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복합물류 시대…무역트랜드 공급망 붕괴·복합물류 기반 하드웨어 필요

Sea&Air 화물 신규 창출해 부산항 경쟁력 끌어올려야

두바이 제벨알리항에 입항한 HMM 그단스크호. 출처 DPW 홈페이지.
두바이 제벨알리항에 입항한 HMM 그단스크호. 출처 DPW 홈페이지.

#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항은 스키폴공항과 물류 기능을 연계해 화물을 자유롭게 출입하고 전자 플랫폼을 통해 화물·배송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값싼 해상운송과 빠른 항공운송이 연계된 물류체계를 통해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의 물류 관문·허브로 성장 중이다.

#2. 두바이 제벨알리항은 알막툼공항과 에티하드철도로 트라이포트를 조성했다. 이같은 복합물류체계로 발생하는 GDP는 아랍에미레이트 국가 전체 GDP인 500조 원의 25%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항공, 육운으로 나뉘던 물류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무역 트랜드 역시 SCM(공급망) 붕괴로 화주들은 새로운 형태의 물류서비스를 도모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항만에 대한 경쟁력 역시 더 이상 해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항과 연계한 트라이포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에 진출한 한 GTO 관계자는 “앞으로 진해신항 개장까지 염두해 둔다면 부산항에서 해운에만 의존한 화물창출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대다수 환적화물에 기반을 둔 부산항에서 복합물류를 위한 하드웨어를 장착하지 않는다면 항만 경쟁력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산항의 경쟁력은 복합물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항만과 공항을 연계해 나아가 육상물류까지 접목하는 종합 물류 트라이포트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가덕신공항’의 비전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 글로벌 무역 트랜드, 허브앤 스포크 기반 SCM 붕괴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세계 무역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어는 ‘공급망(SCM) 붕괴’였다. 각국의 봉쇄령으로 수출길이 막히고 소비국들은 상품 품귀현상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기존 공급망을 탈피해 각 대륙별로 거점을 두고 지역간 이동을 하는 등 물류 안정성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물류 트랜드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량을 하나의 거점으로 모으는 기존 방식인 허브앤 스포크(Hub & Spoke)는 대형 포워더 위주로 짜여진 공급망을 화주들이 활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물류 처리 방식을 대형 포워더가 주도했다.

하지만 공급망 붕괴는 화주들이 포워더들이 구축해 놓은 효율성보다 공급의 안정성을 택할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물류 주도권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앞다퉈 비해운부문을 확장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글로벌 1위 머스크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산업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비해운부문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사업비전 중 하나인 ‘처음부터 끝까지(End to End)’는 화주의 물류 전반을 책임지겠다는 전략이다.

머스크 관계자는 “유통과 물류, 해운, 항만에 대한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머스크도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물류를 연계하는 서비스로 눈을 돌린 것”이라며, “머스크의 경쟁사는 아마존이 될 수도 있고, 한국 내에서 택배회사나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전달하는 서비스를 하는 페덱스, DHL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는 지난 2016년부터 비해운부문을 확장하기로 하고 지난해 국내 육상운송업에 진출했댜.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는 지난 2016년부터 비해운부문을 확장하기로 하고 지난해 국내 육상운송업에 진출했댜. 

이전까지는 글로벌 선사들이 본업이 해운업에만 충실했고 기존 허브앤스포크의 물류방식을 따랐기 때문에 부산항이 메가포트로, 나아가 아시아 물류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글로벌 선사들이 복합물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항도 새로운 변화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한 해운 전문가는 “기존 해운업에 집중하던 선사들은 육상운송, 철도운송 등 복합물류로 눈을 돌리는데 이어, 항만사업에만 집중하던 GTO들도 선사를 인수하거나 물류업체를 인수하는 등 변하고 있다”며, “부산항도 가덕신공항을 통해 글로벌 대세에 합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인천공항 연계 한·중간 Sea&Air 화물, 국내 화주들 다수 이용 중

국내에서 첫 시도되는 트라이포트가 성공하려면 사업성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트라이포트의 기반은 Sea&Air 화물로 국내에서는 이미 인천공항을 통해 1990년대부터 Sea&Air 화물수요가 꾸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0년대 한국과 중국간 Sea&Air 화물은 중국의 칭다오, 웨이하이, 톈진, 다롄 등 중국 연안지역의 공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컴퓨터, IT, 정보통신제품 등 항공 화물수요가 높은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었으나, 중국내 항공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상태였다. 특히 한국을 경유한 Sea&Air 운송 비용이 중국~도착지간 직항 항공 운송비에 비해 20~30% 정도 저렴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1990년대 전반 중국발 Sea&Air 물동량이 연평균 50%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성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Sea&Air 화물은 주로  한중 카페리선과 북중국을 오가는 컨테이너선에 실려 인천공항을 통해 운송된다. 사진은 국내 대표 한중카페리선사인 대인페리의 비룡호.
Sea&Air 화물은 주로 한중 카페리선과 북중국을 오가는 컨테이너선에 실려 인천공항을 통해 운송된다. 사진은 국내 대표 한중카페리선사인 대인페리의 비룡호.

중국간 Sea&Air 화물의 특징은 중국에서 집화된 화물인 한·중 정기 컨테이너선이나 카페리선에 의해 국내 항만으로 들어와 인천공항을 통해 북미, 유럽 등지로 운송되는 형태다.

컨테이너선 기항 1위인 상하이지역의 경우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부산항이나 인천항으로, 카페리선이 강점인 동북3성 지역은 인천항이나 평택항으로 운송됐다. 부산, 인천, 평택 항만에 도착된 화물은 육상운송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는데, 중국발 Sea&Air 화물은 대부분 TEU 컨테이너로 들어와 공항 항공사 터미널에서 해체돼 팔레트 단위로 항공기에 적재해 운송된다.

또 화물은 주로 의류제품과 전자제품이 대부분이었으며, 보석·신발 제품 등 잡화제품도 운송됐다. 화주는 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공업체들이 이용했으며 중국업체들도 긴급화물 수출을 위해서는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Sea&Air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덕신공항 통해 복합 물류망 가능…‘新복합물류 전성시대’ 열어

가덕신공항 조감도. 출처 부산시.
가덕신공항 조감도. 출처 부산시.

현재 물류망 구축경쟁은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나 두바이 사례에서 보듯 복합물류는 향후 전세계 물류시장의 트랜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덕신공항 역시 부산신항과 연계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국내 산업·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 물류기능 개선이 가능하게 된다.

부산신항과 신공항 지역은 아시아~유럽 철도망의 종착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항만·항공·철도 운송간 높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할 수 있다.

특히 트라이포트는 남북관계 개선시에 빛을 발할 수 있다. 남북간 철도가 연결되면 부산항과 유라시아 철도간의 물류체계 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발 유럽 수출품의 경우 해상운송에 40일이 걸리지만, 부산항을 거쳐 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운송하면 14일이 소요돼 26일만큼 물류 기한이 단축된다. 따라서 일본을 비롯해 중국 동북3성 지역의 물동량에 더해 더 큰 물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부산신항 배후권역에 트라이포트 구축으로 국제자유물류도시 조성이 가능해 트라이포트와 물류·산업 단지 등과 연계한 비즈니스 지원 서비스 제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수적으로 부산 2030 세계엑스포 개최를 통한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고 부산의 세계적 물류허브도시로 성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타국 향하는 Sea&Air 화물 신규 창출·다국적 제조 및 물류기업 유치 가능

부산항 트라이포트 구축의 가장 큰 강점은 해상과 항공을 연계한 이 Sea&Air 화물이 해당 국가의 시스템 미비로 인해 부산항에 신규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항과 가덕신공항은 홍콩·싱가포르에서 처리되는 환적화물과 북태평양을 끼고 있는 일본·중국 동북3성·러시아의 물동량 신규 유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Sea&Air 화물을 위해 홍콩,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는 환적화물을 부산항으로 유치가 가능하다”며, “중국, 러시아, 일본 3개국 물동량에 대해 전세계 물류거점을 직항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특히 북극항로와 연계한 편리한 물류 편의와 비용 절감이 가능해 다량의 물동량을 부산항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덕신공항에 대한 기대효과. 출처 부산시.

부산시는 특히 인근의 일본 큐슈지방 같은 지리적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신규 수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시 관계자는 “큐슈지역와 부산항 물류비용이 일본내 육상물류비용보다 경쟁력이 있어 큐슈지역 항공화물 중 13만t은 가덕신공항으로 이전이 가능한 잠재적 물량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해당지역에서 부산항까지 카페리가 운항된다면 물동량 이전이 가능하고, 중국 상하이도 카페리로 이전 물량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트라이포트는 다국적 제조 및 물류기업을 항만·공항 배후단지로 유치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국적 제조 및 물류기업은 트라이포트를 통해 고도의 복합물류 운송기능을 제공함으로서 입지 선택에 주요 요소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경우 국제물류거점 선택시 해운, 항공 및 내륙 운송망의 체계적·효율적 구축을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판단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값싼 해상운송을 통해 자재를 물류거점에 집적한 후 산업단지 내 제조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항공, 철도로 운송하는 방식의 기업활동은 더 많은 물동량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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