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운영사 AGV 도입계획에 노조 강력 반발/
항만무인화 논란으로 확대되나

HMM이 운영 중인 로테르담터미널의 AGV 장비.
HMM이 운영 중인 로테르담터미널의 AGV 장비.

부산항운노조가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운영사 선정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그 이유가 무인장비인 AGV 도입에 따른 대량 실직 우려인 것으로 알려져 지난 2018년 노사 갈등의 원인이었던 항만무인화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항운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부산신항 서컨테이너 운영사로 선정된 동원컨소시엄이 무인화 장비인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도입으로 항만근로자의 대량 실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판단, 오는 5일 부산항만공사(BPA)를 상대로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AGV는 이른바 '항만무인화의 꽃'으로 불리우는 핵심 무인장비로, 중국과 유럽 로테르담, 미국 롱비치 일부에서 사용 중이다. 국내선사인 HMM도 자사가 운영하는 로테르담 터미널에서 AGV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AGV는 터미널 야드에서 무인으로 컨테이너를 이동시키는데 활용되는 장비로, 도입 시 항만근로자의 대량 실직은 불가피하다.

특히, 항만무인화는 글로벌 선진항만이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광양항과 인천항에도 신규 터미널 건립 시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BPA는 항운노조와 인력 승계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가계약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터미널 운영사 선정에 가계약은 거의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등 운영사 선정이 뒤집히지 않는다”면서, “고용승계를 100% 보장한다는 것은 정규직뿐이다. 현재 임시직도 10년씩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 고용에 대한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사전에 AGV 도입을 놓고 어떠한 논의도 없었으며, 지난 2018년 부산항 노사정 협의회에서 AGV 대신 S/C(스트래들 캐리어)를 도입키로 결정이 됐는데 이를 뒤집었다”면서, “이와 관련해 감사원과 해양수산부에 감사를 청구했고, 5일 BPA 본사에서 관련 집회도 가질 예정이다”고 주장했다.

부산신항 서'컨'부두 전경.
부산신항 서'컨'부두 전경.

이와 관련, 지난 2018년 해수부와 BPA, 항만물류협회, 부산항운노조는 항만 자동화 도입의 타당성, 노동자 일자리 영향 및 고용안정 대책, 자동화 도입 대상 및 시기 등에 대해 논의하는 노사정 협약을 맺었었다. 당시 항운노조는 정부의 부산신항 2-4단계(BCT, 6부두)와 서‘컨’부두의 항만 자동화 도입 계획에 반발하며 크게 충돌했으나, 이후 노사정협의회를 통해 논의한다면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무인화 도입문제를 두고 항운노조측에서 크게 반발을 하면서 상황이 심각했는데, 노사정협의회가 만들어지고 부산항운노조가 취업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겪은데다 터미널 개장이 연기되면서 덮어진 문제였다”며, “최근 서‘컨’부두 운영사가 선정되고 그 사이 항운노조도 집행부 정비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했기 때문에 무인화 도입에 대한 논란을 다시 지피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업계는 이번 노사정 충돌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첫 항만무인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데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중대재해법에 대한 우려로 AGV 장비 도입을 검토하는 항만업체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항만 테스트베드로 선정된 광양항과 인천신항의 1-2단계 부두 역시 AGV 도입을 공식화했다.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터미널 운영사들이 조심스럽게 무인화 도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임에 따라 이번 갈등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항만무인화는 세계적 흐름인데 이번에 AGV 도입을 놓쳐버리면 부산항은 경쟁항만에 뒤처지는데다 인천항과 광양항까지 엮여있어 정부도 물러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BPA가 서‘컨’운영사로 동원을 졸속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항만무인화 도입으로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며, “업계 바람대로 서‘컨’부두 개장시기를 연기하고 순차적으로 일을 풀어 나갔으면 됐을텐데, 결과적으로 일을 키우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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