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선 객원논설위원(現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데일리로그 = 김춘선 객원논설위원] 1956년 컨테이너가 선박의 운송수단으로 도입된 지 60여 년이 지났다. 이제 컨테이너는 화물운송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운송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인류의 100대 발명품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컨테이너화가 점점 가속화돼 벌크화물(산화물)보다 그 비중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도 컨테이너 화물을 중심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고, 세계 해운시장 장악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난 1980년대에는 40여 개의 글로벌선사들이 활동했지만 치열한 경쟁과 M&A 등을 통해 최근 3개 얼라이언스 10여 개 선사로 재편됐다. 최근 들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어떤 사건이 발생해 경쟁과 통합이 촉발(trigger)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2016년에는 국적 글로벌 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해 우리 해운업계를 안타깝게 했고, 이에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해운진흥’을 외치며 진흥계획을 발표하고 당시의 위상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해운진흥’을 위해선 선복량의 확보와 선박의 대형화가 주요한 요소이기에 지난 2018년 약 40만TEU(2만4,000TEU급 12척+1만4,000TEU급 8척, 2020년 4월부터 공급)를 우리 조선소에 발주해 글로벌선사에 걸맞은 선복량과 화물 처리능력(약 80만 TEU)을 갖출 예정이다. 또 현대상선은 지난해 세계 3대 해운동맹의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글로벌 해운업계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갖췄다.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국적선사(현대상선 중심)의 위상 회복과 한국해운의 중흥을 도모코자 하는데, 아마도 ▲물동량의 확보 ▲해운업의 디지털 전환을 포함한 선사 경쟁력 확보 ▲정부의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 등이 관건이 될 듯하다.

우리 해운 재건의 최우선적인 선결과제는 일단 ‘선복량의 확대’라 할 수 있다. 적어도 100만TEU 이상의 선복량을 확보해야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생존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그러나, 선복량을 대폭 늘려 확대한다고 해도 충분한 물동량을 확보한다는 것은 세계 경제의 침체 상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경쟁선사들도 선복량을 확대하고 있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한진해운 파산은 대한민국 해운의 파산으로 인식돼 세계 해운시장에서 우리 해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고, 시장에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은 물동량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일관성 있는 우리 정부의 해운정책과 결부돼 있고, 우리 선사들의 신뢰회복 노력이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해운업계의 대표 격인 현대상선의 재무구조와 지속되는 적자도 우리 해운 재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가 마냥 지원만 해줄 순 없고 자체적인 흑자전환이 필요한데, 그 기반은 기본적으로 개별 선사의 경쟁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크고(Big) 강하며(Strong) 경쟁력 있는(Competitive) 선사가 육성돼야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선사인 현대상선의 성장잠재력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해운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의 해소는 우리 정부의 해운진흥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진 못하고 있다. 원양선사와 근해선사 간 항권 문제도 얽혀 있어 적절한 분리가 요구되기도 한다. 2017년 8월 14개 선사들이 모여 출범한 ‘한국해운연합’의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아울러, 2018년에 한국해운의 재건을 목표로 설립된 ‘해양진흥공사’가 제 기능을 해주는 것도 선사들의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글로벌시장의 흐름에 동승한 것으로, 해운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해운업의 디지털화는 ‘4차산업혁명’으로 코앞에 닥쳐 있고, 더구나 3대 얼라이언스의 흡수와 통합(M&A)은 마무리 단계이다. 다음 순서는 선단과 물류망을 연결하는 범세계적인 네트워크(Global Network)의 설계에 있다고 한다. 오는 2025년경에는 실용적인 과학적 모델기법이 표준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도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한진해운 사태 당시 국가의 전략과 안보적 측면에서 해운정책의 부재와 정책당국의 방치, 대주주의 프로답지 못한 행태 등은 지금도 지적되고 있는 사안으로, 반성이 필요한 부문이다. 해운산업에 대한 금융계의 다소 미흡한 이해와 국내·외 환경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해운정책의 가시적인 변화는 ‘일관성없는 해운정책’이라 지적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 해운의 중흥을 위해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1990년대를 회고해 보면,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세계 4위(17만TEU), 현대상선이 세계 8위(11만TEU)의 선복량을 각각 보유하고 있어 명실상부하게 해운강국의 위상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덴마크 Maersk(세계 1위 선사, 406만TEU)는 23만TEU, 스위스 MSC(세계 2위 선사, 331만TEU)는 15만TEU, 프랑스 CMA-CGM(세계 4위 선사, 267만TEU)은 9만TEU, 중국 COSCO(세계 3위 선사, 277만TEU)는 20만TEU 수준으로 우리 국적선사들보다 크게 앞서지 않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해운이 주춤한 사이, 이들 기업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이제는 많이 뒤처져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우리 해운은 나름대로 강점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 모두가 합심해 해운진흥을 위해 노력한다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해운강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춘선 객원논설위원 프로필]

- 학력
1973년 경기고 졸
1977년 서울대(지리학) 졸
1995년 영국 맨체스터대 석사(경제학)
2012년 가천대 박사(도시계획학)

- 경력

국무조정실 일반행정심의관, 재경금융심의관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국장,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어업자원국장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
인천항만공사 사장
한국종합기술 사장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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