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실 PF대출로 건설업계가 위기를 겪고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해운업계로 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를 살렸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캠코) 선박펀드를 중단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캠코 선박펀드는 정부가 편성한 구조조정 기금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선박펀드에 배정된 기금은 총 5,000억 원이다. 공적자금위원회에서 이 기금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채권 매입대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나선 것.

공자위의 이러한 방침에 국토해양부와 해운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미지수이지만,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해운업계로서는 달가울리 없다.

현재 공자위는 캠코 선박펀드의 PF매입대금 전환 이유에 대해 해운업계가 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중견선사들을 위해 해당기금을 집행해야 한다고 나섰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해운업계의 변동성이 워낙 크고, 위험부담이 크다”며 “환율이나 유가, 금리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는 해운업계에서 최근 환율 변동성이 크고, 중동사태에 대한 고유가 등으로 해운업계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중소선사들은 ‘선박펀드’라는 정부가 주는 혜택을 아직 받아보지도 못했다.

올해 선박매입을 신청한 한 중소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3월말에 (선박펀드가)인가돼서 4월 초쯤에 매입에 들어갔는데 늦어지길래 이상하게 생각은 했었다”며 “펀드를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공자위측의)이러한 소식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제껏 혜택받은 곳은 대기업인데, 안정화됐으니, 필요없다는 것 아니냐”라며 “중소선사 중에는 아직도 어려운 곳이 많다”라고 전했다.

이제껏 캠코 선박펀드를 받았던 기업은 한진해운, 대한해운, 현대상선, 흥아해운 등으로 모두 코스피상장사이며, 이들 기업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에 속한다.

대기업반열이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흥아해운도 선박펀드를 처음부터 쉽게 받지 못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올 초 기자에게 흥아해운을 기점으로 올해는 중소선사들도 캠코 선박펀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흥아해운이 지난해 기금출자 60%비율만 가지고 펀드를 받은 바 있어 올해 중소선사들도 대거 신청했다”며 “향후 펀드를 받은 기업들이 공개되면 깜짝 놀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선박매입이 확정도 되기 전에 신청 기업들이 공개됐으며, 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구조조정기금이 정책자금으로 배정된 것인데, 중소해운선사들 위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그쪽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태 대기업만 혜택을 받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또 “캠코도 이익을 남겨야하는 일종의 공기업인데, 기금을 집행하는 공자위 측에서 볼 때 중고선가는 더 떨어질 것 같고, 신청기업도 중소선사라서 이익이 안나올 것 같으니 미리 발을 뺀거 아니냐”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은 외부로부터 흔들리는 특정 산업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해운시장은 변동폭이 큰 산업이다. 중동사태, 환율 등 예측하지 못한 위기가 현재 해운업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해운시장에 위기가 사라졌다고 해당 기금을 타 용도로 전환하겠다는 공자위측 발상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선박펀드를 타 용도로 전환한 후, 해운업계가 위기에 빠지거나 혹은 국내에서 중소선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는가.  선박펀드는 예정대로 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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