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뺏고 뺏기는 과당경쟁에도 YGPA는 '외면'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장금상선이 광양항 터미널 운영사의 새로운 주주가 된지 1년여가 지나면서 광양항 각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간 물량유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광양항의 큰 손인 장금상선이 자사 터미널로 물량을 이전하면서 다른 터미널간 대형 얼라이언스 물량을 뺏고 뺏기는 등 과거 부산항 통합 직전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장금상선이 CJ대한통운 광양항서부컨테이너터미널(GWCT)의 새 주인이 된 이후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타 부두에 기항하는 자사항로를 순차적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금상선은 지난 4월 자사가 단독 운항하는 중국서비스 주당 2척과 공동운항 선대 1척을 원 기항지인 SM상선터미널에서 GWCT로 변경했다. 이후 지난달 1일부로 단독운항 선대와 이달부로 통합이 진행 중인 흥아해운과 천경해운이 공동운항하는 선대도 옮겨갔다. 또 허치슨 광양터미널에 기항하던 장금상선의 직항 서비스 2개도 GWCT로 옮기고 장금과 통합이 진행중인 흥아해운 서비스도 장기적으로 GWCT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금상선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장금상선 운항선대를 GWCT로 일부 변경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GWCT 최대 기항선사인 머스크가 6월부터 중국 상하이로 환적항을 변경하면서 물량이 대거 빠져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선대 이탈에 당황한 SM상선측은 지난달 장금상선이 기항하던 물량 중 가장 많이 처리하던 선대가 빠지겠다고 예고하자 허치슨 광양터미널(KIT)에 정기적으로 기항하던 디얼라이언스 물량을 지난 6월 신규 유치했다.

SM상선 관계자는 “SM터미널은 특성상 1만TEU 이상 선박을 받을 수 없는데, 허치슨측이 요율을 올리겠다고 나서면서 디얼라이언스가 기항 선박 사이즈를 8,000TEU로 줄여가면서 SM터미널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장금상선의 기항지 변경으로 야기된 ‘물량유치전’은 과거 신항 개장 직후 부산항의 난장판을 재현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산항은 신항 개장 직후인 2006년부터 신항과 북항 터미널 운영사들끼리 얼라이언스 물량 유치를 놓고 요율덤핑을 불사하며 제살깍이먹기식 물량 유치 전쟁을 벌여 오랫동안 문제가 됐었다. 결국 부산북항의 터미널운영사 통합과 선석 반납 등을 거친 후인 최근에야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광양항 터미널 운영사들은 장금상선이 CJ대한통운의 GWCT 지분을 인수할 당시 이미 이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예상되면서 터미널을 운영당국인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도 신규 물량유치만 가능하게 하고 물량 이탈에 대해 중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이를 부인하면서 허탈감이 심하다는 전언이다.

광양항 한 터미널 관계자는 “신규 물량 유치만 가능토록 하겠다는 각서가 있다는 YGPA측의 말만 믿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게 없다고 나몰라라 하는게 황당하다”고 밝히고는, “또 각서의 존재 여부를 떠나 터미널 운영사들이 서로 물량을 놓고 뺏고 뺏어가는 싸움이 났는데 남의집 일인냥 구경만 하는 것이 정작 항만을 관리 운영한다는 당국의 역할이냐”고 비판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선사가 터미널을 운영하고 인수하는 이유는 자사 물량을 싸고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물량 이탈은 당연하지만, 어느정도 터미널 운영사들도 준비할 시간을 줘야할 것 아니냐”며, “각서가 있든 없든 YGPA가 운영당국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YGPA측은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YGPA 관계자는 “각서는 최근까지도 담당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밝히고는, “지난달까지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금상선의 기항지 변경은 터미널 운영사들끼리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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