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지분 참여 못시키면 사실상 입찰서 탈락(?)

 부산신항의 서컨테이너부두 입찰에 외국계선사의 물량이 절대적이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해당 사업에 참여하려는 국내외 대다수 운영사가 외국계선사와의 동침에 목을 메고 있다. (사진은 현재 개발중인 부산신항 2-5단계 부두 전경)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신항의 노른자 위로 떠오르고 있는 2-5단계 터미널이 대형 외국선사와 조인하지 않으면 운영사 입찰에서 매우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의 아픈 경험과 외국계 지분 인수라는 PNC 사례를 경험했음에도 또다시 외국계기업에 수출입 최대 관문을 내어 줄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BPA)가 내달 8일 진행할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전체(2-5, 2-6, 피더부두) 운영사 선정에 화물유치 부문에서 최대 배점인 45점과 더불어 '신규화물 창출' 부문에 별도로 가산점 10점을 책정했다. 이는 사실상 환적화물이 많은 '외국계 선사'와 컨소시엄을 맺지 않으면 낙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BPA는 앞서 서‘컨’운영사 입찰방안을 공고하면서 화물창출능력에 가장 높은 45점을 배점하고 부두운영과 관리역량 25점, 업체신뢰도와 참여, 운영형태, 임대료에 각각 10점씩 배점하면서 북항통합법인에는 10점을 가산점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BPA의 운영사 선정방안은 언뜻보면 정부의 당초 약속인 북항통합법인에 유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화물창출능력과 별도로 ‘신규화물창출 계획’에 10점의 추가 배점이 있어 글로벌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 중 부산항에서 ‘환적물량’ 처리량이 높은 선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낙찰이 어렵다는 전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에서 국적선사인 현대상선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글로벌 얼라이언스인 2M(머스크 & MSC)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배점방안을 확정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신규화물창출 계획'이라는 명목은 환적물량이 많은 MSC를 참여시키기 위한 고육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북항통합법인에 가점을 줘도 이들이 2M과 컨소시엄을 맺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낙찰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서‘컨’부두에 관심을 보이는 한진과 허치슨은 2M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최대 수출입 관문의 노른자 항만을 운영하기 위해 국내 및 외국계운영사들이 글로벌선사 유치에 목을 메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북항통합법인이 현대상선과만 손을 잡을 경우 물량유치부분에서 점수가 부족한 점을 노려 허치슨과 한진이 서로 2M을 붙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허치슨은 고려해운에 2M을 잡아 올테니 같이 손잡고 입찰에 참여하자고 제안했고, 고려해운측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항만 전문가들은 과거 한진해운 파산 사례와 삼성물산의 PNC 지분 매각 등으로 부산신항이 사실상 외국계기업에 장악된만큼 정부와 BPA가 운영사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물산의 PNC 지분 매각과 한진해운 파산 등의 영향으로 부산신항은 한때 외국계기업이 전체 항만의 80%까지 장악한 바 있으며, 현재도 절반 가량이 외국계 지분이다.

한 항만 전문가는 “정부가 한진해운 파산 당시 더 이상 외국계에 부산신항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고 해서 뒤늦게 거액을 들여 현대상선에게 4부두를 재인수 시켜주고 3부두의 지분도 사주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면서, “외국계 선사가 터미널에 지분을 참여하는 것은 운영사의 경영악화 시기를 기다리다 '운영권'이라는 먹잇감을 먹기 위한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를 좌시하는듯한 정부와 BPA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라고 엄청난 예산을 낭비했던 것이 불과 2~3년밖에 안 됐는데, 이를 벌써 잊었느냐”며, “2-4단계가 있음에도 서‘컨’운영사 선정을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어찌됐든 부산신항이 외국계기업에 놀아나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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