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사의 경우, 이런 문제는 내부 감사로는 잘 안나오기 때문에 수사 의뢰하고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내부에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조치를 취했을텐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부산항만공사(BPA)가 비위사건에 휘말린 간부에 대해 징계 대신 부산대에 1년간 교육파견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한 항만공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BPA는 항운노조에 본인의 친척을 채용시키기 위해 수천만원을 건넨 간부를 징계는 커녕 2,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대학 연수를 보내주기로 했다. BPA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인데다 '문책성 연수'라는 웃지못할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 조차도 연수를 본인이 자발적으로 신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뻔뻔함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BPA가 매년 실시하는 교육 연수는 공모절차를 통해 인원을 선별하며 1~12월까지 1년 단위로 교육을 받는다. 문제가 되는 간부 역시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아니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교육을 신청해 내부 평가위원회를 거쳐 파견이 결정된 것으로, BPA측의 ‘문책성 연수’ 해명은 관련 업계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평가위 위원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BPA의 ‘제식구 감싸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평가위원은 경영본부장을 포함한 본부장 3명과 단장 2명으로 총 5명이다. 교육파견 공모시기가 12월 중에 있었고 해당 간부의 비위사실이 불거진 날이 12월 1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임원들 모두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해당 간부의 교육 파견요청을 받아준 것이다.

BPA 관계자는 “관련부서에서 교육에 대한 공모를 시작한 후 지원자격에 저촉되는 것이 없어 절차만 진행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가 문책성이 아니라 당사자가 이슈로부터 잠잠해질 때까지 지켜주기 위한 일종의 ‘도피성 파견’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공기업에서 이 같은 일이 암암리에 발생하고 있지만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이야기는 틀려진다”면서, “해당 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해수부 감사가 예고돼 있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비위자가 자발적으로 교육을 신청하고 받아준 것은 잠잠해진 뒤, 얼렁뚱땅 복귀시켜 주려고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비판했다.

BPA측이 주장하는 ‘문책성 교육’의 혜택을 살펴보면 그들이 '문책'이란 단어를 이해는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직무수당을 제외한 연봉은 고스란히 받으면서, 무려 2,200만 원의 교육비까지 공사가 지원한다. 특히, 해당 과정이 ‘공기업 리더십 과정’이란 점에서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BPA는 해당 교육 과정을 보내는 이유로 "당사자가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라고 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뻔뻔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1급 실장에게 공기업 리더십 과정을 들으라는 것은 승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 아닌가”라며, “국민 세금으로 비위자 교육보내주는 것도 황당한데, 반성과 성찰을 위해서 리더십 과정을 들으라니 이 무슨 언어도단이냐”며 분개했다.

국내 4대 항만공사 중 유독 BPA만 끊임없이 비위사건이 터지고 있다. 각종 이권이 얽힌데다 상식을 넘어선 '제식구 감싸기'가 BPA를 성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수부도 감사를 나간다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한 달이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이러니 BPA가 그들 맘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관련업계는 또 다시 '좋은게 좋은 것 아니냐'며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혀를 차고 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은 사라지고, 뻔뻔함이 조직의 근간이 된 듯한 BPA.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철밥통 공기업'의 표본이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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