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형 공기업’ 대다수는 조속한 민영화가 목적 …파장 일파만파 /

전문가들, “BPA는 사업자금 자체조달 능력도 안돼” 지적

                                                                                                                              BPA 본사 전경
                                                                                                                              BPA 본사 전경

남기찬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BPA를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식회사형 공기업'이 대부분 민영화를 염두한 공기업인 탓에 ‘BPA 민영화’로 비화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남기찬 BPA 사장은 지난 20일 개최된 '항만공사 자율성 확보와 책임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항만공사를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또 다른 토론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를 언급하면서 주식회사형 공기업 전환을 주장한 바 있다.

정부조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측은 '주식회사형 공기업'이라는 표현이 생소하다는 입장이며, 공식적으로 거론된 인국공의 경우 주식회사형 공사로 설립된 이유가 민영화를 위한 것이었던 탓에 남 사장의 발언이 민영화로 연결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998년 9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제정을 발표하면서 '1999년 초 설립예정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하고 이를 위해 주식회사형 공사로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부에서 시장형, 준시장형, 기타 공공기관으로 공기업을 분류하고 있다”면서, “BPA가 공사형 공기업이란 이야기도 처음 듣고, 주식회사형 공기업이란 용어도 생소하며 어떤 공기업이든 주무부처의 통제와 감독을 받는 것은 법에 명시돼 있는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인국공 관계자는 “회사법 규정에 의해서 설립되고 정부가 주식의 일부나 전부를 소유하는 기업을 주식회사형 공기업이라고 하는데, 인국공은 국토교통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주식회사형 공기업은 주로 주식 일부를 분할해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와 같이 설립부터 민간이 공동출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가 전액 출자한 공기업은 주로 지분 매각에 목적이 있고 관련법에도 이 같은 사실이 명시돼 있다.

실제 인천국제공항공사법과 제18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는 '공사에 관하여 이 법 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과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에 대하여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조속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한편, 이를 추진함에 있어 경제력집중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전한 기업문화의 창달과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용 대상기업으로는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전기통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중공업주식회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으로 모두 민영화가 됐거나 민영화 이슈가 있던 곳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경우 IMF때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상장하는 것으로 선회했고, 인국공은 기재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도대체 남기찬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항만공사를 이러한 기업들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남기찬 BPA 사장
                                        남기찬 BPA 사장

남 사장이 주장한대로 주식회사형 공기업의 목표가 민영화인지, 주식시장에 상장인지는 불분명하나, 이러한 형태를 띄는 공기업은 자립도가 높아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정부자금을 받지 않는 특성도 있다.

앞으로 진해신항을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는 BPA의 경우, 공사 자본으로 수조 원이 들어가는 신항을 공사 자본만으로는 지을 엄두도 못낸다는 점에서 주식회사형 공기업은 어불성설라는 지적이다.

인국공만 하더라도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12조5,112억원에 부채총액이 4조502억 원, 매출1조1,574억 원에 영업손실 3,607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전인 2018년도에는 영업이익 1조2,885억 원에 순이익만 1조1,118억 원을 기록했는데, 당시 영업이익도 제2터미널 개장에 따른 비용지출로 감소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사업비용을 스스로 조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BPA는 자산 6조4,779억 원에 부채 2조5,524억이며, 매출은 3,969억 원 영업이익은 1,066억 원 수준이다. 정부개발계획에 따라 진해신항을 개발할 경우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해당 비용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데, BPA의 현 경영실적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가 자산을 밀어준 것에 비해 BPA의 실적이 초라해 정부로의 배당이 많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법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BPA는 항만이라는 부동산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곳이라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인천공항과 구조가 유사하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하나 놓친게 있다”면서, “주식회사형으로 전환을 하려면 항만개발비용을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데, 주식회사형으로 전환 후 그 자금은 정부한테 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남 사장이 영국의 항만정책과 운영시스템을 보고 권한 강화를 주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영국 항만들이 글로벌 항만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는데다 영국 스스로도 항만정책을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 사장은 웨일즈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토론회에서 “항만공사는 항만개발에 관한 권한이 전무한데, 관할 항만의 기본계획을 항만공사가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항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남 사장 본인이 영국에서 공부를 해서 영국 항만을 롤모델로 삼은 모양인데, 영국이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항만공사는 권한만 행사하는 형태가 있긴 한데, 이를 두고 권한 강화를 말씀하신게 아닌가 추정이 된다”면서, “우리나라에 항만이 부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를 보고 개발해야 하는데, 지역별로 항만 개발 권한을 주면 지자체별로 경쟁이 붙어 지금보다 더한 항만 난개발을 불러 일으킬텐데, 위험한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영국에서 항만관련 학위를 취득한 한 관계자는 “영국도 항만 운영 구조가 다양한데 전체를 총괄하는 중앙 항만공사가 있고 지역별로 특성이 있게 운영은 하고 있지만, 특정인이 항만 지분을 갖고 있는 등 사회적 논란이 됐고 자국 스스로도 항만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영국 항만은 지금 다 죽었는데 이 부분을 잘 모르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BPA측에 남 사장의 발언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요청했으나 “확인해 보겠다”고 전하고는 수일째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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