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국현 인천디자인고 학생

“후손들 위해 해양환경 지켜줘야”

“푸른 빛의 바다가 아닌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흑빛이 나는 바다의 심각성을 의상 안에 함축적으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해양오염의 사태를 알리고자 작품의 컨셉을 흑해(검은 바다)라고 지정했습니다.”

지난 7월 개최된 ‘제2회 인천국제해양포럼’에 전시된 고교패션콘테스트 수상작들 중 ‘흑해’라는 작품을 접했다. 2007년 12월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를 형상화한 것 같은 의상 디자인 작품이었다. 검은 원피스에 검은색 띠를 통해 유출된 원유가 바다 겉면에 번져 있는 듯한 모습과 베이지색 레이스를 통해 모래사장(실제로는 바다거품)을 표현한 듯 했다. 콘테스트 주관사인 인천항만공사(IPA)를 통해 작품 디자이너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해 어렵지 않게 작품 주인인 백국현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꿈많고 발랄한 학생이었다. 기억에 또렷하진 않지만, 세 살때 미디어를 통해 접한 기름유출사고가 뇌리에 박혀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의상 디자이너라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백국현 학생을 만나 해양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인천국제해양포럼에 전시된 작품이 인상깊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다면.

-현재의 바다를 표현한 것인데, 바다는 푸른빛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안에 레이스가 모래사장이 아니라 바다인데, 바다 거품을 표현한 것이다. 바다 거품이 뿌옇게 심해지는 이유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바다거품은 지구에서 보내는 SOS라고 하는데, 이를 표현한 것이다. 사실 실제 바다색깔이 갈색이기 때문에 원피스 자체 색깔을 갈색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갈색으로 하면 바다로 보지 않을 것 같아서 지금의 작품이 됐다. 작품 뒷면에 플라스틱은 자갈과 레진, 모래 등을 활용해 만들었는데,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깨끗한 바다를 형상화 한 것이다.

▲기름유출사고를 표현했다고 했는데.

-어릴적 TV에서 우리나라 바다에서 크게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갔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났다. 여러날동안 뉴스에 나왔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 콘테스트 주제에 해양환경이 있어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백국현 학생은 2003년생으로 2007년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 기름 유출사건이다.)

백국현 양이 직접 만든 작품을 착용한 모습. 사진은 백 양 모친이 직접 찍어줬다고 한다.

 

▲해양환경에는 관심이 많았나.

-원래도 환경에는 관심이 있었던 편인데, 이번 콘테스트에 출품하면서 해양환경에도 관심을 갖고 조사했다. 특히 태풍이나 해일이 요즘 빈번하게 발생한다는데, 최근 강도 높은 태풍이 연달아 오는 이유도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환경파괴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바다거품이나 뿌옇게 변해버린 바다색깔이나 모두 해양환경 오염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는데, 환경은 후대에 물려줄 재산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테스트에 참가는 어떻게 했나.

-우리 학교는 특성화고이기 때문에 매년 콘테스트가 진행이 되는데, 주로 관심있는 친구들이 참가를 하는 편이다. 저같은 경우는 입시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2학년에 참여했다. 이상봉 선생님이 진행하는 고교패션콘테스트의 경우 선배들이 상받는 것을 보고 저도 목표가 생겼다. 모델이 제가 만든 옷을 입고 조명을 받고 런웨이를 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 대회 참가는 상을 떠나서 저한테도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원래 꿈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나.

-원래 미술을 3~4살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순수미술을 하려고 했었다. 패션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생때 집근처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참여한 이후 미술보다는 의상디자이너로 전환했다.

▲순수미술은 어른들이 보기엔 꽤 배고픈(?) 직업인데, 부모님이 국현 양의 꿈을 지지해줬나.

-부모님이 오히려 순수미술을 하라고 지지해줬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해왔고 엄마도 건축디자인을 하고 계셔서 어린시절부터 순수미술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사실 엄마가 미술에 대한 재능을 금방 알아봐줘서 그림을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순수미술을 하다가 디자인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은 당황해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저의 선택을 존중해서 지원해주셨다.

▲의류 디자인쪽은 경쟁이 치열해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의류 디자인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이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디자이너가 몇 되지 않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남들보다 돋보인다면 꾸준함도 있다. 입생로랑을 만든 초기 디자이너도 제 나이대에 콘테스트에 수상하고 기존 디자이너 눈에 들어서 그 밑에서 일하면서 본인 브랜드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실제 디자이너 입생로랑은 18세에 국제양모 사무국에서 주최한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드레스 부분 1등에 당선됐으며, 크리스찬디올에 입사해 21세에 수석 디자이너에 오르고 이후 독립해 입생로랑을 출범시켰다) 고등학교 시절 콘테스트 입상에 대한 목표를 갖고 움직였고, 앞으로도 디자이너로서 지금처럼 목표의식을 갖고 노력한다면 저도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해양환경오염의 심각섬을 알리는 내용의 백국현 양의 작품. 

▲학교 이야기를 듣고싶다. 디자인고라는 곳이 생소한데, 주로 학교에선 무엇을 하나.

-인문계는 정규수업하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는데, 저희는 각 과마다 실습동이 따로 있어서 관련된 실습을 하고 있다. 저희 학교는 제품, 시각, 도예, 의류, 건축 이렇게 과가 나눠지는데 제가 소속된 과는 의류학과이다. 의류쪽으로는 패션디자인 관련 과목을 배우고 실무를 하기도 하면서 전개도식이나 패턴(인체칫수)을 배워서 직접 의류를 제작한다. 우리과의 경우는 실습동에 재봉틀이 있는데 주로 야간작업을 한다.

▲같은 과 친구들도 학생처럼 대부분 디자이너를 꿈꾸나.

-한 과에 50명 정도 학생들이 있는데, 이 중 모든 학생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3년 과정 동안 이 길이 맞다고 판단해서 가는 경우와 아예 다른 진로를 택하는 경우로 나눠진다. 저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해왔고 미술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진로를 택하는 친구들은 입시 준비를 하거나 그렇진 않는다. 우리과를 선택한 일부 학생들의 경우 단순히 코디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진학한 경우도 있어 졸업 후 아예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작품 활동같은 것도 하나.

-2~3학년때는 웨딩드레스랑 테일러드(일반 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보통은 이쪽 계통 업체 디자이너가 직접와서 같이 옷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된다. 8~10명이 조를 이뤄 디자이너 1명과 두 달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주로 출결이 좋은 학생들 위주로 팀을 구성해 진행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원래 쇼룸이나 공장에 견학도 하고 그랬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디자이너가 학교에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저같은 경우는 3학년때 입시준비를 하다보니 2학년때 웨딩드레스 작품을 했다.

▲웨딩드레스 작품이 졸업 작품인가.

-3학년때는 졸업작품을 해야 하는데, 패션쇼 무대에 작품을 올리고 학교를 졸업한다. 보통은 3학년 올라오자마자 작품을 하는데, 저는 입시 때문에 2학년때 미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실무는 의상을 만드는 것 이외에도 포토샵이나 인디자인, 일러스트, 컴퓨터 그래픽스 운용기능사 자격증을 따놓은 상태다.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백국현 양의 작품은 고교패션콘테스트에서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상을 수상했다.

▲목표의식이 뚜렷한 것 같다. 고등학교때 콘테스트에 도전하고, 미대 입시도 준비하고 차근차근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대학교에 가서는 어떤 것을 할 생각인가.

-대학교에 가서 보다는 앞으로 하고싶은 건데,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작품으로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보이고 싶다. 목표는 의상디자이너지만, 기성복말고 엘레강스쪽으로 ‘아트패션’이라고 하는데, 작품처럼 만드는 옷, 이런 것도 배워보고 싶다. 제가 가지고 있는 미술쪽 재능을 패션작품과 결합해서 공간디자인과 접목한 옷 작품을 만드는 것도 해보고 싶다.

▲디자이너가 된 후 지향하는 모토가 있다면.

최종적인 목표는 어릴 때부터 생각해왔던 건데, 비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무슨 뜻이냐면, 비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데, 제 작품이 대중들의 삶에 제 작품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고 싶다는 것이다. 제 작품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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