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 싱가폴 국영기업서 민영화 통해 GTO로 성장

- BPA, 글로벌 물류기업 되려면 ‘품안의 자식’ 벗어나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항만공사법에 따르면, 항만공사(PA)는 항만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의 중심기지로 육성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 첫 항만공사인 부산항만공사(BPA)가 출범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임대 수익에만 몰두하는 부동산 업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BPA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만공사에 실질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항만 전문가는 “항만공사에 자체적으로 권한은 없고, 해수부며 지자체며 항만위원회에 시어머니는 많아 사업 방향을 정하려 해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게 매우 한정적이다”며, “당장 북항과 신항 통합에 주도권을 잡는데도 난항을 겪으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본지는 항만공사 중 가장 성공적인 사업모델이라는 싱가포르 PSA를 비롯한 해외 항만공사 사례를 비교해 BPA를 비롯한 국내 항만공사들이 글로벌 항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봤다.<편집자 주>

▲ 책임과 권한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부산항만공사의 글로벌 기업 도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사진은 부산 한진해운빌딩을 떠나 구 연안여객터미널에 둥지를 튼 부산항만공사 사옥.> [사진 : 데일리로그 DB]

- PSA, 싱가포르 국영기업서 글로벌 최대 GTO(Global Terminal Operator)로 성장

싱가포르항은 1964년 싱가포르 정부 교통부 산하에 설립된 싱가포르항만청에서 1997년 민영화 프로그램에 의해 해운항만청(MPA, Maritime and Port Authority of Singapore)과 싱가포르항만운영주식회사(PSA Port of Singapore Authority Corporation)로 분리돼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는 자국의 항만을 글로벌 허브 항만이자 국제 해운 센터로 성장시키기 위해 1996년 싱가포르의 해양부와 해운위원회 및 항만공사의 규제 부서를 합병하고 항만운영 부분을 분리시키면서 MPA와 PSA가 나눠졌다.

PSA 관계자는 “MPA는 우리나라의 해수부 격이고, PSA는 BPA라고 보면 된다”며, “PSA는 항만공사로 시작했으나, 고유명사화 되면서 ‘Authority’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독립을 통해 도시국가로 출범하면서 자국 항만 및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국가로 유명하다. 과거 말레이시아로부터 강제 독립을 당한 후 초대총리인 리콴유의 급진정책 및 총리 일가가 소유한 국부펀드 테마섹이 산업 전반에 관여하면서 PSA도 과감한 성장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섹은 PSA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정경유착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과격한 정책과 투자 등으로 국영기업에서 항만공사 중 상당히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며, “국영 기업으로 시작해 해외 사업부와 항만운영에 대해 반 민영화가 이뤄지면서 활발한 해외 투자를 통해 세계 1위 GTO로 성장했다”고 평했다.

현재 싱가포르는 자국의 항만 소유권은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으나, 운영권에 대해서는 PSA가 소유하고 있다. 자국의 항만 개발이나 선박 이동 통제, 안전 관리 등에 대해서는 MPA가 관리하고 있으며, PSA는 철저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 PSA가 운영하고 있는 싱가포르항의 가장 최신식 터미널인 판시르판장 터미널. [사진 : 데일리로그 DB]

주목할 점은 PSA가 항만 투자가 모태이긴 하나, 항만부문 외에 항만 연계 사업인 철도와 내륙물류기지에도 투자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PSA의 홈페이지에는 ‘17개국 50여개 이상의 항만, 철도, 내륙물류기지(내륙터미널)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사를 소개하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내륙기지와 철도터미널 등 모두 항만 물류와 연관돼 있는 사업으로 물류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PSA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투자했을 것”이라며, “BPA도 ‘항만’보다는 ‘물류’라는 큰 관점으로 시선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완벽한 정부 통제 中 상하이항 VS 철저한 민간 위주 日 도쿄항

공산국가인 중국도 항만개발 초기에는 외국자본을 유입했었다. 중국 항만은 1980년대 이후 항만행정관리 시스템의 지방분산화와 항만개발 건설에 대한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로 급격히 발전했다.

1990년대 항만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되면서 신흥 PA의 창설과 시정부로 항만관리권이 전환됐다.

이후 2004년 발효된 항만법에 따라 중국정부는 항만산업에 현대적 기업시스템을 도입하고 항만운영관리에 대해 중앙정부의 개입을 제한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주요 국제항만의 PA를 항구관리국(Administration Bureau)으로 대체하고, 이전 PA에서 담당하던 행정과 비즈니스를 분리했다.

중국 대표항만인 상하이항은 2005년 이전 상하이항무국(SPA, Shanghai Port Authority)이 항만행정, 규제, 비즈니스 등을 담당했으나, 2005년 6월 SPA를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 Shanghai Internatinal Port Group)으로 법인화해 상업적 비즈니스활동을 책임지는 정부소유기업으로 전환했다.

▲ 공산국가인 중국의 상하이항은 철저히 정부가 항만운영과 관리 주체이다. [사진 출처: 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 홈페이지]

해운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외국자본의 유입을 견제하고 모든 시스템을 정부 통제하에 관리하는 시스템이 되다보니, 하역요율을 비롯한 사소한 것까지 정부가 관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SIPG는 상하이 전체 항만을 통제하면서 인근 항만의 셔틀서비스를 독점 운영하고 국내외 항만관련 시설에 대한 건설과 운영에 투자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방자치제가 잘 돼 있는 국가로 손꼽히는데, 모든 항만이 지자체의 공공부문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일본은 항만법에 항만관리주체를 지자체, 지방항만공사(Local Terminal Corporation), 사무조합 등 3가지 형태로 제한해 규정하고 있다.

도쿄항의 경우 도쿄도(都) 항만국이 도쿄항부두주식회사(Tokyo Port Corporation)라는 민간기업을 통해 관리 운영되고 있다. 당초 도쿄항도 도쿄항부두공사에 관리를 위탁한 시스템을 택했으나, 2008년 4월 상법상 민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됐다.

설립 당시에는 도쿄도가 100% 출자하고 도쿄부두공사의 모든 자산을 승계했고 현재는 도쿄도가 출자한 임해홀딩스사와 도쿄도가 절반씩 보유하는 구조로 변경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민간회사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는 지자체에서 출자해 보유하고 있어 정부 소유로 봐야 하나, 항만당국으로 볼 수 있는 해당 법인이 시장에 크게 개입하기 어려워 철저하게 민간에 의해 모든게 결정돼 운영되고 있는 구조이다”며, “하역과 임대권한, 항만 소유 등이 철저히 분리돼 있고 도쿄항 이외의 항만을 관리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7년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도쿄터미널 인수 실패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터미널 운영사는 선사가 하되, 하역장비와 인력 투입은 민간 사업자단체인 일본항운협회에서 관리하고 신규 항로 개설과 선박투입에 대해서도 항운협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철저하게 민간단체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다.

▲ 도쿄항은 철저히 민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도쿄항 전경>[사진 : 도쿄항부두주식회사 홈페이지]

- 권한도 책임도 없는 BPA, 글로벌 항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BPA의 설립은 정부 자산을 활용해 더 큰 이익으로 국민에게 보답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정부 자산 이전 규모에 비해 실제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BPA에 따르면, BPA의 총 자산은 약 5조 8,600억 원이나,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총 정부에 누적 배당액은 2,242억 원이다. 정부가 5조 이상의 가치를 넘겨줬으나, 설립 15년이 지났음에도 10%도 채 안되게 돌려준 것이다.<표 참조>

<부산항만공사 최근 5년간 실적>
(단위 : 억 원)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매출액
3,409
3,176
3,502
3,414
3,291
당기순이익
1,071
880
813
695
636
배당액
328
427
339
221
164
배당성향
30%
32.9%
31.7%
32.3%
26.1%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산을 이전해준 것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배당을 해주고 있으니, 해수부도 BPA가 못미더운 것”이라며, “부산항을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해서 자산규모를 늘리고 그랬어야 했는데, 러시아 나홋카항 실패 이후 해외사업에 진출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홋카항 사업 실패 후 BPA가 해외 진출을 덮어뒀던 것은 아니다. 한진해운 파산 당시 한진해운의 알헤시라스 터미널 인수나 러시아의 수산물 물류센터 등을 개발하는 등 기회를 엿봤으나, 항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항만위원회는 민간기업이나 공기업들의 이사회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선진시스템으로 평가받고는 있으나, 신규 사업이나 사업 중간에 대한 모든 부분에 대해 의결을 받아야 하면서 폐해도 존재한다. 실례로 항만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 중 일부는 공사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이를 견제하는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탓에 항만위원회의 공평성에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또 항만공사의 자산은 중앙정부 자산임에도 지자체로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일부 지자체의 욕심으로 PA가 스스로 자리를 못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항만 전문가는 “지자체에서 뉴욕·뉴저지항만공사를 근거로 하는지 BPA가 항만시설과 공항, 항만 터미널부터 버스 등 교통시설과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부동산 개발 등을 관리하는 종합적인 부동산 업자를 바라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현 시스템상 공항공사를 붙일수나 있겠느냐”며, “우리나라는 땅덩이가 작아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왜 자꾸 BPA를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수부에서 몇차례 지자체에 넘기려면 정부가 이전해준 자산을 그대로 부산시에서 사주면 된다고 방법을 알려줬던 것 같은데 돈달란 소리에는 입을 다물고 5조8천억이나 되는걸 거저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며, “지자체 수입과 국고 수입이 별도로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국민 정서에도 상당히 반하는 말인데 그런 주장을 할 때마다 좀 황당하다”고 전했다.

관련업계는 BPA가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는 설립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독자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해수부가 BPA를 통해 북항 통합에 이어 신항까지 통합을 이뤄내려면 어느정도 BPA에도 독자적인 경영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통합을 전제로 하는 운영사 지분확보도 이렇게 어려운데, 외국계가 대부분인 신항 통합을 현재의 BPA 지위로 제대로 이행을 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PSA나 DP월드 같은 GTO들은 성장 한계는 차이니즈머니(중국계 자금)나 무슬림이라서 적국이 많다는 점인데, BPA가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면 충분히 해외 진출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수부도 BPA를 언제까지 품안의 자식으로 끼고 있을 순 없으니, BPA가 혼자 날 수 있도록 날개짓을 가르쳐 주는 것도 부모로서의 능력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