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춘선 객원논설위원(現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올해 1월 중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상당히 높은 처벌수준과 모호한 규정으로 기업들에게 막대한 리스크를 부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EO 등 경영책임자들의 공포심이 점점 커지고 있고, 건설분야 등을 중심으로 일반기업은 물론 해운, 조선, 수산 등 해양수산분야의 기업들에게도 선제적 대응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근 각종 재해 발생에 따른 사회적 문제로부터 출발해 이의 사전예방을 위해 근로자사망 등 중대재해발생 시 사업주와 법인 등에 엄중한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법의 골격이 마련됐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동법 시행으로 현장 지휘감독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종전에 책임이 없었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대표적인 중대시민재해이고 처벌받지 않던 경영책임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고의범으로 의율되며, 징벌적 손해배상이 새로이 인정된다.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한 사건이 재발되는 경우 처벌은 피할 수 없으며, 과거 주의의무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었던 사건도 이제는 처벌이 가능하다. 정부는 그 당위성과 상당한 유예(5~49인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 및 면제(5인미만 사업장)를 들어 시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나, 여전히 모호한 점과 난점이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학계 업계 법조계 등에서의 비판적인 논의를 살펴보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선진국에서조차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데다가 보편성과 실효성을 갖추지 못해 오히려 재해예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이 그 제정의 모티브가 됐지만, 체계와 내용이 영국법과는 판이하게 다른 데다가 내용이 불분명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관련법과 의무주체, 내용 등에 있어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어떤 법을 따라야 할지 전문가도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수범자의 입장에서는 예측가능성이 없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으로도 충분한데 처벌수위만 높인 새로운 법을 또 하나 제정한 꼴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쟁점사항은 경영책임자 등의 범위에서 누가 책임을 부담할 것인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를 처벌의 목표로 한 특별형법이고 안전보건조치의 철저한 이행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로서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와 범위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책임을 부담할 자가 대표이사인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인지가 불분명하다. 지주회사 회장의 경우, 대표이사와의 관계에서 판단문제도 제기된다.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이나 케이스에 따라서는 지주회사 회장도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공동으로 부담할 수도 있다. CSO(Chief Security Officer)가 있다면 대표이사와의 관계에서 경영책임자로 인정받기 위해 가져야 할 권한과 책임이 무엇인지도 불확실하다. 여러 개의 사업장이 있다면 더구나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처벌과 관련해 유사 형사죄와의 비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과연 약한 형량인지에 대하여도 논란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시행 후 대충 적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에 초기에 처벌받지 않겠다는 기업들의 대응도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원청만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해예방이 원청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학계와 업계의 상식인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결국은 재해예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준법의지가 강한 경영책임자조차도 현실적으로 제대로 준수하기 어려운 법이라는 평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단 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있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양측 모두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완하거나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시행을 늦출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단 정부는 시행을 강행할 방침이나 정착 시까지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또한 전반적인 문제점 외에 각 분야마다 특수성이 있어 이러한 각 분야의 상황에 맞는 적용과 반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듯이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당연한 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처벌만 면하려는 것보다는 근로자의 안전과 재해방지 의식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고, 법이 부과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 기업과 경영자의 법적 리스크 예방에 힘쓰는 것이 정공법일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일반적 대응이 기업계 등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해양수산분야에서도 역시 동일한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며, 여기에서는 해양수산분야에 특수한 측면을 고려한 추가적인 대처방향을 몇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며,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서 정한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의무를 다한다면 경영책임자는 고의가 없으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렇지만 안전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는데도 출항을 지시해 그로 인해 인명 및 재해 사고가 발생한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경영책임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잘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이 법 시행에 즈음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며, 해양수산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둘째, 해양수산분야에서도 재해에 따른 경영책임자의 범위는 매우 중요하고 특수한 측면이 있다. 선박의 경우 선주(선박소유자), 정기용선자, 선체용선자, 선장, 선박관리회사 등 여러 관계자들이 관여하고 있고, 따라서 명확한 책임의 한계와 부과가 다른 분야보다 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선박을 지배, 운영, 관리하는 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대상이 되고,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만 처벌된다고 하나, 선박의 운항은 복잡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선박소유자가 안전과 보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고, 실제적으로 선박을 지배·운영· 관리하지 않는 정기용선자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선체용선자는 수선의무를 부담하므로 책임의 대상이 된다. 선체용선계약 하에서도 선박 자체의 균열 등이 문제가 된다면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부담하겠지만, 선박관리회사의 종사자도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에 따라 책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선박운항과 무관한 형식상의 소유자일 뿐인 선박금융회사, BBCHP(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의 경우에 형식상 소유자 등은 형사책임의 대상이 아니겠으나, 시행령이나 규칙에 명확히 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선제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해양수산업계는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현실적 여건상 법규에서 정한 안전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혹시 경영책임자가 구속이라도 된다면 중소기업은 그대로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크다. 중소기업에게만 맡기기 보다는 일정부분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해양수산부도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필요시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해예방을 위해 진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시행령이나 규칙의 제정,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간접 지원 등을 최대한 민활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최근 본격적인 대응을 위해 학계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대응전략 마련과 집중적 논의에 나서고 있는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해운협회, 한국선급,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항만물류협회, 손해보험협회, 한국해운조합, 해사포럼, 정책 및 법 연구회나 대학 센터 등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심각성과 우려를 직시하고 대응전략 마련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와 연구검토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특히, 세월호사건으로 해양수산분야가 재해의 원천지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이 법의 시행을 계기로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해양수산업계가 특단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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