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3% 예상…항만업계 "2-5부두 개장 늦춰야"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무역 트랜드 역시 대륙을 건너는 이동보다 대륙내 물량 공급의 안정성을 택하는 추세로 바뀔 것으로 예측되면서 부산신항 신규 터미널 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컨테이너 물량이 대폭 줄어들면 터미널 운영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 뻔한데, 또다른 대형 터미널을 개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은행 및 IMF(국제통화기금) 등 유수의 국제금융기구는 올해 세계 경제가 3% 이상 하락하는 등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기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운항만업계는 오는 2023년으로 예고된 부산신항 2-5단계 개장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다수의 국제금융기구는 올해 안에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내년에 일정부분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어느정도까지 추락할지 예측이 불가하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역시 1~2% 떨어지는 등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부산항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코로나19로 국내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도 2분기(4~6월)부터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부산항만공사(BPA)는 오는 2023년으로 예정된 부산신항 2-5단계 터미널을 당초 계획대로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BPA는 예정된 시기에 개장하되, 신규 터미널 개장에 따른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개장보다 앞선 2022년에 물량 연동형 임대료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1분기에 부산항의 물동량이 늘어난 이유는 당시 중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어 중국으로 향하던 배가 부산항으로 회항했기 때문에 상당히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것”이었다며, “중국 내 코로나사태가 진정된 지금은 5~6월이 문제인데, 현재 대형선 기준으로 각 터미널당 20~30% 물량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걱정이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각국의 경제 봉쇄가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시기로 한정되겠지만, 향후 무역 트랜드는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사재기와 물건 품귀현상을 겪은데다, 경제 위기 이후 각국에서 엄청난 실업률이 예상되면서 향후 무역 트렌드가 바다를 건넌 대륙간 이동보다는 상품의 유연한 공급과 안정성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 임원 중 87%가 3년 내 (저비용 국가의 대규모 공장에 생산을 집중하는) 서플라이체인(SCM, 공급망) 관련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한 전문가는 “기업들이 위기때 시스템 복원력을 중시하고 공급망을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외국계 항만업체인 A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공급망에 의존한 효율성 증가를 통해 무역이 이뤄졌지만, 코로나19로 각 산업별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브로커들 위주로 물량이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가까운 곳으로 생산지를 옮기고, 위기 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공급의 안정성 위주로 글로벌 물류 흐림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사태로 전세계 물동량의 수출입이 급락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공장이 적은 선진국들이 사재기와 엄청난 가격상승을 경험했다. 심지어 미국도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자동화를 통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기겠다고 한다”며, “앞으로는 대륙내 지역간 물동량이 성장해도, 바다를 건너 대륙을 뛰어넘는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만업계는 이처럼 글로벌 무역 트랜드 변화 및 해상 물동량 하락세와 맞물려 중국의 카보타지 해제 이슈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부산신항 2-5단계 터미널 개장시기를 늦춰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비용 국가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생산을 벗어나, 생산시설들의 본국 귀환과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 되면 해상을 통한 물량이 줄어들어 부산신항의 물동량 전망치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며, “중국의 카보타지 해제 이슈도 꺼지지 않은 불씨인데, 뭘 믿고 신항을 잇달아 개장하겠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산신항 관계자도 “2분기가 시작하면서 물동량이 떨어지는 것이 체감이 될 정도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후에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2-5부두 등) 개장 시기를 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향후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터미널 개장 시기를 늦추겠다는 것을 용인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