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춘선 객원논설위원(현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컨테이너 정기선을 중심으로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운업계는 전반적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HMM(舊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부터 흑자를 시현한 이후 2020년에 영업이익 9,808억원을 거두며 10년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을 넘어, 2021년에는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돼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HMM은 2021년 말까지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내년까지는 매년 조(兆) 단위의 흑자를 예측하는 기관도 있다. 이 회사가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20년부터 컨테이너 운임 상승과 연료유가의 하락, 운항원가구조의 개선,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가입에 따른 영업기반의 제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진 결과라 할 수 있다.

2020년 4월,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 1호선 ‘HMM알헤시라스호’가 인도된 이후 순차적으로 12척이 투입되면서 선복량은 2020년 3월 43만TEU에서 2021년 4월 72만TEU로 증가했다. 이어 2021년 상반기 중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인수해 투입함에 따라 원가구조가 더욱 크게 개선됐고, 컨테이너선 77척 85만TEU의 선대를 확보 및 운영하게 됐다. 올해 말까지는 100만TEU의 선복량 달성을 목표로 확충을 지속하고 그 이후에도 선대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HMM은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 가입과 함께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비용구조 개선, 서비스 항로 다변화 등 양질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그 외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임직원의 비용절감노력과 노사문제의 해결(21.6~8월) 등도 빠뜨릴 수 없다. 그리고 2020년부터 시작한 IMO 환경규제에 앞서 스크러버를 조기에 설치하는 등의 선제적 대응으로 친환경적인 서비스운영과 디지털화 노력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해운업이 호황기라고 해서 그에 안주하면 안된다. 대폭적인 흑자에 따라 여유가 커지고 정책이나 영업 추진방향의 선택지가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해운업은 철저히 사이클을 타는 산업이므로 호황기가 오랜 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좋은 시황을 활용해 최대한 수익을 올리고 비수기에 대비하는 전략이 요구되며, 향후 닥쳐올 불황기에 대비하는 것이 긴요하다. 해운업의 지속적 성장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또, 미·중 간 패권전쟁과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 유가 상승 동향 등으로 글로벌 교역환경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빠르면 올 하반기 이후부터 해운시장의 호황도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내년에는 컨테이너선 신조선 인도량이 210만TEU로 2배로 늘어 선복량의 공급이 확대되고, 코로나19 사태로 꼬인 글로벌 물류망이 회복과 맞물려 해상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임 하락폭이 커지면 HMM의 실적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년부터는 해운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어려워지면서 해운업계가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HMM은 지난해 한 해 동안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 이의 적합하고도 적절한 활용 및 투자가 한국 해운의 앞날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때문에 해운산업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분석해 우리 해운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해운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의 방향과 일관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동안 HMM은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공동관리해 왔지만 이제는 해양진흥공사의 단독관리로 전환하는 등 해운업에 상당 수준 정책당국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은 당연히 필요한 사안이고, 산업진흥을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해야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지만, 그 수준과 방향을 확실하게 하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국적해운선사 등의 경쟁력은 상위 글로벌선사들과 비교시 원가구조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신형 신조선박의 확충은 가능한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운항원가구조 개선에 유리하다. 이 부분은 HMM 외에 중견 및 중소선사의 경우에도 시급한 과제이다. 선사들만으로는 확충이 어렵기 때문에 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한 정부측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우리 국적선사와 글로벌선사들과 몸집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 해운조사업체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선사가 인도받을 컨테이너 선복량은 MSC 90만TEU, CMA CGM 52만TEU, COSCO 58만TEU, 하팍로이드 41만TEU, ONE 21만TEU, 에버그린 70만TEU 등으로 1만 3천TEU급 12척을 발주해 16만TEU를 확충할 HMM 보다 많다. 글로벌선사 역시 초대형선박 확충경쟁에 뛰어든 모습으로 제한적이지만 자칫 치킨게임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다만 HMM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선박의 비중이 커진 점은 긍정적인데, 사선 비중이 대략 60%를 넘어 과거처럼 해상운임이 하락하더라도 고가의 용선료 부담을 덜 짊어질 수 있다.

또한 친환경과 함께 최대 이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4차산업을 선도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선제적으로 실질적으로 제대로 달성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국적선사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더불어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ESG경영과 통합물류 동향도 유념해야 할 항목이며, 해운선사들의 담합문제 등에 소모하기 보다는 해운산업의 미래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얼라이언스의 가입 등 글로벌선사들과의 협력을 통한 신뢰회복과 구축은 앞으로 우리 국적선사들이 생존을 위해 꼭 신경을 써야 할 사안이다. 이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실추된 한국해운의 신뢰와 위상을 회복하고 높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 국적선사들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