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지연 예상되지만 BPA측은 "문제없다" 자신 /
BPA, "2022년 3월 이전까지 모두 설치할 것"
항만업계, “현 스케줄대로라면 이행 불가능”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난해 한진중공업에 발주한 크레인 제작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선수금을 지급하고 1년이 다 됐지만, 아직 설계도 끝나지 않아 언제 제작이 완료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PA와 같은 시기에 발주한 부산신항 2-4단계 터미널의 야드크레인의 제작 스케줄과 비교해 한참 뒤처지는 것으로 확인돼 15년만에 한진중공업을 통한 하역장비 국산화가 재현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BPA 및 항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BPA가 한진중공업에 발주한 야드크레인(트랜스퍼크레인, ARMG)이 1년 가까이 설계작업만 진행하다 최근에 와서야 주 구조물 제작에 착수하는 등 통상적인 크레인 제작 일정보다 상당부문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PA는 항만장비 국산화를 위해 한진중공업을 포함해 두산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에 부산신항 2-5단계에 설치할 항만 크레인 장비를 1·2차분으로 나눠 발주한 바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 BPA가 발주한 야드크레인 총 34기를 약 1,155억 원에 낙찰받았으며, BPA는 한진중공업에 선수금 지급을 위해 예산을 전용하면서까지 259억 원을 집행한바 있다.

한진중공업은 3사 중 제일 큰 규모의 사업을 따냈고, 가장 먼저 선수금을 집행받았음에도 크레인 설계작업에만 1년 가까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발주 후 6개월이면 설계작업이 마무리 된다는 것이 항만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 같은 제작일정은 같은 시기 비슷한 규모로 발주한 부산신항 2-4단계 터미널의 야드크레인 제작 스케줄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2-4단계 터미널은 2022년 5월 개장을 목표로 중국 제작사인 ZPMC에 야드크레인 32기를 지난해 12월 발주한 바 있다.

2-4단계 주주사 관계자는 “ZPMC는 크레인 제작 전문업체이기 때문에 설계작업은 한참 전에 끝났고, 야드크레인 1호기가 내년 8월부터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2-4단계에서 테스트 기한을 넉넉히 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설계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것은 통상적인 범위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BPA측은 2022년 3월까지 34기 모두 터미널에 설치할 수 있어 2-5단계 개장 시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정묵 BPA 부장은 “설계가 마무리 단계이며, 현재 주 구조물을 제작 중"이라며, "내년 7월1일부터 1호기가 설치될 예정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작 과정에 문제는 없다”면서, “2022년 3월까지 (한진중공업에 발주한)모든 장비가 터미널에 설치가 완료돼 2-5단계 개장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 다수는 BPA측이 주장하는 장비 인도 시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크다. 바로 옆 터미널(2-3단계)과 비슷한 사양으로 설계기한을 최대한 단축했던 것으로 알려진 2-4단계 터미널보다 더 많은 장비를 훨씬 촉박한 일정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항만물동량 감소 등 대외적 환경이 아닌, 크레인 제작 지연으로 2-5단계 터미널 개장시기가 6개월 연장된데 이어, 추가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해수부와 BPA는 지난 6월 해당 터미널 개장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연기했으며, 조만간 6개월 추가로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의 경우 십수년간 크레인 제작을 중단해오다 다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자동화 장비를 현장에서 충분히 시운전을 시행한 다음 터미널을 개장해야 할 것”이라며, “ZPMC는 제작 경험이 많은 상황에서도 1호기가 내년 8월부터 들어온다는데, 설계에만 1년가까이 소요된 한진중공업이 무슨 수로 이보다 앞선 내년 7월 1호기가 들어온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항만업계 관계자는 “당초 지난 6월 2-5단계 개장 시기를 6개월 연장할 당시 업계에서는 장비 제작 지연이 주된 이유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최근 부산 항만업계에서 또다시 추가 개장 연기가 확정적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업계에선 불가능하다고 하나, BPA측에서 일정대로 장비 제작 일정을 소화한다고 하니 내년 7월에 1호기가 나오는지 기다려보면 알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28일 매각공고를 냈으며, 이달 26일까지 공개입찰 방식으로 예비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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