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사 견제할 '수입품목' 공표대상서 제외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컨테이너 선사 운임공표제를 놓고, 핵심 내용이 빠진 '반쪽짜리 제도'란 비판이 일고 있다. 외국선사들을 견제할 수입품목이 공표대상에서 제외된데다, 위반시 제재방안도 약해 법 시행에 따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해운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기항하는 컨테이너선사 운임체계의 투명성과 대형화주들을 비롯한 2자 물류업체들의 갑질 방지를 위해 개정된 운임공표제가 내달 1일 시행되지만, 공표대상 중 수입품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운임공표제 시행과 관련,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부산에서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해수부는 시행시기를 내달 1일로 확정했다. 또, 업계의 주요 관심사항이었던 ‘수입품목’에 대해서는 공표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실적으로 수입품목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해수부가 이날 설명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공표 유예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당초 해수부는 개정된 운임공표제는 2월 21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사전 설명회를 진행하기 어렵고 규정의 전부개정에 따른 혼란을 고려해 시행시기를 7월 1일로 유예했었다. 유예 조항은 공표내용과 장기운송계약 신고, 공정거래 및 정상이윤의 보장, 업무권한의 위탁 등 4개 조문이다.

이번 운임공표제 시행과 관련, 컨테이너 선사들은 공표제를 통해 외국적선사의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2자물류업체들의 갑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등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적선사들은 국내에서 대리점 형태로 운영돼 본사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로 이번 공표대상에서 제외됐고, 2자물류업체들도 나름 대응방안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제도 위반 시, 과태료가 100만 원 수준임에 따라 법 시행에 따른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되고 있다.

한 국내 컨테이너 선사 관계자는 “외국적 선사들이 주로 전담하는 수입품목을 대리점 체제로 운영되는 국내에서 본사가 자료를 안준다고 하면 그만인데다, 관리감독을 위탁받은 해양진흥공사도 외국의 본사로 가서 조사를 할 수도 없다보니 아예 공표대상에서 유예시키자고 한 것 같다”며, “운임공표제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외국적선사의 공표가 매우 중요한데, 이 부문이 빠진채로 시행돼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법안 시행의 핵심은 국적선사들 스스로 운임시장을 공정하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외국선사들이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이 유지되겠느냐”면서, “갑질 근절을 위한 2자물류업체들은 이미 시행 유예로 저마다 법안의 허점을 파악해 운임공표제를 신경도 쓰고 있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단 제도를 시행해 보고 계속 보완을 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법안이 일몰제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일정 기간 이후에도 꾸준히 시행된다는 보장이 없어 업계 전반적으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따라서 업계는 공표제를 조금 늦추더라도 좀 더 보완해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항운송사업자 운임 및 요금의 공표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재검토기한)에는 '해양수산부장관은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고시에 대해 2020년 7월 1일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매 3년째 6월 30일까지)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다른 ‘컨’ 선사 관계자는 “공표제를 시행하면 담당자가 일이 많아지니 우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사들을 보호할 주요사항이 다 빠진 상황에서 시행하면 또 다시 법안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하역료 인가제도 이것저것 다 떼네더니 결국 법안 실효성이 없는 채 그대로 사라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해운 전문가도 “운임공표제의 취지가 선사들이 서로 공정한 경쟁을 하고 화주들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저런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고 일단 제외시키고 시행을 해버리면 결국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된다. 또 추후에는 한 번 만들었는데 안 됐다는 이유로 다시 도입하기도 어렵다”며, “법안을 충분히 보완해 시행해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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