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조사결과에 공감”, 택배노조 “강력한 유감”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28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관련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이 대체적으로 양호하다는 점검결과를 내놓았다. 택배업계는 환영을, 택배노조는 유감을 각각 표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며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발표된 이번 국토부의 중간점검 결과는 노조의 파업 명분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에 대한 1차 현장점검 결과 합의 사항이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1월 1일부터 사회적 합의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국토부는 이달 초부터 전국 택배 터미널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과 함께 최근에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택배 현장 심층조사도 병행해 왔다. 민관 합동 조사단은 국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민간 전문가 등 7명을 1개조로 해서 총 5개조로 구성됐다.

점검 내용은 ‘분류 전담 인력 투입 또는 택배기사 분류작업 수행 때 별도 대가 지급 여부’와 ‘고용·산재보험 가입’, ‘심야 배송 제한 준수 여부’ 등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현장 점검을 받은 택배 터미널 25곳 모두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했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분류작업에 참여한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었다. 특히, 현재 노조가 파업중인 CJ대한통운의 터미널 현장 점검에서도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국 25개 점검대상 터미널 가운데,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곳(28%), 분류 인력이 투입됐지만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곳(48%)이었다. 구인난 등으로 6곳(24%)에서는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 비용만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터미널 내 분류전담 인력이 충분히 투입된 경우에도 분류 인력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오전 9시 이전 출근하는 기사가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터미널 규모가 작아 분류작업과 상차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등 현실적 한계로 택배기사가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분류인력 비용은 올해 최저임금(9,160원) 이상인 시급 9,170원~1만6,000원 수준이었고, 분류 비용을 별도로 지급받는 택배 기사의 월 평균 수입은 약 50만 원 증가했다.

이 외에도 과로의 원인으로 꼽혀온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은 사라졌고, 점검 대상 터미널 모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 비용 전액을 본사가 부담했다. 이달 기준 택배 4사의 고용·산재 보험 가입률은 90%를 상회했다.

이 같은 점검결과에 택배업계와 택배노조는 상충된 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택배업계는 국토부가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고 평가한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토부가 분류인력 투입 등에 대해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택배업계를 대표해 공감을 표시한다”며, “그동안 택배업계가 사회적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으며, 국토부가 지적한 분류전담 인력의 숙련도 제고 및 휠소터 등 자동화 설비 확대 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개별 회원사들이 택배기사 처우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택배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번 국토부 발표에 따라 택배노조에서 주장하는 ‘사회적합의 불이행’이라는 파업의 근거가 사라진만큼 노조는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택배노조는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같은 날 택배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가 마치 택배사들이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하고 있고, 일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발표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밝힌다”며, “국토부는 불특정 불시점검이 아니라, 노조와 과로사대책위가 파악하고 있는 분류작업 불이행 터미널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는 택배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문제,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분의 절반 인상을 자신의 이윤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택배요금 인상(분)을 자신(택배업체)의 이윤으로 빼돌리려는 시도에 대해 국토부가 철저한 점검과 감독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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