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 선정 입찰서 '무입찰' 망신
"2-6단계 동시 개장" 여론 무시하고 공모 강행
터미널 대형화에도 여전히 쪼개기 개장으로 운영사 싸움만 부추겨

​현재 개발중인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전경.
​현재 개발중인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전경.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운영사 선정' 작업이 또 다시 무산되면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관련업계는 해양수산부와 BPA가 현실을 외면한 채, 아무런 대책없이 외골수 정책만을 시장에 강요함으로써 부산항의 경쟁력을 퇴보시키고 있다고 격분하고 있다.

2012년 8월 첫 삽을 뜬 부산신항 서‘컨’부두 운영사 선정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일 운영사 선정 마지막 날까지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입지와 최첨단설비, BPA의 안정적인 지분 참여로 부산신항 내 최고의 터미널이 될 것이라던 서‘컨’터미널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김 빠진 콜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무입찰을 두고, 관련업계는 현실을 도외시 한 해수부와 BPA의 일방적 추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가 이 같이 예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BPA가 다분히 외골수적인 정책 추진하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첫 공모 당시, 2-5단계 개장시기를 2-6단계가 개장하는 2025년으로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음에도 BPA는 운영사 공모를 강행했다.

당시에도 신항에 기항하는 얼라이언스는 3개인데 비해 터미널 운영사는 7개에 달하는 현실이 항만 경쟁력 저하의 근본적 요인으로 지적돼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 해수부와 BPA는 이에 대한 현실적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기존 정책만 주장하며 운영사 선정을 추진했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예견 못했던 당시에도 카보타지와 대외적인 무역상황 등이 바뀌고 있음에도 부산항에는 여전히 운영사 난립, 신규 물량 창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이 때문에 정부와 BPA에 여러 차례 개장시기를 조율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면서, “이 같은 여론은 무시된 채 운영사 공모를 강행해 장금상선과 HMM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이 마저도 물량유치에 이견을 보인다는 황당한 이유로 선정 다섯 달만에 우선협상자를 해지하지 않았냐”고 설명했다.

이어 “터미널 개장시기도 연장하지 못하겠고 2-6단계와 동시개장도 불가하다고 하니 뭐 어쩔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기대했던 것은 북항 통합법인이 신항에 대체부두를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항을 닫고 신항으로 물류기능을 이전하는 것이었다”면서, “더군다나 우선협상자를 해지한 시점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항통합법인 외에는 들어올 곳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됐음에도 아무런 대안도 없이 계약을 해지해 이런 상황까지 온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같은 ‘여론무시 정책’은 운영사 선정 방식을 놓고도 파열음을 일으켰다. 정부가 북항통합법인에 주겠다는 당초 약속을 뒤집고,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공공개발 부두인 서‘컨’을 외국계 선사인 2M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었다.

부산신항 전경.
부산신항 전경.

당시 부산항 한 관계자는 “물량창출을 할수 있는 선사를 우선으로 보고 운영사로 2M을 염두했으면 개발계획을 세울 때 민자로 개발을 했어야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SOC를 외국계기업에 퍼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공무원이 맞는지 이해가 안됐다”고 밝히고는, “이 업계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는 헤프닝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 답답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항만 사업을 접을 생각이 아니라면 참아야지 어쩌겠냐”고 한탄했다.

또 얼라이언스들의 장기계약으로 신규 물량창출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운영사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 지난 4월 기존 3개 얼라이언스와 7개의 부산신항 터미널운영사들은 내년에 개장될 2-4단계 터미널(BCT)과 서‘컨’부두의 연이은 개장을 우려해 최대 10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BPA도 앞으로 10년간 신규 물량 창출이 어렵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세 번쨰 공모를 시작했던 지난 5월 진규호 BPA 당시 물류정책실장(현 기획조정실장)은 한 포럼에서 “부산항 물동량은 매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제시한 전망치와 거의 비슷해 2030년까지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가 3개로 줄어들었는데 신항 터미널은 PNC를 제외하면 얼라이언스 물량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남은 터미널들만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이 지속 되고 있다”면서, “정부와 BPA가 '선석 재배치'와 '신항 운영사 통합' 등 현실성이 없는 카드를 빼들면서 안되면 업계 탓 만하고 있다.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서‘컨’터미널 개장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을'끼리 더 큰 싸움을 부추기는 정책인데, 터미널들이 장기계약을 안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서‘컨’터미널이 개장해도 진해신항 개장 때까지 물리적으로 다수의 선석이 연결된 대형터미널이 나올 수 없으니 2M이 10년짜리 계약을 한 것”이라며, “개장하면 터미널이 하나의 얼라이언스를 통째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메리트도 없이 고만 고만한 터미널만 새로 개장한다고 하니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비싼 임대료 책정과 BPA가 지분 30%를 참여하는 점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신항 내 유사 규모의 터미널이 연간 300억 원대의 임대료가 책정된데 반해 서‘컨’은 이보다 훨씬 비싼 500억 원대 인데다 운영사가 약속한 물량을 가져오지 못하면 이에 대한 페널티도 있다. 또 BPA가 운영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분 참여를 하겠다는 표면적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출자회사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온 것이 속속 드러나면서 업체들이 운영사 참여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컨’부두 참여를 검토했던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자체 검토를 해보니 현재의 임대료 수준으로 물량도 없이 연간 500억 원에 최소 3년간 1,500억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면서, “터미널 개장 초기 적자 문제는 어느정도 감안하고는 있지만, 물량 창출에 대한 기대요소가 없어 관심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사용자가 보고 결정해야할 장비를 터미널 운영 경험도 없는 BPA가 미리 발주한에 따라 장비 운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다, 임대료도 너무 높은 수준이다”며, “여기에 더해 출자회사에 줄줄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 것이 드러났는데, 어떤 기업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운영사로 참여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되면 정부와 BPA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국적선사인 A사와 부산신항 국적 운영사인 B사 등 특정업체에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BPT 컨소시엄을 쳐낼 때부터 서‘컨’ 운영사가 안 나타날 경우, 상대적으로 만만한 국내기업인 A사와 B사에 떠넘기려 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었다”면서, “과거 해수부가 광양항 끼워팔기를 한 전례도 있어 업계에서 재공모 결과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