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편집국장] HMM이 국내 최대 국적선사로서의 위용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9조3,511억 원 영업이익 4조6,79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HMM(당시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한지 5년,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2018년 4월)하며 구조조정에 착수한 지 3년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HMM은 올 한 해 매출 13조 원, 영업이익은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이 기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은 HMM의 홀로서기에 막대한 힘이 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수년간 연봉이 동결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회사를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로 버텨준 HMM 임직원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더불어 머스크와 MSC 등의 초대형 글로벌선사들의 운임인하 경쟁으로 휘청이기 시작했던 HMM에 13년 만에 비친 따스한 햇살이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면 안 된다. 호황일 때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 해운전문가들의 예상을 종합해보면 일단 내년 말까진 해운업이 호황을 유지하겠지만, 이후에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박운임은 이미 최고가를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최근 들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이미 각 해운사들은 물류사업을 확대하는 등 이에 대한 대비에 들어갔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사안이 있다. 바로 HMM의 매각관련 이슈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에 묶여 있는 HMM에는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든 글로벌 해운환경에 유효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과감한 투자와 결단, 전략적 선택과 미래에 대한 판단력 등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내려면 먼저 움직여야 하고, 리드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따라갈 능력은 돼야만 한다. 하지만, 정부의 여러 제약을 받고 있는 관리기업이 이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최대의 실적을 낸 현 시점이 매각을 본격화 할 적기라 할 수 있다.

사실 정부가 HMM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부터 이 회사를 정상화한 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언제, 어떤 기업에 넘기냐는 것이다. 이는 HMM 개별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만약, HMM이 한 번 더 휘청인다면 국내 해운산업은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HMM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흑자는 컨테이너선 신주 발주와 대규모 정책지원 등 우호적 환경 덕이 컸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한바 있다.

HMM 지분은 산업은행이 20.69%로 1대주주이다. 2대주주는 19.96%를 갖고 있는 해양진흥공사이다. 최근들어 HMM 매각시기 및 방법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어, 두 기관의 역할과 유기적 협조는 HMM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그 특성상 경쟁이 치열하고,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덩치가 큰 만큼 글로벌 트랜드에 뒤처지면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정부가 HMM을 매각하려면 해운산업 활황기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 할 수 있다. 2023년부터는 해운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들어선 준비 안 된 기업을 적정가에 사들이려는 기업은 없다.

어떻게 보면 매각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에 매각하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해운기업은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결정이 늦어지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업기반이 안정돼 있고, 해운과 결합해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튼튼한 기업에 매각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HMM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미래에 닥칠 예견하지 못한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기업이 금융을 일으켜 HMM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통해 알맹이만 빼 먹고 나 몰라라 하는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HMM을 괴롭혔던 풍랑이 잦아들었다. 모진 구조조정을 이겨내고 다시 정상적으로 항해를 시작한 이 회사를 언제 어떤 기업에 넘겨줄 것인가.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 관계기관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