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택배차량 증차문제와 외국인 근로자 허용 문제 등 택배업 관련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택배법이 도입돼야 합니다”

손관수 CJ GLS 부사장(택배사업본부장)은 지난 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손 부사장은 이어 “택배법 제정을 통해 부족한 택배차량 수급이 해결되고 택배 표준운임제 도입을 통해 낮아진 택배운임이 정상화돼야 배송기사의 기본적인 수익이 생기고 원활한 고용 창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손 부사장의 주장과 같이 택배차량 증차문제는 무릇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택배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던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온, 택배업계 입장에서는 숙원사업과 다름없다.

국내 택배물량은 매년 10~20% 씩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물건을 실어 나를 영업용 화물차량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정부가 공급과잉을 이유로 지난 2004년부터 신규허가를 규제해 왔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택배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누구나 아는 보편적 사실이 돼 버린지 오래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토해양부, 통합물류협회, 전국용달연합회 등 3자로 구성된 ‘택배차량 공급지원 TF’가 꾸려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2위 택배업체라 자처하는 CJ GLS의 택배본부장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손 부사장은 이러한 주장을 펴기에 앞서 먼저 자사의 택배사업이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한다.

지난해 주요 택배업체가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J GLS는 자가용 화물차를 2,249대 사용하고 있다. 이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로, 자사 전체 운행차량의 49%에 달한다. 이는 곧 CJ GLS가 운행하고 있는 차량 2대 중 1대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기간 현대로지엠은 자사 전체 차량대비 20%(742대), 한진은 18%(704대), 대한통운이 8%(149대) 등으로 CJ GLS와 비교시 월등히 낮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자가용화물차의 불법 유상운송행위 적발시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모든 불법차량을 단속한다고 가정한다면, CJ GLS는 사실상 업무가 마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14일 “택배업법 제정은 논의 대상이 아닌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문제되는 것은 증차문제 아닌가. 현재로서는 택배업법 제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택배시장은 현행법과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수년 전부터 누구나 지적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무작정 단속만 할 순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상호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CJ GLS가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려면 현재 자사가 운행하고 있는 불법차량 전량을 영업행위에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손 부사장은 “택배법 제정 후, 택배 표준운임제 도입을 통해 낮아진 택배운임이 정상화돼야 배송기사의 기본적인 수익이 생긴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택배단가가 폭락한 것은 ‘택배법’과 ‘택배표준운임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누가 왜 단가를 떨어뜨려 배송기사의 삶을 어렵게 했는지, 업계 종사자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현행법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그 법을 무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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