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투자만으론 투자 가치 떨어진데 조건도 미흡해 부정적

당분간 美서부 등 해외 터미널 확보 전념 예상

부산신항 4부두에 접안한 HMM의 알헤시라스호.
부산신항 4부두에 접안한 HMM의 알헤시라스호.

내년 1분기 중 운영사 재입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신항 2-5단계 터미널 운영사에 HMM은 참여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현재 부산신항에만 HMM PSA신항만(부산신항 4부두)과 오는 2022년 개장 예정인 2-4단계 터미널에 운영권 또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HMM은 현재 운영사 입찰 공모 시기를 조율 중인 부산신항 2-5단계 터미널 운영사 재입찰에 이전의 BPT 컨소시엄과 같은 지분참여 형태로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신항 한 관계자는 “HMM은 주요 요충지인 미국 서부 터미널이 매물로 나온데다,  부산신항에 터미널을 확보하고 있어 2-5단계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미 이같은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HMM은 올초 부산북항 통합운영사인 BPT와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해양수산부가 선사 물량유치 미달 등을 이유로 우선협상자를 취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HMM은 향후 2-5단계 재입찰 공모에도 같은 방식으로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HMM측의 입장을 바꾼 이유는 대외환경 변화로 또다시 채권단을 설득할 명분이 떨어진데다, 구미가 당기는 터미널이 새로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또 2-5단계가 이미 보유중인 부산신항 4부두(HMM PSA신항만)와 비교해 그다지 메리트가 없다는 점도 어느정도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이미 4부두를 보유하고 있어 올초 컨소시엄 참여도 채권단에 어렵게 허락을 받았는데 BPT·HMM 컨소시엄의 우선협상자가 취소되면서 HMM이 난감하게 되지 않았느냐”면서,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코로나19는 장기화된데다 경기악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기존 4부두와 유사한 사이즈의 터미널에 굳이 투자할 이유도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5단계가 2-6단계와 같이 개장하면 모르겠지만, 동시 개장은 불가하고 지분만 참여하면서 선사로서 물량 개런티 해주고 적자날 때도 책임져 주라는 식이라면 혈세를 지원받는 HMM 입장에선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주요 요충지에 터미널 매물이 나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해당 터미널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가 개발하기로 한 진해신항 조감도. 조감도의 왼편은 진해신항이며 오른편은 기존 부산신항으로 진해신항은 서컨테이너부두 바로 뒤편에 조성된다.
해수부가 개발하기로 한 진해신항 조감도. 조감도의 왼편은 진해신항이며 오른편은 기존 부산신항으로 진해신항은 서컨테이너부두 바로 뒤편에 조성된다.

특히, 오는 2026년 개장 예정인 2-6단계까지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전체가 개장되면 BPA가 해당 법인의 지분 30%를 확보하기로 돼 있다는 점과, 서‘컨’ 바로 옆에 진해신항(부산제2신항) 개발이 예정돼 있어 HMM의 지분 투자가 매력적이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BPA는 2-5단계와 2-6단계 터미널에 같은 운영사를 선정할 계획이며, 해당 운영사 지분 30% 보유를 공식화 해 둔 상태다.

부산신항 터미널 A사 관계자도 “BPA가 부산항 터미널들에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여타 터미널들에 이사로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지켜보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상황에서 대주주로서 지위를 확보하면 경영에 관여를 하겠다는 것인데, 경기 위축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HMM이 추후 부산신항에 터미널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진해신항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업계는 HMM이 중·단기적 해운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2-5단계 투자보다는 해외 요충지 확보나 종합물류회사로 사업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해운 전문가는 “모항에 이미 거점이 있고 2-4단계에도 산업은행과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진해신항 개발까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부산신항에 필요 이상의 분산투자를 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며, “과도한 투자는 호황이 끝났을 때 버거운 짐이 될 우려가 있는 만큼, 해외 요충지 확보나 종합물류회사로서 사업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HMM측은 부산신항 2-5단계 터미널 지분 투자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고민은 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한편, 2-5단계 운영사 입찰과 관련, BPA측은 공모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2023년 7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면 늦어도 내년 1분기 중 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규호 BPA 물류정책실장은 "터미널 개장과 공모시기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현재 협의 중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