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춘선 객원 논설위원(現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물류가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의 규모는 2017년 8조7,000억 달러에서 2026년 16조4,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연평균 성장율 7.3%), 특히 이커머스(e-commerce) 수요 증가로 온라인시장의 확대가 향후 전체 물류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에 따른 기술발전이 물류서비스 향상과 함께 물류산업의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도 예견되고 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경기와 물동량의 축소가 예상되며, 조달·생산·물류에 걸친 글로벌 공급망을 크게 흔들어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재고관리, 배송시스템, 화물 포워딩 등 물류 주요부문의 효율성 향상이 요구되고 있고, 이것은 글로벌 대형 물류기업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동시에 틈새시장의 공략을 위한 중견 및 중소 물류기업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물류는 글로벌 및 대형화하고 있고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나라도 물류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대형 물류기업 1~2개 정도는 키워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기업 종합물류기업의 수준은 글로벌기업과 비교하면 중소·중견 규모에 불과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다국적 화주기업의 물류서비스를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고(reference 및 현지 물류 시설 및 인력 부족 등) 전문물류서비스 역량도 미흡하다. 따라서 최근 글로벌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물류기업과 유럽의 물류기업들에 치어 위축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강대국이어야만 글로벌 물류기업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국이라도 가능하다. 스위스의 Kuehne Nagel과 Panalpina, 덴마크의 DSV와 Maersk, 홍콩의 Kerry 로지스틱스, 네덜란드의 CEVA 로지스틱스, 쿠웨이트의 Agility 등 대국이 아니더라도 세계 10위권에 글로벌 물류기업을 포진시킨 국가들은 많다. 일본만 하더라도 25위권 이내에 Nippon Express, 긴테츠 익스프레스, 유센 로지스틱스/NYK로지스틱스, 히타치물류 등 4개 기업이 진입해 있다.(일본우편 산하인 호주의 Toll 그룹을 포함한다면 5개 기업이 된다)

우리나라는 CJ대한통운(CJ 로지스틱스)이 겨우 25위권 내에 턱걸이하고 있고, 그나마 그 순위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등 여전히 세계 수준과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CJ대한통운은 M&A를 통해 대형화를 추구하는 세계 물류기업의 트렌드에 따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으나 아직도 TOP 클라스 세계 물류기업들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최근 2~3년간은 더욱 벌어지고 있고 세계 추세를 확실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더 큰 분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현 시점에선 정부와 기업이 힙을 합쳐 슬기롭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2008년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으로 재직 시, 당시에도 화두였던 세계적 글로벌 물류기업의 육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당시 필자는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글로벌 물류기업이 꼭 필요한가, 적정 규모의 글로벌 물류기업이 우리에게는 더 적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물류기업의 보유는 세계적 추세이고, 우리에게는 절실한 과제였다고 판단했고,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했었다.

이에 우리나라의 한 물류기업을 모태로 세계적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해나가는 것이 좋을까 하는 문제에 이르렀었다. (그 외에도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방안 ▲중견기업의 특화된 해외진출 ▲화주-물류기업의 상생 해외진출 ▲대기업과 중소형 기업간 동반 진출 등의 여러 가지 검토할 사안들이 있었다) 물론, 어느 한 기업을 모태로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롭게 물류기업을 설립해 키워 나가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기존 기업들 중에서 하나 또는 수 개를 묶어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한 방안이라 여겼었다.

독일의 경우, 도이치포스트를 모태로 DP DHL을 육성해냈기에 우리도 우정사업본부를 기반으로 글로벌 물류기업을 키워볼 생각도 했지만, 정부의 공기업 성격이 짙은 우리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가능성이 적다고 여겨 포기했었다. 한진그룹이 항공, 해운, 택배, 물류 등 물류관련 기업들을 두루 보유하고 있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너일가의 의지와 역량이 확실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고(1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결과론적으로 잘 판단했다고 본다), 현대그룹 물량을 주로 수송하는 현대글로비스의 규모는 상당했고 가능성은 있었으나 2자물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적절치 않다고 여겼다. 당시 대한통운은 육상물류에 치우쳐 종합물류로 나아가기에는 힘에 겨울 것으로 판단됐다.(이후 대한통운은 2011년에 CJ그룹에 편입돼 2013년 CJ대한통운으로 발전했다) 범한판토스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의 모양새는 갖췄으나, 규모와 스케일이 작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 외에도 몇 개의 기업들에 대해 가능성을 검토하고 타진해 보았지만 뚜렷이 부상하는 기업이나 좋은 방안이 도출되지 않아 고민하고 검토만 하다가 물류항만실장을 그만두면서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한 기억이 있다.

아마도 발상의 전환을 하면서까지 ‘문제에 좀 더 집요하게 매달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국토해양부가 되면서 물류를 해운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어 물류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됐다. 2007년에 제정된 물류정책기본법을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글로벌 물류로 나아가려 했는데, 당시에 화물연대파업 등으로 그쪽으로 힘이 소진됐고 필자의 재직기간도 짧아 제대로 정책수립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로서도 재원조달 부족, 전문인력 부재, 운영경험 미흡, 법적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제대로 풀어내기가 어려웠고 손대기가 껄끄러운 사안이기는 했다.

아무튼 우리나라 역대 어느 정부도 나름대로 세계적인 물류기업 육성방안은 제시했지만 결국은 그 때 뿐이고,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적 추진과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은 아직도 우리나라 국적의 세계적 글로벌 물류기업은 탄생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세계적 해운회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해 갈 길은 더욱 멀어졌고, 반면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M&A 등에 더욱 진력해 규모나 역량이 우리보다 획기적으로 성장해 버렸다. 아울러, 중국의 부상은 우리나라 물류업계로서는 글로벌시장 진출을 한결 더 어렵게 만들었다. 다만, 다행히 우리 기업으로서는 CJ대한통운이 글로벌 물류기업을 지향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나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행보가 궁금하기도 하다. 또, 2011년 글로벌 물류기업육성 대상기업 선정 및 지원방안이 수립된 것은 필자의 뜻이 이어져 정책수립으로 이루어졌기에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기도 한다.(안타깝게도 14년까지 10개 기업을 선정하려 했으나, 법적 근거 및 실효성부족으로 15년에 폐지됐다) 그 이후 국가물류기본계획(16~25)이 2017년에 수립되면서 LPI지수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수립해 국제물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로서는 최우선적으로 글로벌(대형)물류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국가별(지역별) 기능별 전문성을 활용해 틈새 및 특화시장 공략을 위한 중견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대·중소 간 외에 화주·물류 기업 간 상생 포함) 정부는 대·중소 상생 생태계 조성 및 글로벌 지역 맞춤형·현장관리형 물류인력의 양성과 해외취업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단순한 해외 물류거점 확보 보다는 해당지역의 견실한 로컬 해외물류기업의 M&A를 통한 물류 네트워크 및 거점확보가 효과적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물류투자펀드 재조성 ▲한국계(한상) 물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연계 ▲정보공유체계 구축을 통한 GSCM 가시성 및 투명성 강화 ▲물류얼라이언스로의 적극 참여 촉진 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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