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잘못된 것은 정부의 중구난방 항만 정책 때문인데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진 않고, 힘없는 민초들만 거리로 내모는 겁니까?”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광양항 사태를 두고 항만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인 GWCT와 SMGT 2개사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인 SMGT 노조가 극심하게 반발했다. 17일 현재 노사간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광양항은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 이후 ‘부두 공급 과잉’으로 계획된 터미널 개발이 중단되고 운영사의 일방적 터미널 반납과 일반 부두 전환 등 숱한 위기를 겪어 왔다.

이 일련의 과정에도 불구, 광양항의 공급과잉은 해소되지 않았고, 급기야 모든 터미널 운영사가 항만공사에 임대료를 체납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에 항만공사는 터미널 통합에 대한 인센티브 안을 제시해 2개사가 통합을 결정한 것이다.

부산항은 또 어땠나. 부산항도 통합법인이 생기기까지 같은 과정을 겪는 등 정부의 항만 터미널 운영정책은 지난 십수년간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국내 양대 ‘컨’ 항만들이 무분별 터미널 공급, 운영사간 요율하락 출혈경쟁, 임대료 체납 등의 과정을 거쳐온 것이다.

정부가 수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항만을 개발했는데, 운영사가 임대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통합 이후에도 밀린 임대료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수조 원의 혈세를 들여 부두를 건설해놓고 돈도 제대로 못받고 개발된 부두가 활용되지도 못하는데 이 얼마나 국가적 낭비인가”라며, “출혈경쟁, 임대료 체납, 부두 반납, 통합이라는 패턴이 십수년간 반복되는데 정부 정책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일단 광양항 사태는 노사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조만간 일단락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는 통합 후 터미널 선석 전체를 반납하고 바로 옆에 ‘한국판 뉴딜’이라는 명분 하에 완전자동화를 위한 ‘컨’터미널 4개 선석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선석 4개를 반납시키고 인근에 비슷한 사이즈로 새로 개발한다는데 부두 개발이 애들 장난이냐”고 분개했다.

터미널 통합을 유도하고 있는 부산신항도 광양항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오는 2023년이면 7개의 운영사 중 광양항과 같이 흡수통합의 형태로 통합법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공급과잉된 터미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잘못된 항만정책을 추진하면 최종 피해자가 근로자들이 된다는 점을 정부나 관련업계 모두가 알고 있고, 우려가 현실이 됐음에도 아무런 반성도, 재발장지 대책도 없다.

부산항 관계자는 “북항에 대한 폐쇄여부는 확답을 안주고, 신규 터미널(2-5단계) 운영사는 물량유치점에서 낙제라고 내치질 않나, HMM에는 소속 얼라이언스 물량 끌어오라고 하면서 정작 해당 물량을 처리할 터미널은 사이즈가 작아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등 무슨 항만운영 정책이 이렇게 중구난방이냐”면서, “그러면서 현재 개발 중인 2-6단계 부두와 동시개장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고 하는데, 그럼 해수부는 2-5단계에 무엇을 하고,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부산신항은 운영사 통합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통합이 본격 진행되면 광양항 사태가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런데 왜 자꾸 해수부는 일만 벌이고, 수습을 해야하는 퇴로는 열어두질 않는거냐”면서, “부산항에서 또다시 임대료 체납하는 곳이 나와야 정신을 차릴텐가”라고 비판했다.

수조 원을 들인 항만을 개발하는 것에서 해수부의 역할이 끝나는게 아니다. 개발된 항만의 효율적인 운영 역시 해수부의 몫이다. 해수부는 언제까지 항만정책의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이번 광양항 사태의 쟁점에 있었던 광양항 근로자는 이렇게 호소했다.

“어떻게 정부가 애(터미널)를 낳기만 하고 책임을 안집니까. 이번 사태에서 증명됐듯 정책실패의 최종 피해자들은 결국 눈물 흘리고 일터를 떠나는 한 집안의 가장이나,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근로자들입니다. 이젠 제발 이러한 항만정책의 악순환을 끊고, 다시는 저희 같은 피해자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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