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서 美수출 주요 화주들과 간담회 개최

미국의 주요 소비시즌을 앞두고 선복을 잡지 못해 조바심이 난 화주들이 선사들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했다. 원양노선을 운항하는 주요 선사들이 대부분 외국계선사인데다, 국내선사인 HMM이나 SM상선이 얼라이언스 내에서 운임결정에 큰 역할을 못하고 있어 화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선주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24일 한국무역협회 중회의실에서 HMM을 비롯해 SM상선, 머스크(Maersk) 및 삼성SDS, 판토스 등 주요 선화주가 만나 최근 원양노선 운임인상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는 ‘선화주 상생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무역협회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선사측에는 HMM과 SM상선, 장금상선,머스크, MSC, 양밍 등이, 화주측에선 기아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 판토스, 세아상역, KGC인삼공사 등이 참석한다.

현재 원양항로 중 미주지역의 급격한 해상운임 인상으로 국내외 화주들 대부분이 선복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측이 운임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선사들이 중국측에 선복을 우선 배정해주고 있어 국내 화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미국 소비시즌 대목인 3분기에 짐을 싣지 못하는데다, 컨테이너마저 소비국에 묶여 있어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규모 소비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할로윈,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면서 이 시기에 팔아야 할 소비재들이 이미 미국에 도착해 유통업체들의 창고에 쌓여 있어야 하는데 물건이 가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며, “중국의 압박으로 선사들이 화물을 중국화주에 우선배정해주고 있어 국내 화주들이 안그래도 선복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 심각하게 부족현상을 겪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컨테이너도 생산국에 있어야 짐을 싣는데, 선복부족으로 선사들이 선박에 풀컨테이너를 우선 싣다보니 공‘컨’은 소비국에 묶여있어 공‘컨’까지 부족해지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운임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고 덧붙였다.

선박을 잡지도 못하고 공‘컨’마저 부족해지자, 화주측에서는 선사들이 선박을 계선시켜 선복부족을 유도해 운임을 인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현재 전세계 선복량(2,400만TEU) 중 약 15%인 300만TEU 가량이 계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연초에 코로나19로 선사들이 선복을 조절한데다, 4월부터 얼라이언스 재편이 있었고, 원양노선을 과거처럼 단독 운항하는 선사가 없어 시장이 과점형태로 이뤄졌다”며, “여기에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이에 적응을 하고 인터넷 쇼핑 등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되살아났음에도 미국 내에서는 공장 가동이 축소돼 수입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이 전세계적으로 15%정도 계선돼 있다고는 하지만, 내일 당장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당장 배가 있는 선주들을 찾고 어디에 어떻게 쓸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말 한 마디로 내일 당장 배를 띄울순 없는데, 화주들이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게다가 운임 주도권은 대부분 외국적선사가 쥐고 있고 얼라이언스내에서 HMM이나 SM상선이 큰 역할을 할만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인데, 간담회에서 얼마나 건설적인 이야기가 오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 파산 당시 침묵했던 화주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최소 얼라이언스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한진해운에 비해 HMM은 올해 정식 얼라이언스 멤버로 인정받아 입지가 탄탄하지 못하다. 또 SM상선은 2M과 전략적 제휴 형식이라서 운임결정에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운임떨어질 때나 선사들 죽어나갈 때 화주들이 뭘 해준 것이 있다고 마치 선사들이 비도덕적인 기업들인마냥 몰아가는 것이냐”며, “최소 한진해운이 버티고 있었다면 중국에 선복을 우선 배정해 주고 있는 현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운주도권을 외국에 뺏기면 화주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수 백번을 이야기하면서 한진해운 파산에 대해 막아달라고 호소했음에도 국내 화주들은 침묵을 지키지 않았느냐”면서, “이제라도 HMM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화주들이 국적선사들에게 짐을 실어주는 등 다시는 이런 상황을 겪지 않도록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선사들이 다수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항로는 운임이 오히려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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