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FEFC나 TSA 해산 사례 답습하진 않을 듯”

"운임 하락에 영향 미칠 것" VS "수요에 영향 미칠 정도는 아냐" 의견 분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컨테이너 해운시장에 대한 감시 강화 행정명령으로 최악의 경우 글로벌 얼라이언스 해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얼라이언스 해체가 오히려 미국 정부나 화주에게 '득' 보다는 '실'이 커 강제 해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을 비롯한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행정명령에 대한 후속조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흐름이 업체들의 공동행위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경향이 커 최악의 경우 얼라이언스가 강제로 해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3대 얼라이언스가 자국의 화물 운송 80%를 점유하고 있음에 따라, 독과점이며 반경쟁적 행위로 인해 고운임이 형성됐다는 점이 행정명령의 배경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선사들은 미국 항만 시스템이 좋지 않아 체선현상이 극심해 운임이 더 오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해사연방위원회(FMC)를 통해 선사들에 대해 운임담합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어느 선까지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사 입장에서 가장 좋지않은 예상시나리오는 ‘얼라이언스 강제 해체’이다. 과거 개별 선사들이 미주항로를 운항하던 것과 달리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선사들의 공조체계가 강화돼 '2M'과 '오션얼라이언스(OA)', '디 얼라이언스(TA)' 등 3개 얼라이언스로 재편됐다.

특히, 과거 구주운임동맹(FEFC)와 TSA(태평양항로안정화협의회)의 해산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행정명령에 글로벌 선사들도 적지않게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FEFC는 2008년 유럽연합(EU)이 해운업계의 반독점화 추세를 저지하기 위해 선사들간 공식 운임 협의체 역할을 했던 동맹 해체를 명령하면서, 그 해 10월 결성된지 129년만에 해산됐다.

TSA의 경우 운임을 구체적으로 정했던 FEFC와 다른 성격으로 항로 안정화를 위해 선사들이 최소 운임 마지노선을 정하는 협의회 수준이었지만, 얼라이언스 출범 후 운임인상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단체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진 머스크가 탈퇴하면서 지난 2018년 2월 해체됐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FEFC와 TSA 해산 사례가 있었고 미국이 제재를 가할때는 오랜 고민 끝에 움직이는 만큼 결코 가벼운 수준에서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 화주들이 급격한 운임 급등으로 불만이 쌓여 있어 최악의 경우 얼라이언스 해체까지 갈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현재의 얼라이언스와 과거 FFEC나 TSA와는 성격이 상이해 당시와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가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또 얼라이언스 해체로 초대형 선사들이 독과점을 가속하는 양상을 띌 수 밖에 없어 화주국인 미국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전언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원양선사 관계자는 “FEFC는 운임을 구체적으로 논의했고 TSA는 최소 마진을 정했지만, TSA의 경우 얼라이언스 출범 이후 운인임상에 성공하지 못해 유명무실해지면서 없어졌다”면서, “얼라이언스는 선복교환이나 항로 등을 결정하지만, 운임에 대해서는 멤버들과 논의하지 않고 순수하게 각 선사와 개별 화주 간 협의로 결정해 완전 다른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선사들이 얼라이언스 해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해체된다면 미국 입장에서 머스크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3개 선사가 시장을 과점하게 될 수 밖에 없는데다, 다른 선사들도 초대형선에 화물을 최대한 채우기 위해 선복교환을 할 것이기 때문에 해체가 그다지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미국 해운당국이 해운 거대 공룡인 2M만 강제적으로 해산시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2M보다는 OA가 미주시장 점유율이 높아 현실성은 낮다는 의견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업계 1, 2위가 동맹을 맺은 2M이 시장의 과점체제를 주도했고 이들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선사들이 모여 만든 디 얼라이언스는 오히려 미국 화주들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머스크가 탈퇴하면서 TSA가 자동으로 해산된 것처럼 2M을 손보는 수준에서 상황이 정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또다른 원양선사 관계자는 “2M은 주력 노선이 구주이고, 미주는 OA의 점유율이 높은데다 2M은 멤버가 두 회사밖에 안돼 선복교환 형태와 크게 다를바 없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해운시장 제재로 해상운임이 일부 하락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포워더(NVOCC)들이 구축해 놓은 시장의 가수요가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인데, 시장에서 워낙 수요가 많은 탓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포워더들이 운임 급등으로 일부 선복을 선구매해 놓고 실제 화주들에게 더 비싼 값에 제공하기도 하는데, 미국 제재를 보고 겁먹은 일부 포워더들이 가격을 정상화하는 등 가수요가 빠지면서 운임이 분기 중에 3분의 1 가량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사 관계자도 “우리가 5,000달러에 거래한 포워딩업체들이 실제로 화주에게는 1만달러를 받아내는 등 운임 편차가 큰데, 미국 제재가 이 상황을 정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또다른 원양선사 관계자는 “현재 포워더들에 의한 버블이 있을 순 있지만,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버블이 심하다면 배가 나갈 때에는 빈 배로 나가야하는데, 화물을 풀로 실어서 나가는 만큼 일각에서 추정하는 운임의 가수요는 크지 않아 운임이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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