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결과도 나오기 전에 예산 259억 전용

지난달 28일 한진중공업에서 열린 ‘부산항 신항 서‘컨’2-5단계(1차분) 트랜스퍼크레인 제작·설치사업‘ 강제절단식에 참석한  남기찬 BPA 사장.
지난달 28일 한진중공업에서 열린 ‘부산항 신항 서‘컨’2-5단계(1차분) 트랜스퍼크레인 제작·설치사업‘ 강재절단식에 참석한 남기찬 BPA 사장.

부산항만공사가 지난해 발주한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2-5단계 터미널)의 크레인 선 발주 과정에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기업이 1년 투자비의 7%에 달하는 금액을 정규 예산 편성도 하지 않고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예산을 전용함에 따라 집행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항만공사(BPA)가 공공기관 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개한 ‘제213회 항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BPA는 항만위원회의 이날 심의에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5단계 항만시설 장비 제작·설치사업 시행(안)’과 ‘2019년 예산전용(안)-신항 서’컨‘부두 하역장비 제작 설치사업’에 대한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18일에 개최된 당시 회의에서 해당 안건은 2023년 1월로 개장이 연기된 신항 2-5단계 터미널에 설치될 크레인 발주와 관련된 것으로, 크레인 발주에 대한 선급금은 항만위 안건 통과 후인 지난해 12월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묵 BPA 그린환경부장은 “해당 항만위 안건 통과 후 크레인 제작 선급금으로 발주처인 한진중공업에 259억 원을 지난해 12월 지급했다”고 확인해 줬다.

이날 회의의 핵심내용은 부산신항 서‘컨’ 2-5단계 3선석에 대한 항만시설장비(C/C 9기, T/C 46기) 발주 방침을 수립하고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이전에 조건부 발주키로 하면서, 동시에 해당 설비의 조기 발주를 위해 투자 자산 및 유형자산 항목에서 259억 원을 전용하는 것이었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BPA의 이같은 예산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 예산 편성 기간인 연말연시를 앞두고 259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예산전용을 통해 승인한 것과, 정식 예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집행을 서두를 이유가 있었냐는 것이다. 장비 발주 시점도 운영사 선정인 올해 1월보다 한참 전에 이뤄진 것도 일반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BPA는 알리오 공시를 통해 지난해 투자(예산) 집행에 총 1,887억 원을, 올해 상반기까지 총 1,470억 원을 집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259억 원은 BPA 연간 투자 규모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적지 않은 액수이다.

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우리 공사는 10억 원 이상 예산을 전용해 본적이 없는데, 259억 원이면 전용으로 처리하기엔 액수가 너무 많다”며, “정규 예산철이 얼마 안남았는데 급하게 서두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운영사 선정도 전에 장비를 발주한 부분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정규 예산 편성도 없이 예산을 전용해 크레인을 발주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BPA는 부산항만업계에 크레인 발주 문제 때문에 개장 시기를 조율할 수 없다는 이야길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데, 성급하게 크레인 발주를 서두른 점은 좀 황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BPA 본사 전경.
BPA 본사 전경.

이와 관련 BPA측은 전용한 예산 규모가 적은 액수이며, 기재부의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 예산을 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BPA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BPA의) 전체 자본에 비해 (전용한 예산이) 큰 규모는 아니고 예타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몰라서 전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예타 결과가 반영이 되기 전에 예산을 잡을 수 없는 규정이 있었고, (예타결과가 나온 뒤) 추경을 했어야 맞는데, 정부의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예산을 조기집행하라는 지침에 따라 이듬해 1월에 집행키로 한 자금을 3개월 앞당겨 집행하게 되면서 진행됐다. 기재부와 해수부의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같은 BPA의 해명내용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회 관계자는 “BPA의 올해 예산이 1조50억 원에, 상반기 투자 예산만 놓고 봤을 때 대략적인 추산으로도 연간 7%에 해당하는 금액이 적다고 할 수 있느냐”면서, “예산이 얼마가 됐든, 설령 연간 예산이 수 조 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250억 원은 큰 액수인데 국가 공기업에서 예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분개했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산 항만업계에서 6개월 가량 연기한 신항 2-5단계 개장 시기를 더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BPA의 석연치 않은 크레인 발주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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