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대한통운이 CJ그룹 계열로 편입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이 CJ가 대한통운 인수업체로 유력해지자 대한통운 내부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하다.

28일 저녁 매각주간사에서 대한통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CJ를 선정한 순간부터 대한통운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불과 며칠 전 포스코와 삼성SDS가 연합전선을 구축해 대한통운 인수에 나섰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이다.

노조에서는 28일에 이어 29일에도 “CJ로의 인수만은 절대 안 된다”며 인수 저지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세다.

이 같이 대한통운 직원들이 CJ를 새 주인으로 맞는 것을 극도로 꺼리자,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CJ 측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29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한통운 직원들에 대한 고용보장을 재차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약속을 믿는 대한통운 직원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오히려 세상이 다 꺼질 듯이 한숨만 토해내고 있다. 왜 일까.

우선, ‘내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고용보장과는 다르다. 내 직장의 개념은 ‘동등한 조건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 아무런 불이익 없이 승진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일정 기간 쫓아내지 않고 자리를 보존해줄테니 열심히만 하라’는 고용보장과는 다른 이유다.

대한통운 직원들은 지난 2006년 CJ GLS가 삼성HTH를 인수한 다음, 양 사 직원들 간 불협화음으로 인한 후폭풍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다수 HTH 직원은 회사를 떠났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며 “CJ는 점령군 이미지가 강해 피인수기업인 대한통운 입장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직원들이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을 선호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이 글로벌 전문 물류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더없이 좋은 조건을 이 회사들이 갖췄기 때문이다. CJ의 경우, 이 회사들보다는 조건이 떨어진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러한 점을 의식해 CJ 측은 “2020년까지 대한통운을 20조 원 규모로 키워 글로벌 7대 전문 물류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대한통운 측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차진철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은 “자금여력이 없는 CJ가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금호 및 산업은행 등 대주주에게 주고 나면, 당연히 알짜기업인 대한통운에서 이를 보충하려 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대한통운이라는 기업은 허울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듯 대한통운 직원들은 여러모로 CJ를 새 주인으로 맞아들이는 것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모진 풍파를 견뎌오며 3번째 주인만큼은 대한통운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길 간절히 바랐기에 이들의 마음이 더 쓰린 것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CJ 측에서 어떠한 당근책을 제시하더라도 대한통운 직원들의 허탈한 마음을 다독이진 못할 것 같다.

인수가 확정되고, 시간이 흐른 후에 오늘 CJ 측에서 한 약속이 립서비스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최선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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