남극 항로가 닫히기 전에 출항해야 하니 그대로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극 수송은 11월에 기지 가까운 곳에 선박을 접안해 놓으면 3월에 기지와 선박이 정박해 있는 곳 사이의 빙하 상부가 녹아 물이 찬다”며, “11월에는 빙하라서 육상수송처럼 걸어 다닐수있지만 3월에는 그 사이에 물이 생기니 해당 화물을 선박까지 가져다줘야 하는데 이 화물을 선사더러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는 등 전반적으로 모든 업무 처리가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의 전문성이 이처럼 떨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CJ그룹 인수 후 기존 전문 인력들을 내보낸 것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과거 리비아 대수로 공사 같은 대형 프로젝트 화물 운송 주선 등 중동재건의 각종 육·해상 화물 운송을 전담해왔던 기업이 전문 인력 이탈로 어리숙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운송은 대한통운이 CJ그룹 인수 후 계약한 사업이다.

특수선 업체 관계자는 “CJ그룹 인수 전 CJ대한통운은 국내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대형 프로젝트 포워딩 업체였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재건 사업에 진출할 때 해당 물량에 대한 육·해상의 모든 운송 주선을 전담할 정도였고, 리비아 대수로 공사같은 대형 수주 공사에도 건설사와 손잡고 모든 화물 운송을 성공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만 CJ그룹 인수 후 사업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 포워딩 관련 전문인력들이 대거 구조조정돼 회사에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돼 이번 일이 발생한 것 아니겠냐”며, “포워딩 중 특히 프로젝트 포워딩 분야는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이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그러한 자산과도 같은 전문인력이 없이 사업을 진행했으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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