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A 대외비 문건엔 '해수부·국정원 등에 보고' 적시…국감장에선 "보고 안했다" 부인
권성동 농해수위 위원, “국회와 국민 무시…위증 책임져야”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북한 나진항 개발과 관련해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 사장은 지난 2018년 북한 나진항에 대한 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담당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부산항만공사의 공식문서에는 해양수산부와 국정원에 보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권성동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은 20일 열린 항만공사 국정감사에서 부산항만공사(BPA)측에 북한 나진항 개발과 관련해 북측 접촉 사실과 협약서 체결 경위와 과정 등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했다.

권 의원은 앞서 BPA가 북한 나진항에 대한 임대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훈춘금성해운물류유한공사와 나진항 개발사업 지원 관련 협약체결 문서를 공개하고 “해당 사업은 김여정 북한 부부장이 중국 훈춘금성에 임대권을 준 사업으로, 대북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도 BPA가 ‘북한 퍼주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남기찬 BPA 사장에게 “나진항 개발사업에 대해 해수부나 국정원, 통일부에 보고를 했느냐”고 묻자, “이 부분은 협의한 적이 없다”면서, “2018년 2월부터 추진해 임기(2018년 8월) 이전 과정은 상세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권 의원은 “(남기찬 사장이)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국정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상급기관이 알아야지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이러한 중요 과제를 수행하면서 해수부, 국정원, 통일부 입장이 뭔지, 이 세 기관이 어느정도 알고 있는지 당연히 파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남 사장 임기 이전에 BPA에 근무했던 김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재차 “해수부에 보고했느냐”고 묻고는, 김 실장은 “제가 보고한 적은 없다”고 발뺌하자, “위증들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BPA의 관련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2018년 2월 28일 항만공사는 유완영 박사와 논의한 사항 해수부 보고’, ‘4월 5일 항만공사는 민주평통 사무처장 면담결과 해수부 보고’, ‘통일부 국정원 실무진에게 사실관계 전달하고 조심스레 관리중’ 등이 명시돼 있었다. 유완영 박사는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북한의 항만개발에 대한 지원 가능 여부를 BPA측에 타진한 인물로 알려졌다.

권 위원은 “해당 문서는 BPA가 만든 대외비 서류이다. 이렇게 돼 있는데 국회를, 국민을 완전히 무시한다”며 언성을 높이고는, “기조실장, 앞에 나와 보라. 파악을 했는데 보고한 적이 없다? 어디서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고 호통쳤다. 이어 “자기들이 추진과정을 다 보고해놓고는.... 이게 BPA 문서다. 이게 국회를 모독하고 무시하는 발언이다”면서, “여하튼 여러분들 위증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길 바란다”고 언성을 높였다.

권 의원에 따르면, BPA는 북측 인물을 접촉하고도 관련법에 따른 절차를 밟지 않은데다, 나진항 개발 투자사업에 대한 체결의향서도 남 사장 취임 이후 남 사장의 서명이 직접 들어갔지만, 북측의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선족인 김성일 훈춘금성 대표가 사업을 제안하고 해당 인물이 BPA에 서너차례 방문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권 의원은 “나진항 임대권을 중국 훈춘금성에 준 것은 김여정 부부장이라는 것도 그쪽에서 이야기 들어 알고 있을테고, 이 사업 처음에 어떻게 접촉했느냐, 상대측 회신은 받았느냐”고 질의하자, 남 사장은 “제가 사인해서 상대측에 보냈는데, 아직 회신이 없다”면서, “시작은 제가 취임하기 전이지만, 김성일 대표가 먼저 제안했고 제 재임기간에 3~4번 공사에 내방했으며, 저는 두 번 정도 만났다”고 시인했다.

권 의원은 또 “김성일 대표라는 분 조선족인데, 나진항 개발에 BPA가 도와줄 수 있느냐. 먼저 연락이 와서 접촉을 했다는 거죠”라고 확인하자, 남 사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어 “훈춘금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북한당국과 접촉했는데,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북한과 접촉하려면 통일부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승인도 안받고 만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 사장은 “조선족 사업가를 만나는 것은 북한 주민을 접촉하는 것과 다르다”고 부인했으나, 권 의원은 “지금 조선족 사업가는 그 중간에 매개체일뿐 실질적으로 BPA가 나진항을 개발하려면 북한하고 접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때문에 항만공사 자료에 통일부, 해수부, 국정원 실무자들하고 정보를 공유했다고 돼 있는데, 이게 무슨 비밀이라고 비밀유지 각서까지 써 가면서 추진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권 의원은 남북교류협력이 좌초된 시점에 추진된 해당 사업이 해수부나 국정원의 지시가 있어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공공기관의 문서에 북한을 ‘조선’이라고 기입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권 위원은 “2018년 6월 16일 남북사업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 시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해 8월 BPA는 나진항 개발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면서, “개성공단 폭파까지 있었던 마당에 나진항 개발지원을 하는게 적절했느냐”고 질의했다.

이어 “BPA가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개성공단이 폭파되면서, 남북교류협력이 거의 좌초되는 시점에서도 그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는(무엇이냐). 내가 보기에 이 것은 BPA 사장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다”며, “해수부 지시가 있거나, 최소한 국정원의 암묵적인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BPA 사장이 했다고 나는 그렇게 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그간 추진경위와 유 박사가 부산항만공사를 방문하고, 조선이 북측의 항만개발이라고 돼 있는데 대한민국 공공기관에서 작성한 문서에 ‘조선’이라는 호칭이 들어간 것은 또 처음 본다”면서, “북한이라고 하면 되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줄여서 조선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것도 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감에서 피감기관의 기관장이 위증을 할 경우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지난 2016년 국정농단 국정조사 이후 국회 위증죄에 대해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남 사장은 국감장에서 "기관장으로 성실하게 증인으로 증언하고 위증에 벌을 받겠다"고 선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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