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회사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로 취임한 CEO의 첫 행보가 ‘언론사 승선체험’이라니... 전임 사장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합니다.”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가 공식 취임한지 1주일째, 현대상선이 자사 출입 언론사 기자들에 컨테이너선 승선체험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현대상선은 '해운 이해도 제고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자사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승선 및 국내외 터미널 취재’ 행사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총 4개 구간에 취항하는 컨테이너선에 승선해 선박 운항과 해외 터미널 현장 등을 직접 취재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승선체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전임 사장 시절에도 이 같은 행사를 두어 차례 진행했었다. 행사 진행 당시 수년간 지속되는 적자와 거액의 혈세지원에도 강행했던 행사였던 만큼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경영개선에 올인해야 하는 회사가 한가롭게 승선체험을 통한 홍보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행위냐는 것이었다.

현대상선은 3년 전부터 산업은행이 약 3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1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586억 원의 영업적자와 7,90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까지 부채가 6조 666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관계 기관은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회사를 하나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한진해운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기가 2년이나 남은 CEO도 내리고 새 CEO를 선임했다. 또 문성혁 신임 해수부장관은 최근 후보자 청문회에서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너나 할 것 없이 현대상선 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상선으로선 최악의 비상시국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 취임한 CEO의 첫 행보가 기자들을 상대로 한 홍보성 행사라는 사실에 대다수 업계 및 관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앞으로도 거액의 적자를 볼 것이 뻔해 정부에서는 돈이 되는 화물을 실을 수 있게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배 대표가 선임된 가장 큰 이유 또한 화주와의 관계 때문이 아니었느냐”고 반문하고는, “현 시점에서 기자들의 해운 이해도를 높이는 것과 경영정상화가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비교적 실적이 괜찮은 머스크와 같은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도 작금의 경영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대효율화와 경영여건 개선과 같은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마치는 등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이 2M과의 전략적 제휴 종료 후 얼라이언스 정식 승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해운흐름에서 경영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회사가 홍보성 승선체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 업무 추진 행위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이었다면 지난 2년 6개월동안 회사의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현재는 얼라이언스 정식 승선을 위한 전략이 마무리 됐어야 했다. 남들이 이미 끝마친 숙제와 현재 해결하고 있는 숙제,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해야 하는 현대상선이기에 갈 길이 바쁠 수 밖에 없다.

현대상선과 같은 운명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과거 워크아웃 당시 언론사 간부와 외유성 출장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현대상선의 이 같은 홍보 행위에 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