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코로나19로 지갑닫을 때가 기회

-동남아·중남미 등은 민자부두형 PPP사업으로 투자방식 전환

-중국자본 투입多 아프리카 시장은 다자개발은행과 공동진출 필요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내 건설 노하우나 인프라 등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항만을 개발하고 운영해주는 것은 해양수산부나 국내 해운항만업계의 오랜 꿈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인프라를 구축해놨을 때 활용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해수부도 이 때문에 해외항만투자사업에 상당히 오랜시간 공을 들여왔다.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은 물론, 협력을 요청하는 국가를 상대로도 여러 개발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투자가 가시화된 이후 갑작스럽게 금융위기가 오거나 법정관리 등으로 완벽한 항만터미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투자 위축이라고는 하나,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지켜보면서 한국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투자를 바라는 개도국들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전문성을 가지고 신규 시장에 진출하면 나중에 효자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의 투자위축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해수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항만개발사업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 주>

해수부가 추진하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베이터미널 조감도.
해수부가 추진하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베이터미널 조감도.

 

- 개도국 위주의 신시장 개척

해수부가 지금까지 진행한 해외항만개발협력사업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주요 사업대상 지역은 아시아(38%), 아프리카(19%), 중남미(17%) 등으로 주로 아시아에 집중돼 있으나, 2014년 이후 중동, 유럽 및 러시아, 오세아니아 등 사업지역의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 아시아지역은 미얀마,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16개 사업에 총 151억4,000만 원 규모로 수행했다. 이는 전체 사업개수 대비 38.1%, 금액대비 42.1%를 차지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내륙국인 라오스를 제외하고 아세안 9개국을 대상으로 2009년 항만DB 시스템을 구축, 2010년에는 47개 항만에 대한 해상교통 통합로드맵 수립했다”며, “ 2015~2016년에 거쳐 메콩강 국가(T-CLMV)의 내륙운송 연구 지원을 통해 아세안 국가의 항만개발 수준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아세안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 기업의 항만 개발계획 및 설계의 우수성을 절감하고, 베트남은 2030년까지 국가 전체 항만 개발계획 수립할 예정이며, 라오스는 물류정보시스템 구축 지원을 해수부에 요청해 현재 협력사업이 진행 중이다.

미얀마는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진행된 ‘미얀마 킹스뱅크 등 항만개발 기본계획수립 및 타당성조사’를 바탕으로 우리 건설기업이 킹스뱅크 항만개발 사업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세안 국가 외에도 스리랑카의 경우, 2017년 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진행된 ‘스리랑카 다목적 어항 개발 기본계획 검토’에 대한 협력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스리랑카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의 EDCF 차관 도입을 통한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은 8억 원 규모의 차관을 위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리랑카 우다푸와 평면도.
스리랑카 우다푸와 평면도.

 

방글라데시도 2018년 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진행된 ‘방글라데시 항만개발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검토’사업을 통해 구축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파이라항 개발 설계감리 사업을 우리기업이 수주하는 성과를 이뤘다. 치타공 베이터미널개발 사업에도 장금상선과 현대엔지니어링같은 건실한 국내 대기업으로 구성된 K-컨소시엄이 발주처인 치타공항만청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 사업다각화 차원 중남미·아프리카 개척 시도도

중남미지역은 온두라스,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총 59억6,000만원 규모로 7개 사업을 수행했으며, 이는 전체 사업 개수 대비 16.7%, 금액 대비 16.5%를 차지한다.

이중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진행된 ‘온두라스 항만개발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를 바탕으로 온두라스 정부는 2015년부터 꼬르떼스항 확장사업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2년 4월부터 13개월간 진행된 ‘몬테비데오항 등 우루과이 항만개발 기본계획 수립’ 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우루과이 정부는 2013년부터 싸자고(Sayago)항 개발 사업을 정부 정책에 반영해 터미널 시설 및 접근항로의 준설작업을 시행했다.

또 엘살바도르 공항항만청(CEPA)은 ‘엘살바도르 아카후틀라항 항만개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검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아카후틀라항 현대화 사업을 한국수출입은행의 EDCF차관을 도입해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차관 도입을 위한 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 협력사업은 카메룬, 알제리, 리비아 등 총 63억4,000만 원 규모로 8개 사업을 수행했으며, 이는 전체 사업개수 대비 19%, 금액대비 17.6%를 차지한다. 또, DR콩고 바나나 항 개발사업, 카메룬의 림베항 개발사업 등 일부 아프리카 정부는 협력사업 결과를 정책에 반영해 추진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알제리는 협력사업을 통해 대우건설이 2014년 젠젠항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 마련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엔지니어링사들도 2013년 알제리 정부에서 발주한 알제리 대체 신항만인 셰르셀(Cherchell)항 입지선정 및 마스트플랜 사업과 지난해 방글라데시 파이라 항만청에서 발주한 파이라 항만개발 실시설계 및 감리 사업을 수수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 PPP투자 의존률 높은 아세안 국가, 기존 진출 대기업 연계 진출전략 필요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한 추진 예정·진행 중인 사업을 포함한 세계 항만시장 규모는 총 5,177억 달러로 추정되며, 지역별로 분석하면 아태지역이 39%를 차지하는 1,992억 달러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아프리카로 21%, 1,067억 달러였다.

전년 대비 항만시장 규모 증가율은 특히 아프리카(▲32%)에서 두드러져, 아프리카 내 항만사업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세안 역내 항만 인프라는 경제 활성화의 핵심 동력으로, 연계성(Connectivity) 개선을 위한 물적·제도적 인프라 구축 추진 중이며, 특히 메콩강 유역국가를 중심으로 항만개발사업은 민간 및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민관협력 해외투자개발사업)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 지역내 추진예정 및 진행 중인 항만사업 규모는 887억 달러 규모로 말레이시아(262억 달러), 인도네시아(241억 달러), 필리핀(185억 달러), 베트남(72억 달러) 등으로 PPP투자를 중심으로 한 정부 주도의 항만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아세안 국가는 공공부채 및 소득수준 격상에 따른 ODA 수원 여건 악화 등으로 재원확보가 어려워, 항만 인프라 사업은 민간투자 또는 PPP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에는 아세안 항만개발사업의 40%는 민간투자사업, 39%는 PPP사업, 나머지 정부 재정사업은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세안 항만시장은 중국·일본 등 대규모 재원을 갖춘 경쟁국 및 글로벌 기업이 각축하는 시장이므로 항만공사 또는 기존에 진출한 건설사인 현대, 포스코 등 제조사와의 협의체를 구성해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펀드를 진출 동력으로 활용해 사업 안정성 도모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인니, 필리핀, 베트남 등 주요국별 항만개발 사업 수요와 PPP 제도를 면밀히 분석해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아프리카·중남미지역, MDB역할 강화…정부간 협력 진출기반 모색

아프리카 지역은 남부·동부 국가를 중심으로 인프라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항만은 재원 및 운영문제로 모두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아사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세계은행(WB) 등이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APMT가 운영하는 서아프리카 내륙강가를 연결하는 나이지리아의 WACT. 출처 APMT 홈페이지.
APMT가 운영하는 서아프리카 내륙강가를 연결하는 나이지리아의 WACT. 출처 APMT 홈페이지.

아프리카내 추진 예정 및 진행 중인 항만사업 규모는 1,067억 달러 규모로 탄자니아(154억 달러), 모잠비크(118억 달러), 기니(75억 달러), 나이지리아(63억 달러) 등이며,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하의 항만을 포함한 인프라 개발 시장에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기업의 아프리카내 건설사업 수주는 전년대비 40% 증가해 한국 기술력에 대한 인지도를 넓히고 있으나, 항만은 투자·운영사의 참여가 필수이므로 다자개발은행(MDB) 사업 중심으로 AfDB가 검토 중인 항만사업의 감리·설계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기업(모잠비크의 한국가스공사 사업)과 협업을 통해 신규사업을 모색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9월께 나이지리아에서 있을 인프라 프로젝트 상담회와 KOTRA에서 계획 중인 AfDB 활용을 위한 인프라 수주사절단(올해 3분기 중,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합류해 전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남미는 니카라과 마나과 태평양~대서양간 운하개발사업(500억 달러), 자메이카 물류허브 개발사업(280억 달러), 브라질 브라질리아 전체항만 현대화 사업(120억 달러), 멕시코 베라크루즈 신항 개발(34억 달러) 등의 대규모 항만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이곳 역시 정부의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민간투자 유치가 활발하고,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등의 MDB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브라질, 멕시코 등은 PPP 법·제도 정비와 전담기관 설립 등을 추진 중이며, 항만개발사업에 민간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MDB 파이낸싱의 의존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남미지역은 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과거 식민지배를 했던 유럽계 건설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면 중국 국영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브라질 상루이스(Sao Luis) 선착장 개발 등 건설 투자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PSA가 중남미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파나마터미널. 출처 PSA 홈페이지.
PSA가 중남미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파나마터미널. 출처 PSA 홈페이지.

중남미지역에서 우리기업의 항만사업 수주 실적이 전무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 초기 진입을 위해 현지 파트너와 합작투자·M&A, 정부간 협력과 MDB 사업을 통한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CABEI, 미주개발은행(IDB), 중남미개발은행(CAF) 등의 MDB에서 검토 중인 국가별 중점 항만개발 사업을 분석해 현지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항만시장 진출 추진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KOTRA 주도의 KSP사업(지식공유프로그램)과 해수부 협력사업과 연계해 우리 기업의 진출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 진출 의지 확고한 기업에 양허성차관 등 각종 인센티브

해수부는 사업의지가 확고한 우리 기업의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동반 출장해 대상국가의 항만관계관들과의 협의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해양자원탐사, 수산자원 개발 및 보존, 해기사 양성교육 등과 같이 대상국가가 요구하는 해양수산 분야의 무상원조(ODA)사업 지원을 통한 간접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대상국가 항만개발사업의 사업화를 촉진하고 경제 타당성과 재무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양허성차관(Concessional loan)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을 관련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센터를 통해 해외 항만개발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에게 관련국가의 항만에 대한 최신 정보와 전망자료를 제공하고 비즈미팅을 주선하는 등 사업 추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기업의 해외 항만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별 국가별 진출 전략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관심기업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해외항만시장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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