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A, 북항통합법인에 “수의계약 불가” 통보

- 항만업계, “부산항 전체 상황 고려해야”

 사진은 부산북항 전경.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항만공사가 부산통합법인측에 부산신항 2-5단계 운영권을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통합법인 출범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 항만업계는 통합법인을 한국형 GTO로 성장시키자는 당초 취지에서 어긋나면서 통합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 및 항만업계에 따르면, BPA가 정부계약법에 따라 부산신항의 2-5단계 운영권을 부산북항 통합법인에 수의계약으로 넘겨주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리, 이를 북항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BPT와 신감만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BPT는 장금상선이, 신감만은 동부익스프레스가 각각 운영하고 있다. 양측은 2-5단계 운영권 확보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통합키로 논의 중이었으나, 최근 BPA로부터 이 같은 입장을 전달받으면서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장금상선 관계자는 “정부가 2-5단계 운영권을 약속해 놓고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BPA는 정부계약법에 의해 일정부분이 충족돼야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나, 2-5단계는 이러한 부분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통합을 한 다음 해당 법인이 입찰에 참가한다면 가산점은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BPA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봤으나 요건이 충족하는 부분이 없어 현실적으로 2-5단계에 대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없다”며, “대신 통합법인이 출범할 경우 입찰에 들어오면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양측(동부동원, 장금상선)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고민이다”고 말했다.

항만업계는 2-5단계 운영권 문제에 대한 BPA측의 고민을 공감하고 있다. 일단, 2-5단계의 지리적 입지가 부산신항 초입에 위치해 있어 개장만 한다면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역내만 운항하는 장금상선보다는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터미널 운영사나 선사가 들어와 부산신항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2-5단계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2-6단계와 같이 운영돼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한 운영사에서 운영돼야 하는데, 장금상선이나 동부동원이 이러한 대형 터미널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부산신항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터미널이 개발되고 있는데, 솔직히 업계는 장금상선이나 동부동원의 운영능력에 대해 상당부문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유치해 본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양측 모두 그러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는지 의문인데, BPA가 2-5와 2-6단계 전체 터미널에 대한 운영능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장금상선이 2-5단계 운영권만 받고 2-6단계는 안받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내용”이라며, “장금상선도 2-6단계까지 운영하기에 부담스럽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항만업계는 부산신항의 노른자위가 될 2-5단계 운영권에 대해 BPA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부산북항 통합법인이 당초 정부정책의 취지와 달라진 만큼, BPA가 장금상선이나 동부동원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부산항 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기존 운영사들이 있는 곳에서 새로운 터미널 개장으로 기존 운영사들과 물량 유치 경쟁에서 요율하락 등 시장 교란 행위가 항상 뒤따랐었는데, 이러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 2-5단계 운영사를 선정해야 한다”며, “북항통합법인에 운영권을 주겠다는 부분도 원래는 BPA를 참여시킨 K-GTO를 육성하고 나아가 BPA를 PSA처럼 만들겠다는 목적이었는데, 지분투자를 하겠다는 10여 개 근해선사들 투자도 이뤄지지 않는 등 당초 방향과 크게 달라지면서 통합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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