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8,000억 보다 줄었지만 국적선사들 행정소송 진행할 듯

업계, ”한일·한중노선 조사도 있어 수용하기 어려울 것“

출처-고려해운 홈페이지.
출처-고려해운 홈페이지.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을 끌어온 해운업계 운임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962억 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당초 통보한 8,000억 원보다 대폭 줄어든 금액이지만, 그럼에도 중견선사들에게 있어 과징금 규모가 큰데다, 나머지 항로인 한중과 한일항로에 대한 조사도 연결돼 있어 해운업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한·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12개 국적선사들과 11개 외국적선사(이하 23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고려해운 296억 원, 흥아라인 180억 원, 장금상선 86억 원, HMM 36억 원, 남성해운 29억 원, SM상선 3억 원 등이다. 외국적선사는 완하이 115억 원, TSL 39억 원, 에버그린 33억 원 머스크 23억 원 등이며 일본 3사와 독일 하팍로이드, 프랑스 SMA-CGM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다.

공정위측은 이들 23개 선사들이 15년간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기본운임 인상, 각종 부대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 운임을 총체적·망라적으로 합의했다고 봤다.

이들 선사들은 후속 회합을 통해 합의 실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했으며, 특히 국적선사들은 중립위원회를 통해 운임감사를 실시하고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게는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또 자신들의 담합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행위를 은폐했다.

더불어 다른 선사들의 화물을 서로 침탈하지 않기로 하고(물량 이동 제한), 합의 운임을 수용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했다.

공정위는 23개 선사들의 위 운임 담합은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공정거래법 제58조의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해운법 제29조는 일정한 절차상·용상 요건 하에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23개 선사들의 운임 담합은 특히 해수부장관에 대한 신고 및 화주단체와의 협의 요건을 흠결했다.

이와 함께, 이러한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이하 동정협)에 대해서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6,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해운업계는 이번 과징금이 당초 8,000억 원대에 비해 대폭 줄었으나,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과징금이 동남아항로에 대한 조사로 한중, 한일항로에 대한 추가적인 과징금 부과도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징금이 대폭 줄었지만 선사들은 어찌됐든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이 변함없고 규모가 줄었지만 중견기업들 입장에서 200억~300억 원에 달하는 금액도 결코 적지 않은데다 나머지 항로에서도 비슷한 금액을 부과할텐데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게다가 공정위측에서 일본 3사와 일부 외국선사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을 하지도 않은 상황인데 행정소송으로 잘잘못을 가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지난 15년간 해운시장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정기선사들의 운임 관련 공동행위가 해수부장관에 대한 신고와 화주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필요·최소한으로 이뤄짐으로써, 해운당국의 관리가 실질화되고 수많은 수출입 기업들인 화주들의 피해가 예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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