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업계, “라싱업체 계약은 선사” VS 해운업계, “사고 발생지가 터미널”

고용청, “빠른 시일내에 조사 마무리”

 고려해운 선박이 접안돼 있는 ICT 전경.

지난 12일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운영사인지, 라싱업체와 직접 계약한 선사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사당국인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나, 처벌대상으로 결정되면 향후 항만내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 소재가 결정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및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9시19분께 인천남항 ICT에서 컨테이너트레일러 운전사가 라싱맨을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인천 중부경찰서는 운전사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중부고용청은 안전사고와 관련해 별도로 조사 중이다.

이번 사망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된다면, 쟁점이 되는 부분은 원청이 어디로 규정될지 여부다. 원청을 사고가 발생한 터미널의 운영사로 볼지, 라싱업체와 계약관계인 선사로 봐야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ICT는 싱가포르의 PSA가 100% 지분을 갖고 운영하는 업체이며, 이번 사고의 라싱업체와 계약한 선사는 고려해운이다.

우선 항만업계는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계약관계에 있는데 사고가 발생한 곳이 터미널이란 이유로 하역사를 원청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반면, 해운업계는 라싱업체와 계약을 하지만 인력 투입은 인천항운노조에서 수급하고 업체와 계약만 하는데 원청을 선사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컨테이너터미널에서는 항만운영사가 대부분의 하청업체들과 계약한다. 이번 사고에서 ICT의 경우도 트레일러 운전사의 경우는 ICT가 계약한 하청업체에서 도급한 인력이다. 다만, 라싱과 검수업체는 선사들이 계약하는데, 이에 따라 사망 당사자가 소속된 라싱업체도 선사인 고려해운이 계약관계인 것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라싱업체와 계약관계를 맺은 곳은 선사인데, 하역사한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느냐”면서, “수년간 국내에서만 라싱과 검수를 선사와 계약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중대재해법이 생기니 하역사한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고 발생이 터미널에서 일어났는데 왜 선사가 책임을 지느냐”면서, “선사는 라싱업체와 계약할 뿐 실제 투입 인력은 항운노조에서 하며 어떤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실정이고 사고가 나면 해당 사업장 대표가 책임을 지는게 중대재해법의 핵심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중부노동청은 관련 사고가 중대재해법 대상인지 여부도 아직 확정하지 못해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ICT가 라싱업체와 계약관계가 아니고 고려해운이 계약 당사자인 것은 맞는데, 원청을 어디로 볼지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 적용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관련 사고를 중대재해법을 적용할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할지, 양쪽 법 모두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향후 조사를 더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운사와 항만업체들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것이 맞는 지도 조사를 더 해봐야 알수 있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조사를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대재해법과 별도로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항만안전특별법’에서도 라싱과 검수부분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만안전특별법은 항만운영주체인 하역사업자가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중장비기사와 용역회사 근로자 등 업종과 직종에 관계없이 항만 출입 모든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정부의 승인을 받는 것이 골자이다. 항만업계는 모든 근로자 중 라싱과 검수업체는 선사가 직계약하고 있기 때문에 하역사가 관리계획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하위 시행령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