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해결방안 찾지못해…수출입기업만 ‘발동동’

해운업계, “최선 다하겠지만, 무작정 운임 인상자제 요구는 서운”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내 수출기업들의 선복부족 해소를 위해 문성혁 해수부장관과 국적 컨테이너 선사 대표들이 만났지만, 뾰족한 수를 찾진 못했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가 부족 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채, 운임인상 자제와 선박 추가 투입만을 요구해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최근 해운 운임상승과 선적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방안과 컨테이너항로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컨테이너선사 사장단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재 해운시장은 아시아~미주노선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한국발 동남아 노선까지 운임상승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또 중국발 노선은 모든 구간이 한국발 노선보다 월등히 높게 형성돼 있어 일부 외국적 선사들이 국내 화주들의 장기계약을 파기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성혁 장관은 “최근 운임이 상승하자, 일부 외국적 선사에서 화주와의 기존 장기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사례가 있다고 화주들이 호소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불공정거래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운시장의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감독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이어 “수출업체들의 요구(선박추가 투입 및 운임인상 자제)에 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일부 대표들은 11년만에 해상운임이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선복부족보다 더 큰 문제인 컨테이너 박스 부족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도 않은채, 무작정 선박 투입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A사 대표는 “시장에 선박이 있어도 컨테이너가 없어 짐을 싣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국내 수출기업들을 위해 선사에 무작정 배를 투입하라고 하고, 운임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데 수출대란이 일어나니 해수부에서 보여주기식 쇼를 위해 대표단을 소집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화주들이 국내 선사들이 어려울 때도 우리를 외면한채 외국적선사를 이용하거나, 불과 몇달전까지도 운임공표제를 통해 공개된 요율을 보고, 공표대상에서 제외된 외국적선사들이 영업해 오면 외국적선사를 택하는 화주들도 많았다”며, “이러한 상황에 장관이 직접 나서서 선사사장들에게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코로나19로 경기악화가 예상되고 있어 운임상승은 일시적일뿐이고 컨테이너선사들이 오랜기간 장기불황을 견뎠기 때문에 ‘컨’선사들도 또다시 시작될 불황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사장단을 소집해 배를 더 집어넣고 운임도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주노선을 운항하는 HMM과 SM상선이 임시선박 투입을 확정지은데다, 일부 근해선사들도 국내 화주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의식하에 중국보다 우리나라에 선박을 투입키로한 선사들도 있는 실정이다.

HMM은 내년 2월까지 매달 부산과 미주 서안을 직기항 하는 노선을, SM상선의 경우 동남아 노선에 배치한 선박을 미주서안 직기항노선에 내달부터 내년 1월 중 3,000TEU급 1척을 임시투입키로 확정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B사 대표는 “현재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로는 한국에서 오가는 것보다 운임이 몇배나 높은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선박이 구해지면 중국에 투입하는게 선사에게 훨씬 이익이지만, 국내 수출기업들을 도와주기 위해 이익을 포기하고 선박을 국내에 투입하는 것”이라며, “향후 해운시장이 또 나빠질 수 있는데, 그때 국적선사들이 우리 기업들을 위해 이러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해수부는 해운재건의 성과로 국적 원양 ‘컨’선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회복됨에 따라, 최근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HMM의 경우 8월 이후 4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 미주지역의 수출화물 총1만5,944TE를 추가 운송했다. 또벤처기업진흥공단과 이달부터 중소화주 헬프 데스크를 설치, 운영해 국내 수출 중소기업이 국적선사가 제공하는 선적공간을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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