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면 책임자 문책사항인데, 무입찰 망신을 당하고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부산항 경쟁력이 퇴보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운영사 선정 입찰이 무입찰로 재공모에 들어갔음에도 이를 추진했던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부산항만공사(BPA)가 관련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부산신항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던 서컨테이너부두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계약 해지, 개장 연기, 무입찰, 재공모 등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연일 터미널 장치율이 90%를 넘어서고, 기항선사가 늘어나는 등 부산신항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규 터미널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문제는 공모 주최인 BPA가 이번 무입찰 사태를 어느정도 예견했다는 것에 있다. 이는 당시 공모 추진 담당 실장은 외부에 “2030년까지 부산항 물동량이 현 수준과 비슷할 것이다”고 태연하게 말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약 9년 후에도 부산항 물동량이 현 수준과 비슷하다고 예측하면서도, 물동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아무 필요도 없는 부두 입찰 공모는 강행한 비상식적인 일이 진행된 것이다.

관련업계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근본적 이유를 BPA 내부에서 찾고 있다. 직원들의 밑바탕에 ‘안돼도 그만’이란 인식이 박혀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산항 한 관계자는 “BPA가 공모 초기에는 입찰 참여자를 알아보던 시늉이라도 했었는데, 책임자가 바뀌어서인지 공모 마감 몇 일 전에는 이마저도 안하더라”며, “되든 안되든 자기들도 상관없는데다 전임자는 자리를 옮겼으니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을텐데, 매사가 그런 식이다”고 분개했다.

사실, BPA의 ‘안돼도 그만’이란 식의 업무추진 방식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십수년 전 '나홋카항 투자사업'부터, '부산신항 터미널 대형화를 위한 선석 재배치', '신항 터미널 통합', '서컨테이너부두 운영사 공모 무입찰' 등 사업실패에 대한 모든 이면에는 ‘안돼도 그만’이란 인식이 당연한 듯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터미널 대형화를 위한 선석재배치를 이야기했을 때 현실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운영사들에게 발표하고, 올해 초 논란이됐던 신항 터미널 통합도 BPA의 판단 미스로 망신만 당하지 않았느냐”며, “서‘컨’운영사 무입찰도 마찬가지로 불이익이 없으니 책임감을 갖고 일한 직원만 바보가 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BPA의 실패한 사업들에 대한 책임자들의 이후 행보는 기묘할(?) 정도다. 사업 실패 책임자들이 본부장으로 승진 또는 주요 요직으로 발령이 났다. 이 마저도 아쉬운지, 정년퇴직이 가까워지면 BPA가 출자한 회사에 임원으로 보내준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 관계자들로부터 ‘BPA는 실책이 있어야 요직으로 가거나 승진을 할 수 있으며, 정년퇴직을 코 앞에 두고 낙하산 자리를 보전받을 수 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국공이나 LH, 해진공 사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된 이유가 젊은 친구들이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 하는데, BPA는 그런 상황이 비일비재 해 이젠 새롭지도 않다”며, “민간기업에서는 입찰에 떨어지거나 경쟁사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해 회사에 피해를 끼치면 잘리거나, 최소한 문책성 인사를 피할수 없다. 하지만 BPA는 일이 터져도 그냥저냥 넘어가고, 하물며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많으니 '지상 최고의 공기업(?)'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부산항은 대한민국 대표 항만으로 국민의 자산인 공공재이며, 이를 관리 운영하는 것은 공기업인 BPA다. 수천억의 세금을 투입해 만든 공공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부두 반납과 임대료 탕감, 개점 휴업 등의 문제가 되면 이는 오롯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책임 의식은 눈꼽만큼도 없다. 이러한 조직이 공공개발과 정책조정자 지위 확보, 터미널 지분 인수에 더해 진해신항 건설까지 맡겠다며 권한만 달라고 하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신항의 가치를 드높여 국민들에게, 나아가 후대에 물려줘야 할 BPA가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만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기업의 실책은 필연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언제까지 업계와 국민들이 BPA의 실책을 감당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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