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긍정적"…해운업계 "꼼수 우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해운연합 선사들이 한일항로와 태국항로에서 선박 총 7척을 철수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해당 노선의 자발적 철수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선박을 철수하는 선사들은 한국을 들르지 않는 중국발 노선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공적 구조조정’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KSP(한국해운연합) 선사들은 이번 항로 구조조정을 통해 한일항로와 동남아 항로에서 선박 7척을 철수시킬 예정이다.

한일(부산~하카다·모지)항로에서는 그간 5개 선사에서 8척의 선박을 운항해 왔으나,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4척의 선박만을 운항하게 된다. 선사들은 선박 철수 이후 선복 교환, 공동운항을 통해 운항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동남아(한·태국)항로에서는 기존 8개 항로를 운항했으나, 이 가운데 2개 항로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앞으로는 7개 항로를 서비스하게 되며, 3척의 선박을 철수시킬 예정이다. 철수 대상인 2개 항로를 운항하던 8개 선사는 통합된 1개 항로에 공동으로 선박을 투입하고, 번갈아 가며 운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항로는 KST(Korea Shhipping Thailand)로 명명하며, 기항지는 인천~부산~호치민~람차방~방콕 등 기존항로를 감안해 재구성했다. KSP 간사를 맡고 있는 흥아해운 이환구 부사장은 “내년 1월 중순께 선박 철수와 동시에 신규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운항회사, 선박 등 세부사항을 조속히 확정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SP선사들은 추후에도 베트남 하이퐁 항로 등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가로 진행해 항로 합리화를 실시하고, 제3국간 항로 등 신규항로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KSP의 이번 구조조정은 정부 개입 없이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 해운업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향후 설립될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을 통해 선사의 자발적인 협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이번 항로 재조정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항로에 선박을 철수하는 대신 우리나라를 출발지에서 제외한 중국발 항로를 신규항로로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선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KSP 항로조정 논의를 거칠 필요가 없는 항로에 대해 우회적으로 신설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SP 한 회원사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베트남이나 태국 등지에서 선박을 철수시키겠다고 했지만, 우리나라를 들르지 않는 중국발 항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발 노선을 KSP로 규제하다 보니 아예 중국에서 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SP로 선사들이 발이 묶였는데 회의에서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발 노선을 규제하니 아예 한국을 들리지 않는 노선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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