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춘선 객원논설위원(現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에는 항만이 60개 있다. 무역항이 31개 연안항이 29개이고, 이중 국가관리항은 25개 지방관리항은 35개이다. 이들 항만은 지방해양수산청, 항만공사(국가, 지방), 지자체 등이 관리·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항만들의 효율적인 관리·운영을 위해서는 어떤 조직 형태로 어떻게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하느냐는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지만, 최근에는 심각하게 거론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국가무역항의 효율적인 관리·운영은 항만경쟁력 제고의 핵심 사안으로, 이에 대한 논의를 현 시점에서 전개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항만운영체제가 효율적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역임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고, 항만공사를 중점으로 향후 항만운영체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본다.

항만공사(Port Authority)는 지역특성을 살리고 민간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십분 활용해 항만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2004년 부산항만공사를 시작으로 본격 출범했다. 항만의 경쟁력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항만운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중심 주체로서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고, 이후 인천, 울산, 여수광양 항만공사가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개의 항만공사가 있는데,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항만공사는 국가가 관장하고(국가공기업), 평택항만공사는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다(지방공기업).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발전을 이룩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상존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우선은 국가와 지방간의 문제이다. 항만의 관리·운영과 관련해 한동안 중앙과 지자체 간 줄다리기가 격하게 이어졌고, 현재도 그 연장선 상에 있으나 전반적인 추세는 지자체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 모습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앞으로도 지방의 요구는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보이며, 큰 흐름에서는 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맞다고 보며 추세도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양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해외에서의 항만운영체제는 각국의 여건과 전통에 따라 항만별로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과 일본의 고베항은 지방정부가 주축이 되어 항만을 관리해 왔다. 한편, 미국의 뉴욕 뉴저지항은 항만공사체제를 통해 공항까지도 포함해 항만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고, 호주의 시드니항은 ‘시드니항만회사’라는 지방공사가 항만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항만운영 및 관리의 주체를 어디로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다만 우리의 경우 글로벌/권역 거점이 되는 국가무역항의 운영 주체는 상당 기간은 국가가 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본다. 국가의 대규모 지원이 여전히 요구되고 있고, 국가 전체 차원에서 해운항만산업을 이끌어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자체의 의견이나 요구를 가급적 적절한 절차와 협의를 통해 반영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추가적인 국가나 지방의 항만공사 설립은 독립채산제를 원칙으로 운영해야 하는 항만공사로서는 수익창출을 위한 물동량 확보가 곤란하므로 시기상조라고 본다(예: 대산항, 목포항, 마산항 등).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의 지방항만공사로 설립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는 항만공사와 지방해양수산청(해양수산부) 간의 관계 문제이다. 원래 해양환경, 해상안전, 항만 질서 등 공권력이 필요한 규제성 업무는 청에서, 항만시설의 운영·유지보수 등 수익적인 서비스 업무는 공사에서 담당토록 되어 있다(항만공사법 의거). 하지만, 현실에서는 항만운영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청(해양수산부)의 규제나 간섭이 여전히 많다고 보며, 이제는 다소 규제 성격이 있는 업무라도 과감히 공사에 위임해 항만운영의 효율화를 기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된다. 이는 항만요율의 탄력적인 시행 권한의 부여도 신중하지만 전향적인 시작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항만공사의 기능 개선도 이제는 심각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항만공사가 터미널 임대사업자 수준에 머물고 있고, 공공재인 터미널의 실제 운영은 여러 민간회사가 나누어 가지고 있어 항만공사는 정책조정기능이 없는 관계로 경쟁력 약화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 해외사업 참여(지분참여, 투자 등)나 추진 시 여러 제약으로 자유롭게 진출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아직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소간의 시행착오나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진출을 원천적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항만공사를 세계적인 GTO(Global Terminal Operator)육성의 주축으로 하여 이를 추진하려 한다면 이러한 제약은 적극적으로 과감히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설립된 해양진흥공사와의 기능 및 역할 분담과 협력 등 관계정립도 필요한 사안이다. 항만공사는 항만의 관리·운영을, 해양진흥공사는 선사의 관리·보증·재원지원 등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양 기관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비슷한 점이 많으므로 양 기관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해외항만개발사업은 양 기관의 공통적인 목표로 국적선사의 해외물류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의 경우 PSA나 허치슨포트홀딩스(HPH) 등 세계적 수준의 GTO를 육성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으로, 또한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를 주도할 가장 현실적인 주체로 항만공사를 꼽는 것은 당연하고 적절하지만 추진 주체로서는 규모가 적다고 본다. 때문에 항만공사법 개정이나 국내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의 통합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항만공사가 국제적인 경쟁력과 규모를 갖추어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고 한다면 현재의 항만단위의 항만공사 수준으로는 버겁다고 본다. 또, 인접 항만 간 국내외 물동량 확보를 위한 과잉경쟁은 지역간 대립이나 국가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산, 광양여수 등을 통합한 남해안벨트를 축으로 하나의 항만공사와 인천, 경기 등을 통합한 서해안벨트를 축으로 한 항만공사 등 2개 정도의 광역화된 항만공사가 국제적인 경쟁에 유리하다고 보며, 이에 맞게 조직을 재편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1국 1선사 1GTO’라는 규모화 시각에서는 1개의 항만공사도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항만공사 내부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최근 실종됐는데, 항만위원회의 항만위원은 전원이 외부에서 충당되고 있어 일반적인 이사회나 위원회의 모습과 차이가 있다. 항만위원회와 항만공사 집행부가 상호 조화를 이뤄 잘 운영해 나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호 간 대립이나 갈등이 있다면 사사건건 문제가 될 것은 자명하고 타협이나 절충이 어려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의 사장이나 임원은 이사회나 위원회의 멤버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바라건대, 항만공사는 무엇보다도 항만의 경쟁력제고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배후부지 및 물류센터 건설로 고부가가치 물류산업의 활성화, 해외항만건설을 통한 글로벌네트워크의 구축, 인접 항만과의 협조체제를 유지해 항만이용자를 적극 유치하는 것 등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임무이고 역할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항만공사 제도와 업무의 과감한 개선과 지원, 그리고 협력을 포함한 윈윈(Win-Win) 전략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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