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광장에서 물류팀을 맡고 있는 정진영 변호사입니다. 이번에 'Law & Trans'라는 컬럼란을 맡게 됐습니다. 지난 25년간 운송과 물류 분야에 관한 법률업무를 취급해 온 경험, 시사성과 중요성에 기초해 물류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법적 이슈와 법원판결 등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첫 기고문에서는 'freight forwarder의 법적 지위'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진영 객원논설위원
정진영 객원논설위원

[데일리로그 = 정진영 객원논설위원(現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물류업자(logistic service provider)가 수행하는 주된 기능으로는 운송주선 기능과 보관·하역·통관 대행 등 순수한 물류기능을 생각할 수 있다. 전자(前者)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보면 물류업자는 freight forwarder에 해당하게 된다. Freight forwarder의 의미에 관해서는 다양한 정의(definition)가 있을 수 있다. 실무적 관점에서는 ‘화물의 운송에 관련된 제반 업무를 취급하는 운송주선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법적인 관점에서 상법상 운송주선인의 정의를 차용해 보면 “자기명의로 (타인의 계산으로) 물건운송의 주선을 영업으로 하는 자”를 의미한다. 한편 운송인은 “육상, 해상 또는 항공에서 물건 또는 여객의 운송을 영업으로 하는 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주선’이라는 용어와 ‘운송’이라는 용어를 대비해 보면 운송주선인과 운송인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지난 수년간 freight forwarder의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된 사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접하는 어려운 문제가 freight forwarder가 어떠한 법적 지위를 갖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운송주선인의 지위를 갖는 것인지, 아니면 운송인으로의 지위를 갖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상법은 운송주선에 관해서는 주선의 대상이 되는 운송이 해상운송, 육상운송, 항공운송 내지 복합운송인지를 구별함 없이 상법 제2편 제8장(114조부터 124조까지)을 통해 통일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반면 운송인에 관해서는 운송의 종류에 따라 나눠 규율하고 있는데, 상법 제2편 제9장은 육상운송, 상법 제5편은 해상운송, 상법 제5편 제816조는 복합운송 그리고 상법 제6편은 항공운송에 관한 사항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freight forwarder가 운송주선인과 운송인 중 어느 지위를 갖는지, 또 그 forwarder가 관여한 운송이 육상운송, 해상운송 및 항공운송 중 무엇인지에 따라 해당 freight forwarder의 법적 지위와 책임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달라지게 되면, 그에 따라 법적인 권리와 의무 그리고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Freight forwarder가 해상운송에 관여한 경우 법 적용에서의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첫째, freight forwarder가 운송주선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 상법 제2편 제9장에서는 책임제한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한 관계로 관련 계약서에서 책임제한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는 한 해당 forwarder는 화주에 대해 책임제한 항변을 주장할 수 없고, 그의 법적 책임에 관해 1년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며, 민법상 위임계약에 관한 조항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둘째, 운송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법적 책임에 관해 상법 제5편(해상운송)이 적용돼 상법 제797조 등에 따른 포장당 책임 제한 항변을 주장할 수 있고, 상법 제814조에 따른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되며, 민법상 도급계약에 관한 조항이 적용된다.

물론 상법에서는 운송주선인과 운송인을 구별하는 두 가지 정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상법 제116조에 따르면, 운송주선인이 직접 운송을 하거나 화주의 요청에 따라 화물상환증을 발행해 운송에 개입한 경우에는 운송인으로의 지위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송주선계약에서 운임을 확정액(fixed sum)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운송주선인은 운송인으로의 지위를 갖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론이다. 운송주선인이 화물상환증이나 그에 준하는 선하증권, 항공운송장 등의 운송증권을 발행했는지, 또는 운송주선계약에서 운임액을 확정액으로 정했는지는 사실판단의 문제로서 운송증권이나 계약서의 문언 내용에 기초해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경우는 '운송주선인이 직접 운송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고, 여러 제반사정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바, 여기서 법원의 판례가 해석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 문제(freight forwarder가 운송주선의 지위를 갖는지 또는 운송인의 지위를 갖는지)에 관해 우리 대법원은 일정한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관한 선도적 판결로서는 대법원 '2005다654493 판결'을 들 수 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았다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하나,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운송을 의뢰받은 회사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책임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실제로 관여한 정도 등을 구별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판결에 이어서 동일한 쟁점에 관해 여러 후속 판결들이 선고됐는데, 그 중 '2011다103564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이 후속 판결을 통해 운송인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재산적 바탕(선박 등 운송수단과 상업적 신용)을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상법의 규정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구별 기준에 의할 때,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은 다음과 같이 구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관련 계약서에서 freight forwarder가 운송인으로의 책임을 진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거나 또는 운임을 확정액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 해당 freight forwarder는 운송인의 지위를 갖는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관련 계약서에 그러한 명문 규정이 없는 경우라면, 하우스 선하증권을 누가 어떠한 자격으로 발행했는지, 운송업무의 의뢰인이 freight forwarder에게 수수료나 보수가 아니라 확정운임을 지급했는지, freight forwarder의 법인등기부에 운송업이 목적사업에 포함돼 있으며 실제로 운송을 수행할 재산적 바탕이 있는지에 기준해 해당 freight forwarder의 법적 지위가 판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freight forwarder가 자신의 명의로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운송인을 위한 대리인 자격에서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하거나 또는 surrender BL이나 화물수취증(receipt of cargo)을 발행한 경우에는 화물상환증을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운송인의 지위를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매출 등 영업규모의 측면이 아니라 법적 책임의 측면에서 볼 때, freight forwarder가 운송인으로의 지위를 갖는 것보다는 운송주선인으로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명제에 입각해 forwarding 사업에 종사하시는 이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화주와 화물의 운송에 관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문구는 지양해야 한다.

둘째, House BL이나 House AWB 등 하우스 운송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하기 보다는 'for and on behalf of the master'라는 문구를 삽입해 운송인을 위한 대리인 자격으로 발행해야 한다. 부득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하는 경우에도 surrender 방식의 운송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좋다.

셋째, 협상력의 불균형으로 화주측 요청에 따라 부득이 계약서에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거나 또는 자신의 이름으로 하우스 운송증권을 발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관련 계약서나 운송증권에 포장당 또는 운임단위 당 책임 제한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진영 객원논설위원 프로필]

- 학력

1987년 서울대(법대) 입학

1989년 제 31회 사법시헙 합격

1990년 서울대(법대) 수료

1992년 제 21기 사법연수원 수료

1999년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Law School 연수

2003년 Washington University Law School(LL.M.)

- 경력

1992~1995년 육군 법무관

1995년 한미합동법률사무소 입사

2001~2002년 英 Richards Butler 변호사

2008년 사법연수원 해상법 강의

1995년~현재 법무법인(유) 광장 물류팀 변호사(해상, 항공, 보험, 국제거래, 자원에너지 분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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